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울릉도에 있는 독도 굿즈샵, 독도문방구

2023-03-20

독도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섬이지만, 사실 조금은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진짜 울릉도에 있는 독도문방구에서는 많은 사람이 독도를 일상적으로 가까이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예쁘고 유익한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는데요, 마침 고양시의 한 쇼핑몰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 독도문방구 김민정 대표를 만나 울릉도에 사는 이야기, 울릉도 유일의 굿즈샵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독도문방구의 김민정 대표



다시 울릉도로

울릉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았어요. 울릉도에선 “유학 보낸다”고 하는데, 고모 집이 있는 부산으로 나와 대학까지 다녔고요. 계속 고모 집에 얹혀살 수 없어 중학교 때 엄마도 부산으로 나오시고 아버지 혼자 계속 울릉도에 계셨어요.


제가 대학 졸업하던 때가 마침 모든 벤처기업 돈이 다 영화에 투자된다는 이야기가 돌 만큼 한국 영화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오는, 한국 영화 붐이 시작되던 때였어요. 〈친구〉가 7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부산이 영화의 메카라는 자부심도 있던 때였고, 부산국제영화제도 자리를 잡았지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는데 허우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같은 작가주의 영화들에 빠져 부천, 전주, 제천 등 전국의 영화제와 상영회를 찾아다녔어요. 영화에 미쳐 지내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 마케팅 회사에 입사하게 됐고요. 


집세, 생활비 하면 딱 떨어지는 얼마 안 되는 월급으로 서울 생활 10년.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장기적으로 내가 이 바닥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 미래가 안 보이더라고요. 다니던 직장에서 수개월째 월급도 못 받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엄마가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에 있는 게 싫으시다고 노년엔 울릉도에서 살기를 바라셨어요. 혼자는 못 가시겠다고 저보고 같이 들어가서 장사나 하며 살자고 하셨어요. 내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일 년 정도 울릉도에서 쉬자 싶었어요. 그게 2008년에서 2009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었어요.


독도문방구 팝업스토어에서



오래된 집을 고치며

엄마가 오래된 집을 고치며 의욕적으로 장사를 시작하셨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울릉도에 찾아오는 관광객 대부분이 패키지여행을 온 어르신들이었어요. 효도 관광 같은 거지요. 처음에는 멀미약이나 음료수라도 팔아 보자 마음이 바쁘셨어요. 반면 저는 의욕이라곤 하나도 없었죠. 그런 느낌 있잖아요, 실패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패배했다는 마음에 짓눌려 있었어요. “쟤는 서울에 취직했다더니 왜 도로 들어왔어?”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기만 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더라고요. 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마을 어른들은 제가 몇 살 때 뭐 했다는 것까지 다 기억하고 계셨어요. 서울에서 영화 한다더니 왜 들어왔어, 그런 시선이 두려워 1년 넘게 가게와 집만 오가며 살았어요. 그렇게 울릉도에서 1년을 지내다 남편을 만나 바로 결혼하게 되었고요.


살림한다며 집에 있으면서 바로 임신을 하고 완전히 4~5년간 경력단절 여성으로 살았어요. 결혼하고 한 3년 지났을까, 그때쯤 ‘로컬’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전국적으로 제주 이민이 열풍이 되었지요. 한 해에만 2만 명이 지역으로 내려갔다고 하는 뉴스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울릉도는 그런 시도가 전혀 없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있던 오징어 가게, 나물가게, 식당 들이 거의 그대로였지요.


일 년에 한두 번 각 교육청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독도 체험 행사라며 많게는 수백 명 울릉도로 와요. 아이들 관광 코스에서도 딱히 갈 데가 없으니까 마지막엔 나물, 건어물 판매장으로 들어가요. 아이들이 엄마에게 “오징어 사 갈까?” 전화하고 특산품 같은 걸 사가는 거지요. 독도까지 왔다 가는데 기념할 만한 게 전혀 없었어요.


울릉도에 있는 독도문방구 매장 모습 / 독도문방구 제공



독도문방구

독도 기념품이라고 태극기 그려지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흔한 디자인을 취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냥 이거 예쁘다, 싶은 기념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울릉도, 독도에서는 애국심을 내보이기 위한 정치적인 행사들이 많이 열려요. 삼일절, 광복절에 이런저런 단체에서 와서 태극기 흔들고 쓰레기 줍고 궐기 대회 하고 가는 경우도 많지요.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행사들이 너무 구태의연하니까 관심도 없고 오히려 시끄럽다고 싫어하더라고요. 독도를 사랑하는 방식이 모여서 태극기를 흔드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순수하게 독도라는 여행지를 좋아하는 방법은 일상에서 함께하는 거지요. 그래서 평소에도 가까이 놓고 볼 수 있는 감각적인 기념품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게 됐어요.


독도문방구의 독도 굿즈들


처음에는 제대로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어요. 독도 일러스트가 그려진 노트, 기념 볼펜, 물병 등 네 종류밖에 없었어요.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하던 친구들이 있었고 제가 포스터나 영화 전단 등은 수없이 만들었던지라 디자인하고 인쇄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종류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손님이 많았어요. 경제적인 여건상 무턱대고 여러 가지를 만들어 댈 수는 없었지만요. 그래서 지원 사업을 알아보게 됐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마침 지원센터에서 “이제 동해안이나 울릉도에서도 사회적 기업이 하나 나오면 의미가 있겠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고 해요. 때마침 제가 멘토링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에 서류를 낸 것이고요. 울릉도에서 지원 사업에 관해 문의하고 서류를 낸 사람이 그간 저밖에 없었다고 해요. 울릉도 최초였던 거지요.


독도문방구의 독도 굿즈들


게다가 결혼하고 집에 주저앉았던 4~5년간이 저에게는 힘든 시기였지만,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보니 제가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거예요! 육지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원래 주민. 40세 미만 청년. 경력단절 여성이었다가 창업. 


실패해서 고향으로 돌아왔을 뿐이라 생각했는데 서류에 쓰기에는 제가 타이틀 좋은 사람이었더라고요. 씁쓸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기도 했지요. 창업한 해에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는 상도 다 받고 여기저기 인터뷰도 많이 했어요. 내가 진짜 사업해야 할 사람이었나 자부심이 생기기도 했고요.


코로나 시기도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되었어요. 해외여행을 못 가니까 울릉도, 독도에 여행 오시는 분들이 늘어났거든요. 캠핑객도 많고 스쿠버다이빙하는 분들도 많고. 그래서 준비도 더 많이 하고 상품도 더 다양하게 구비해야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코로나도 한풀 꺾이고 다시 해외로 나가시는 분들이 늘어나겠지요. 한 해 한 해 제가 어떻게 될 거라는 예측을 못하겠어요.


독도문방구의 독도 굿즈들



독도문방구 팝업스토어

울릉도는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정말 극과 극인 곳이에요. 늦어도 10월 정도까지만 관광객이 있고, 점점 바다 날씨가 안 좋아지는 12월부터는 주민들조차 밖을 잘 안 다녀요. 아이들 방학이 되는 겨울 세 달 정도는 독도문방구도 방학을 합니다.


겨울 방학도 됐는데 마침 스타필드에서 신학기 및 삼일절을 맞아 ‘독도문방구’를 기획전에 초대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습니다. 덕분에 2월 18일부터 3월 7일까지 고양시에 있는 스타필드에서 팝업스토어도 열게 되었어요.


감회라고 한다면, “역시 도시는 무섭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조바심이 났고, 너무 무모하게 도전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언제 내가 이런 큰 쇼핑몰에 입점하거나 판매해 볼 수 있겠나? 경험 삼아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울릉도에 있는 독도문방구 매장 모습 / 독도문방구 제공



현실의 섬, 독도

사람들이 독도를 어떻게 느끼는지 팝업 스토어를 열며 더 알게 된 것도 있어요. 독도문방구라고 하니까 찾아오시는 분들이 다들 실재하는 문방구라는 생각을 전혀 못하시더라고요. 제가 전단지를 보여 드리고 울릉도에 관해 설명해 드려도 삼일절을 맞아 어느 기업에서 운영하는 홍보관 정도로 여기시더라고요.


울릉도 주민이란 존재를 도시에선 실감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애국심이란 걸 빼면, 독도는 환상만 남아 있는 것 아닌가 외국보다 더 거리감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의 섬이 아니라는 느낌? 이런 괴리감을 바꿔나가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는 다짐도 했고요.


독도문방구의 독도 굿즈들


사실 울릉도에 관한 정보가 너무 없기는 해요. 단체 관광 위주로 관광버스 타고 이동하는 데만 치중해 있지요. 발품은 좀 팔아야 하지만, 울릉도에서 자연 속 캠핑을 즐기시면 동남아 어떤 바다보다 아름다운 물빛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울릉도는 자연이 살아 있는 색다른 여행지예요. 캠핑장도 거의 1만 원, 2만 원 정도로 저렴하고 시설도 좋아요.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세계적인 건축상을 받은 리조트도 생겼어요.


울릉도에서 유명한 홍합밥, 따개비 칼국수, 몸에 좋다고 ‘약소’라고 하는 울릉도 한우 구이 같은 것도 드셔 보시고, 환상이 아닌 현실의 독도도 구경해 보셨으면 해요. 그리고 이 여행을 기념할 만한 뭔가를 가져가고 싶다 생각되시면 저희 독도문방구에 들러주세요.





인터뷰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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