『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을 쓴 네모 님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입니다. 그는 도쿄에 거주하는 일본인 미식 작가이며,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어로 도쿄 맛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한국어 작문 실력과 회화 실력은 국내에 출간된 두 권의 책으로 충분히 가늠할 만합니다. 번역서가 아니라 작가가 직접 한국어로 쓴 책이니까요.
올해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의 전면개정판을 낸 네모 작가는 지난 2024년 7월 말, 개정판 발간 기념 미식 북토크를 열기도 했습니다. 홍대의 루프탑 레스토랑 ‘스페이스 결’에서 열린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북토크는 준비된 좌석이 만석이라 추가로 의자를 가져올 만큼 뜨거운 열기로 진행됐습니다. 네모 작가의 일본 음식 강의, 북토크에서만 공개한 도쿄 맛집 정보는 물론, ‘스페이스 결’의 셰프가 소바와 카레를 재해석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던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브릭스 매거진에서는 네모 작가의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전면개정판 북토크에 참석하고 네모 작가와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고 어떤 이유로 한국의 팬들에게 도쿄 맛집을 소개해 주게 되었는지, 그가 보는 일본의 음식 문화는 어떠한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네모 작가
Q. 네모 작가님은 일본인으로서 한국어로 글을 쓰고 계십니다. 언제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게 되셨나요?
처음 한글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09년이었어요. 한국에 관심이 생겨 도쿄에서 책을 사서 독학으로 시작했다가 1년 반 정도 한국어 개인 교습을 받았어요. 그리고 2011년 서강대학교 어학당에 들어가 6개월 정도 공부했어요. 어학당은 총 6급까지 있는데요, 당시 3급으로 들어가 4급까지 오르고 수업을 마쳤어요.
Q. 한국인을 대상으로 인스타그램에 도쿄 맛집을 소개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강대학교 어학당을 나온 후, 1년간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SEOUL navi》라는 웹진에서 에디터로 일을 했어요. 《SEOUL navi》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그들의 언어로 서울의 여러 장소를 소개하는 잡지였는데요, 저는 한국에 오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글을 썼지요. 그때 같이 일하는 분들이 서울의 맛집을 많이 소개해 줬어요.
한국에서 더 지내고 싶었지만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아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아쉬운 마음도 있고, 애써 배운 한국어도 잊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SEOUL navi》에서 했던 것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제가 사는 도쿄로 여행을 오는 한국인들에게 도쿄의 맛집을 소개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한국에서 저에게 맛있는 식당을 소개해 준 분들에게 보답하자는 마음이었지요.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북토크 현장에서
마침 2016년은 인스타그램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였기에 여러 채널 중 인스타그램을 택해 도쿄의 맛집을 소개해 드리게 되었어요. 반응이 아주 좋았죠. 한국어에 서툴 때인데, 제 글을 보시는 분들이 한국어 교정도 해주셔서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최근의 인스타는 눈에 띄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주목 받는 걸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그때 당시는 제가 쓴 글을 잘 읽어주는 팔로워님들이 많았어요. 저는 사진보다 글로 음식의 매력을 잘 전달하고 싶은 스타일이라서 지금 생각하면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5년 일찍 시작했거나 5년 늦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으면 지금처럼 인기를 끌고 한국에서 책을 낼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 같아요.
Q. 원래 맛집을 다니시는 걸 좋아하셨나요?
잡지 특성상 맛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SEOUL navi》에서 일할 당시에 선배들이 맛있다고 하는 곳은 그냥 따라갔었죠. 현지인에게 그 나라의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들으면서 문화권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맛있다고 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걸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전에도 맛집을 다니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학창 시절에 합주부였는데요, 도쿄 내 여러 지역으로 공연을 하러 다녔어요. 그러면 제가 나서서 합주부 친구들에게 다음 주말 공연 끝나면 라멘 먹으러 가자, 카레 먹으러 가자 자주 제안했었어요.) 왜 모임마다 맛집을 조사해 같이 가자고 리드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은 있잖아요. 그게 바로 저였던 거죠. 당시엔 인터넷도 지금처럼 발달했을 때가 아니라 다 잡지에서 얻은 맛집 정보들이었어요.


북토크를 진행 중인 네모 작가
Q. 취재를 위해 방문하는 도쿄 맛집 정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처음에는 특별한 방법은 없었어요. 구글 지도에 올라온 식당 후기 외에도 ‘타베로그(食べログ)’라는 일본의 맛집 후기 사이트를 많이 참고했어요.
그런데 인스타를 계속하면서 정보가 오히려 저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제가 도쿄의 맛집을 알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저에게 가 볼 만한 식당을 추천해주시는 거예요. 그렇게 받은 리스트가 상당히 쌓였는데, 지금은 모두 찾아갈 시간이 없는 상황입니다.
Q. 취재 전에 사전 조사도 하시지요? 같은 곳을 여러 번 찾아가기도 하시나요?
어떤 메뉴가 있는지, 가게에 특별한 역사가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가요. 이미 정보는 머릿속에 다 있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으며 구체적인 내용을 더해 마무리하는 느낌이지요.
대표 메뉴가 여럿 있는 식당은 그 메뉴를 모두 먹어 보기 위해 여러 번 찾아요. 그래도 오랫동안 맛집을 다니다 보니 처음 가는 곳도 실패하는 경우가 적어졌어요. 물론 맛이 별로였다거나 서비스가 안 좋다거나 하는 곳은 소개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 본 맛집은 거의 다 올리는 느낌이에요.


북토크가열린 홍대 스페이스 결
Q. 취재는 혼자 다니시나요?
보통 혼자 식당을 다녀요. 많이들 좋아하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처럼 일본은 혼밥이 아주 편한 문화예요. 혼자 취재를 가면 신경 쓸 일도 별로 없어 편해요.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처럼 식사를 하며 머릿속에서 혼잣말을 엄청 많이 하고요. 그래도 종종 제가 취재하려는 식당에 가 보고 싶다는 지인이 있으면 함께 가기도 합니다.
Q.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에서는 식당 소개뿐만 아니라 거기서 먹을 수 있는 음식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에서는 본격적으로 일본 음식 문화사를 쓰셨고요. 음식의 역사, 문화도 따로 공부를 하시나요?
아무래도 제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어요. 예컨대 한국분들이 찌개라는 음식에 관해 외국인보다는 자연스럽게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인스타그램과 책에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인터넷과 책을 많이 찾아보면서 저절로 인풋이 늘어났어요. 그걸 바탕으로 제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최대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지요.
네모 작가의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와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Q. 한국인들은 (대개) 일본 음식을 ‘건강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라멘 같은 음식을 먹고 너무 짜다고 하기도 하지요. 이렇듯 외국인들이 일본 음식에 갖는 편견이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주실 수 있나요?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의 콘셉트가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인데요, 이 말을 바꿔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요. “모르고 먹으면 실망할 수 있다.” 제가 책을 쓴 이유도 모르고 먹었을 때 실망할 수 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동북아시아 3국인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짠 음식이 많아요. “한식은 맵고 짜고, 중식은 느끼하고 짜고, 일식은 그냥 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만하지요. 저도 라멘집에 가서 옆자리 한국분들이 너무 짜다고 하시는 걸 실제로 들은 적이 있어요. 일본 라멘도 지역마다 맛의 차이가 크긴 한데, 도쿄는 특히 짠 편이에요.
한국에서 국밥을 주문하면 간이 거의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먹는 사람이 기호에 맞게 간을 맞추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간이 다 되어서 나와요. 이런 식문화의 차이 때문에 일본 라멘이 많이 짜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도 간을 조절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주문할 때 “덜 짜게 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보통은 덜 짜게 간을 해서 줘요.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계시면 실망할 여지를 줄일 수 있잖아요. 저는 한국분들에게 이런 정보를 드려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일본의 카레 문화와 다양한 카레를 소개하고 있는 네모 작가
Q. 실제로 일본은 지역마다 음식 문화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그중 네모 작가님의 취향과 잘 맞는 지방은 어디인가요?
저는 규슈 음식을 좋아해요. 특히 치킨난반(チキン南蛮)을 좋아하는데요, 규슈에서 처음 치킨난반을 먹었을 때, 제가 지금껏 도쿄에서 먹었던 건 진짜 치킨난반이 아니었구나 알게 됐을 정도예요.
규슈 지방의 음식은 한국 음식과 통하는 면이 있어요. 돼지 뼈를 끓여서 육수를 내거나 닭고기를 잘 먹는 음식 문화가 있는 점에서요. 한국분들도 좋아하시는 돈코쓰라멘(豚骨ラーメン)도 규슈의 음식이니까요.
반대로 말하면 도쿄에서는 맛있는 돈코쓰라멘집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도쿄 사람들은 냄새가 강한 음식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도쿄에 제대로 돈코쓰라멘을 만드는 집이 생겨도 주변에서 냄새가 난다고 민원을 넣어서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같은 이유로 홋카이도의 명물인 수프 카레(スープカレー)를 도쿄에서 먹어도 그 맛이 안 나죠. 우동은 오사카에 가서 먹어야 더 맛이 있고요. 일본 음식은 확실히 본고장, 현지에서 먹을 때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럼에도 도쿄는 모든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평균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도시인 것은 분명하지만요.
저서에 사인 중인 네모 작가
Q. 그럼 도쿄를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스시와 소바가 아닐까 해요. 흔히 에도 3대 요리에 스시, 소바는 꼭 들어가고, 어떤 사람은 세 번째로 덴푸라를, 어떤 사람은 장어를 꼽아요.
한편 도쿄 음식의 전반적인 특징은 맛이 진하다, 간이 세다는 거예요. 규슈의 돈코쓰라멘이 간이 세다고 하시지만, 도쿄의 쇼유라멘(醤油ラーメン)은 그보다도 간이 더 센 편이에요. 생선, 고기조림을 할 때도 아주 진한 맛을 내고요.

스페이스 결에서 북토크에 준비한 소바와 카레
Q.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혹시 다른 지역에 관한 책을 쓰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여러 제안을 받았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다른 지역의 맛집을 도쿄처럼 잘 알지는 못하니까요. 제가 규슈 음식도, 홋카이도 음식도 좋아하지만, 한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야 이런 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의 개정판을 낸 것도 5년 전과 달라진 정보, 새로 생긴 정보를 전해 드리고 싶어서였어요.
Q. 다음 책을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여행에서 필요한 표현법이 담긴 실용 회화 책을 쓰고 있어요. 일본의 여러 식당에서 주문부터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직원에게 요청하는 법까지 일본어 회화를 알려드리는 책이에요.
예를 들어 일본어 교재에 일본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예문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쿠다사이.”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대부분의 일본 카페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어요. 대신 ‘아이스코히(アイスコーヒー)’를 팔고요, 이 아이스커피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다른 커피예요. 이렇게 한일 간의 차이를 잘 알려드리는 것이 제가 쓰는 어학서의 목적이에요.
라멘집에 가서 라멘을 좀 덜 짜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방법, 일본 고깃집 중에는 가위를 주지 않는 곳도 있는데요, 그럴 때 가위를 달라고 부탁하는 방법 등 일본을 여행하며 식사하실 때 실질적으로 쓰이는 회화와 정보, 주문 요령 등을 전해 드리려고 해요.

Q. 마지막으로 에디터가 ‘나폴리탄’을 좋아합니다. 도쿄의 나폴리탄 맛집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도쿄 신바시역 앞에 있는 ‘카페테라스 퐁뇌프(カフェテラス ポンヌフ)’라는 곳이에요. 신바시는 서울로 치면 을지로 같은, 회사원들이 많은 곳인데요, 퐁뇌프는 파스타 레스토랑이 아니라 깃사텐(きっさてん: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 찻집, 카페)입니다. 나폴리탄 같은 가정식은 보통 이런 깃사텐에서 먹을 수 있어요. 일부러 레트로를 연출한 게 아니라 정말 창업 몇십 년 된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맛집이에요.
カフェテラス ポンヌフ
주소: 2 Chome-20-15 Shinbashi, Minato City, Tokyo 105-0004 일본
https://maps.app.goo.gl/pPuUBpWhVuvby8zHA

인터뷰 | 신태진, 이은서 에디터
사진 | 신태진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을 쓴 네모 님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입니다. 그는 도쿄에 거주하는 일본인 미식 작가이며,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어로 도쿄 맛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한국어 작문 실력과 회화 실력은 국내에 출간된 두 권의 책으로 충분히 가늠할 만합니다. 번역서가 아니라 작가가 직접 한국어로 쓴 책이니까요.
올해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의 전면개정판을 낸 네모 작가는 지난 2024년 7월 말, 개정판 발간 기념 미식 북토크를 열기도 했습니다. 홍대의 루프탑 레스토랑 ‘스페이스 결’에서 열린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북토크는 준비된 좌석이 만석이라 추가로 의자를 가져올 만큼 뜨거운 열기로 진행됐습니다. 네모 작가의 일본 음식 강의, 북토크에서만 공개한 도쿄 맛집 정보는 물론, ‘스페이스 결’의 셰프가 소바와 카레를 재해석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던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브릭스 매거진에서는 네모 작가의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전면개정판 북토크에 참석하고 네모 작가와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고 어떤 이유로 한국의 팬들에게 도쿄 맛집을 소개해 주게 되었는지, 그가 보는 일본의 음식 문화는 어떠한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네모 작가님은 일본인으로서 한국어로 글을 쓰고 계십니다. 언제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게 되셨나요?
처음 한글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09년이었어요. 한국에 관심이 생겨 도쿄에서 책을 사서 독학으로 시작했다가 1년 반 정도 한국어 개인 교습을 받았어요. 그리고 2011년 서강대학교 어학당에 들어가 6개월 정도 공부했어요. 어학당은 총 6급까지 있는데요, 당시 3급으로 들어가 4급까지 오르고 수업을 마쳤어요.
Q. 한국인을 대상으로 인스타그램에 도쿄 맛집을 소개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강대학교 어학당을 나온 후, 1년간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SEOUL navi》라는 웹진에서 에디터로 일을 했어요. 《SEOUL navi》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그들의 언어로 서울의 여러 장소를 소개하는 잡지였는데요, 저는 한국에 오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글을 썼지요. 그때 같이 일하는 분들이 서울의 맛집을 많이 소개해 줬어요.
한국에서 더 지내고 싶었지만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아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아쉬운 마음도 있고, 애써 배운 한국어도 잊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SEOUL navi》에서 했던 것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제가 사는 도쿄로 여행을 오는 한국인들에게 도쿄의 맛집을 소개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한국에서 저에게 맛있는 식당을 소개해 준 분들에게 보답하자는 마음이었지요.
마침 2016년은 인스타그램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였기에 여러 채널 중 인스타그램을 택해 도쿄의 맛집을 소개해 드리게 되었어요. 반응이 아주 좋았죠. 한국어에 서툴 때인데, 제 글을 보시는 분들이 한국어 교정도 해주셔서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최근의 인스타는 눈에 띄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주목 받는 걸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그때 당시는 제가 쓴 글을 잘 읽어주는 팔로워님들이 많았어요. 저는 사진보다 글로 음식의 매력을 잘 전달하고 싶은 스타일이라서 지금 생각하면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5년 일찍 시작했거나 5년 늦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으면 지금처럼 인기를 끌고 한국에서 책을 낼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 같아요.
Q. 원래 맛집을 다니시는 걸 좋아하셨나요?
잡지 특성상 맛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SEOUL navi》에서 일할 당시에 선배들이 맛있다고 하는 곳은 그냥 따라갔었죠. 현지인에게 그 나라의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들으면서 문화권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맛있다고 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걸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전에도 맛집을 다니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학창 시절에 합주부였는데요, 도쿄 내 여러 지역으로 공연을 하러 다녔어요. 그러면 제가 나서서 합주부 친구들에게 다음 주말 공연 끝나면 라멘 먹으러 가자, 카레 먹으러 가자 자주 제안했었어요.) 왜 모임마다 맛집을 조사해 같이 가자고 리드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은 있잖아요. 그게 바로 저였던 거죠. 당시엔 인터넷도 지금처럼 발달했을 때가 아니라 다 잡지에서 얻은 맛집 정보들이었어요.
북토크를 진행 중인 네모 작가
Q. 취재를 위해 방문하는 도쿄 맛집 정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처음에는 특별한 방법은 없었어요. 구글 지도에 올라온 식당 후기 외에도 ‘타베로그(食べログ)’라는 일본의 맛집 후기 사이트를 많이 참고했어요.
그런데 인스타를 계속하면서 정보가 오히려 저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제가 도쿄의 맛집을 알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저에게 가 볼 만한 식당을 추천해주시는 거예요. 그렇게 받은 리스트가 상당히 쌓였는데, 지금은 모두 찾아갈 시간이 없는 상황입니다.
Q. 취재 전에 사전 조사도 하시지요? 같은 곳을 여러 번 찾아가기도 하시나요?
어떤 메뉴가 있는지, 가게에 특별한 역사가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가요. 이미 정보는 머릿속에 다 있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으며 구체적인 내용을 더해 마무리하는 느낌이지요.
대표 메뉴가 여럿 있는 식당은 그 메뉴를 모두 먹어 보기 위해 여러 번 찾아요. 그래도 오랫동안 맛집을 다니다 보니 처음 가는 곳도 실패하는 경우가 적어졌어요. 물론 맛이 별로였다거나 서비스가 안 좋다거나 하는 곳은 소개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 본 맛집은 거의 다 올리는 느낌이에요.
북토크가열린 홍대 스페이스 결
Q. 취재는 혼자 다니시나요?
보통 혼자 식당을 다녀요. 많이들 좋아하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처럼 일본은 혼밥이 아주 편한 문화예요. 혼자 취재를 가면 신경 쓸 일도 별로 없어 편해요.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처럼 식사를 하며 머릿속에서 혼잣말을 엄청 많이 하고요. 그래도 종종 제가 취재하려는 식당에 가 보고 싶다는 지인이 있으면 함께 가기도 합니다.
Q.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에서는 식당 소개뿐만 아니라 거기서 먹을 수 있는 음식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에서는 본격적으로 일본 음식 문화사를 쓰셨고요. 음식의 역사, 문화도 따로 공부를 하시나요?
아무래도 제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어요. 예컨대 한국분들이 찌개라는 음식에 관해 외국인보다는 자연스럽게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인스타그램과 책에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인터넷과 책을 많이 찾아보면서 저절로 인풋이 늘어났어요. 그걸 바탕으로 제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최대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지요.
Q. 한국인들은 (대개) 일본 음식을 ‘건강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라멘 같은 음식을 먹고 너무 짜다고 하기도 하지요. 이렇듯 외국인들이 일본 음식에 갖는 편견이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주실 수 있나요?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의 콘셉트가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인데요, 이 말을 바꿔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요. “모르고 먹으면 실망할 수 있다.” 제가 책을 쓴 이유도 모르고 먹었을 때 실망할 수 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동북아시아 3국인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짠 음식이 많아요. “한식은 맵고 짜고, 중식은 느끼하고 짜고, 일식은 그냥 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만하지요. 저도 라멘집에 가서 옆자리 한국분들이 너무 짜다고 하시는 걸 실제로 들은 적이 있어요. 일본 라멘도 지역마다 맛의 차이가 크긴 한데, 도쿄는 특히 짠 편이에요.
한국에서 국밥을 주문하면 간이 거의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먹는 사람이 기호에 맞게 간을 맞추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모든 간이 다 되어서 나와요. 이런 식문화의 차이 때문에 일본 라멘이 많이 짜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도 간을 조절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주문할 때 “덜 짜게 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보통은 덜 짜게 간을 해서 줘요.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계시면 실망할 여지를 줄일 수 있잖아요. 저는 한국분들에게 이런 정보를 드려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Q. 실제로 일본은 지역마다 음식 문화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그중 네모 작가님의 취향과 잘 맞는 지방은 어디인가요?
저는 규슈 음식을 좋아해요. 특히 치킨난반(チキン南蛮)을 좋아하는데요, 규슈에서 처음 치킨난반을 먹었을 때, 제가 지금껏 도쿄에서 먹었던 건 진짜 치킨난반이 아니었구나 알게 됐을 정도예요.
규슈 지방의 음식은 한국 음식과 통하는 면이 있어요. 돼지 뼈를 끓여서 육수를 내거나 닭고기를 잘 먹는 음식 문화가 있는 점에서요. 한국분들도 좋아하시는 돈코쓰라멘(豚骨ラーメン)도 규슈의 음식이니까요.
반대로 말하면 도쿄에서는 맛있는 돈코쓰라멘집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도쿄 사람들은 냄새가 강한 음식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도쿄에 제대로 돈코쓰라멘을 만드는 집이 생겨도 주변에서 냄새가 난다고 민원을 넣어서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같은 이유로 홋카이도의 명물인 수프 카레(スープカレー)를 도쿄에서 먹어도 그 맛이 안 나죠. 우동은 오사카에 가서 먹어야 더 맛이 있고요. 일본 음식은 확실히 본고장, 현지에서 먹을 때 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럼에도 도쿄는 모든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평균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도시인 것은 분명하지만요.
Q. 그럼 도쿄를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스시와 소바가 아닐까 해요. 흔히 에도 3대 요리에 스시, 소바는 꼭 들어가고, 어떤 사람은 세 번째로 덴푸라를, 어떤 사람은 장어를 꼽아요.
한편 도쿄 음식의 전반적인 특징은 맛이 진하다, 간이 세다는 거예요. 규슈의 돈코쓰라멘이 간이 세다고 하시지만, 도쿄의 쇼유라멘(醤油ラーメン)은 그보다도 간이 더 센 편이에요. 생선, 고기조림을 할 때도 아주 진한 맛을 내고요.
Q.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혹시 다른 지역에 관한 책을 쓰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여러 제안을 받았는데 모두 거절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다른 지역의 맛집을 도쿄처럼 잘 알지는 못하니까요. 제가 규슈 음식도, 홋카이도 음식도 좋아하지만, 한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야 이런 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의 개정판을 낸 것도 5년 전과 달라진 정보, 새로 생긴 정보를 전해 드리고 싶어서였어요.
Q. 다음 책을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여행에서 필요한 표현법이 담긴 실용 회화 책을 쓰고 있어요. 일본의 여러 식당에서 주문부터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직원에게 요청하는 법까지 일본어 회화를 알려드리는 책이에요.
예를 들어 일본어 교재에 일본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예문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쿠다사이.”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대부분의 일본 카페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어요. 대신 ‘아이스코히(アイスコーヒー)’를 팔고요, 이 아이스커피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다른 커피예요. 이렇게 한일 간의 차이를 잘 알려드리는 것이 제가 쓰는 어학서의 목적이에요.
라멘집에 가서 라멘을 좀 덜 짜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방법, 일본 고깃집 중에는 가위를 주지 않는 곳도 있는데요, 그럴 때 가위를 달라고 부탁하는 방법 등 일본을 여행하며 식사하실 때 실질적으로 쓰이는 회화와 정보, 주문 요령 등을 전해 드리려고 해요.
Q. 마지막으로 에디터가 ‘나폴리탄’을 좋아합니다. 도쿄의 나폴리탄 맛집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도쿄 신바시역 앞에 있는 ‘카페테라스 퐁뇌프(カフェテラス ポンヌフ)’라는 곳이에요. 신바시는 서울로 치면 을지로 같은, 회사원들이 많은 곳인데요, 퐁뇌프는 파스타 레스토랑이 아니라 깃사텐(きっさてん: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 찻집, 카페)입니다. 나폴리탄 같은 가정식은 보통 이런 깃사텐에서 먹을 수 있어요. 일부러 레트로를 연출한 게 아니라 정말 창업 몇십 년 된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맛집이에요.
인터뷰 | 신태진, 이은서 에디터
사진 |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