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르부카의 리듬을 타고 - 퍼쿠션 연주자 성현구

2022-11-07

‘계피자매’라는 여성 듀오가 있습니다. 다르부카와 허디거디라는 이색적인 악기를 연주하며 국내에선 흔치 않은 음악을 들려주는 팀입니다. 최근 계피자매 소속의 성현구 씨가 두 번째 개인 싱글을 냈습니다. 퍼쿠션 연주자이자 송 라이터인 그를 만나 흥미로운 중동 타악기와 진솔한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4e23ac3f6fbe7.jpg퍼쿠션 연주자이자 송 라이터 성현구



저는 타악기 연주자 성현구입니다

한국 사물놀이처럼 북아프리카나 아랍 문화권에서 연주되는 타악기 세트가 있어요. 저는 다르부카, 프레임 드럼, 리크 같은 중동 악기들을 터키식으로 연주합니다. 터키 여행을 하며 연주를 배웠거든요.

 

타악기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때였어요. 풍물동아리에서 꽹과리를 연주했는데, 어느 날 ‘노리단’과 ‘공명’이라는 타악 그룹 공연을 보게 된 거예요. 나도 저런 멋있는 거 하고 싶어, 노리단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지요. 그런데 깜빡하고 오디션장에 꽹과리를 안 가져간 거예요. 어쩔 수 없이 정말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런 말로 때웠는데, 다행히 합격시켜 주셨어요.

 

노리단은 재활용품으로 친환경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팀이에요. 사회적 기업이라 월급도 나왔어요. 거기서 3년 정도 활동한 뒤 열아홉 살 나이에 남사당패에 들어갔어요. 연주 자체가 너무 즐거워서 연주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곳을 찾아간 거였어요. 계속 악기와 함께하고 싶다는 게 제 인생 가장 큰 목표였지요.

 

6f9e0f6126e1d.jpg다르부카 연주



내 음악을 하고 싶어. 근데 그게 뭐지?

스물세 살에 ‘더 튠’이란 팀에 속한 후 퍼커션 연주자로 제법 오래 활동했어요. 더 튠은 현재 외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팀인데, 거기는 국악 기반이라 차츰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찾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고, 대안학교도 같이 다녔고, 노리단 활동도 같이한 두 살 터울 언니가 있어요. 당시 ‘너머’라는 아이리시 밴드 소속이던 언니는 허디거디라는 악기를 주로 연주하는데, 제 악기와 언니 악기를 섞으면 재밌는 음악이 나올 것 같았어요. 2016년인가, 우리 팀을 만들까? 전화를 걸었지요. 즉흥적이었지만 언니하고 함께하면 뭔가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계피자매’가 결성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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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악기는 음색이 참 잘 어울렸어요. 아는 리듬도 별로 없고 연주도 지금보다 더 어리숙했지만, 몹시 신 나기만 했죠. 그러다가 곡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둘 다 작곡은 처음이었죠. 멜로디가 가능한 현악기 허디거디로 곡을 쓰다가 나중에는 제 타악기로도 음악을 만들었어요. 연주를 녹음하고 정리하면서 악보 쓰고 읽는 것도 배웠고요.

 

저흰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해서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마음이 동하면 하고 동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요. 둘 다 능수능란하게 곡을 써내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뭘 하다 보면 그게 재밌어지고, 그걸 좀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다른 악기라든가, 음악적인 이론이라든가, 프로그램이라든가 새로운 걸 시도하며 익히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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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임 드럼 연주



바디퍼커션이라고 아세요?

저희 계피자매를 비롯한 다섯 명이 ‘녹녹’이라는 바디퍼커션 그룹 활동을 하고 있어요. 바디퍼커션은 발을 구르고 손뼉도 치고 몸을 두드리면서 하는 연주를 말해요. 손, 발, 다리, 몸통, 모두 두드리면 다른 소리가 나잖아요. 우리 몸이 여러 소리를 내는 리듬악기가 되는 거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가끔 멜로디 악기도 곁들여 공연을 하고요.

 

녹녹의 철학은 각자 다른 몸이 있고, 그 몸을 어떤 형태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악기로 인지하면서 다양한 소리로 화합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에요. 만약 누군가 악기 연주를 하고 싶은데 악보도 볼 줄 모르고 리듬을 익히기도 어렵다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내 몸을 두드리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어요. 제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처럼요. 눈앞에서 펼쳐지고 귀로 들리는 음악의 스펙터클에 감동을 받는 게 먼저이고, 음악이다 아니다, 어떤 장르의 음악이다, 그런 구분은 없는 거지요.

 

녹녹의 바디퍼커션 영상



이제 제가 연주하는 악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저는 다르부카, 리크, 프레임 드럼이라는 세 악기를 중심으로 연주하고 있어요. 다르부카는 젬베 비슷하게 생긴 악기인데 검지와 약지로 연주하는 게 특징이고, 소리가 아주 부드러워요. 부드러운 서사를 만들어 낼 수 있지요. 리크는 탬버린처럼 생긴 악기예요. 림이 아니라 징글을 직접 두들겨서 소리를 내요. 프레임 드럼은 아시아, 유럽에서 폭넓게 쓰이는 동그랗고 큰 베이스 악기예요. 이 세 악기가 각자 역할이 달라 익히는 재미가 있고, 한 곡 안에 잘 배치하면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좋아하는 악기는 다르부카예요. 이스탄불 여행을 갔다가 라키 댄지거Raquy Danziger라는 연주자에게 다르부카를 배웠어요. 이스탄불에 사는 미국인인데, 다르부카 연주자로 아주 유명한 분이에요. 그분이 오스트리아에 사는 안나, 캐나다에 사는 레이디 브루스, 서울에 사는 저까지 네 사람을 모아 ‘레이디스 오브 둠Ladies of DUM’이라는 여성 다르부카 팀을 만들었어요.

 

42383b4a29652.jpg3163b871e61d9.jpgbd1232a302284.jpg다르부카, 프레임 드럼, 리크


지난 5월, 이스탄불에서 레이디스 오브 둠의 공연이 있어 다녀왔어요. 요즘은 한국에서도 포스터 붙이는 거 잘 안 하는데 다른 나라 길거리에서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지요. 계피자매 공연을 하면 관객이 별로 없거든요? 터키까지 가서 공연을 했는데 거기도 비슷하게 관객이 없어 오히려 익숙하고 재미있더라고요.


계피 자매가 즐겁게, 오랫동안 지속할 팀이라면, 레이디스 오브 둠은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세상에 나가 만난 사람들과 만든 팀이라 도전이고 성취예요. 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에너지가 좋아요. 각자 목표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고요.


레이디스 오브 둠

 


퍼쿠션 연주자이자 송 라이터로

광명시 철산4동에 18년 된 넝쿨 도서관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2020년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문을 닫았어요. 처음 도서관을 지은 건 저소득층 가구 아이들을 챙기자는 자발적인 움직임 때문이었어요. 제 친구 어머니께서 거기 관장으로 계셔서 저도 10대, 20대 때 그곳과 인연이 많았어요. 그런 장소가 없어지는 게 안타까워 제 방식대로 그곳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타악기 연주가 아니라 노랫말이 있는 곡을 만든 거지요. 그게 〈열여덟 넝쿨〉이라는 곡이에요. 노래는 정우 씨가 불러 주었고, 넝쿨 도서관을 기억하는 분들께 좋은 선물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성현구, 〈열여덟 넝쿨〉 


이번에 새로 발표한 두 번째 싱글 〈작은 땅〉은 저와 제 친구들이 30대에 접어들면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곡이에요. 우리가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닌데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작아질 때가 많잖아요. 세상과 나의 흐름이 너무 다른 것 같고요. 한 친구가 지금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꿈 크기가 줄어든다는 말을 했어요. 그 말에 정말 마음이 아팠지요.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노래곡이지만 저는 노래를 못 부르니까 작곡 외에는 탬버린만 쳤어요.

 

성현구, 〈작은 땅〉


저는 주로 리듬 연주를 하지만, 음악이라는 세계는 표현 방식이 다양해 많은 걸 시도해 볼 수 있어요. 노래도 부르지 않으면서 싱글 앨범을 낸 것도 그 일환이었고요. 지금의 저로서는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만큼 노력해서 만든 곡이에요. 12월 말에는 계피자매의 새 앨범이 나와요. 〈작은 땅〉, 〈열여덟 넝쿨〉을 들어 보시고 제 음악 활동에 관심이 가신다면 그 앨범도 기쁘게 기대해 주세요.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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