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서른 번 넘게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을 했어요. 사람들이 내 노래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 걸까 생각해 봤는데, 한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제 노래를 들으면 저와 대화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대화를 통해 자기를 만난다고. 그 말이 정말 좋았어요. 가끔 누군가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사람에게 지금 이 노래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노래를 들려주는 행위는 한편으로 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반대로 듣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을지 알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주변 친구들에게 나 이런 작은 공연을 하려고 하는데 관객이 되어 달라 했어요. 그렇게 다섯 번쯤 공연을 하고 나서 신청을 받았어요. 그 공연을 경험하고 좋았던 분이 다른 사람에게 공연을 선물하고 싶다고 해서 스스로 책정한 공연비를 보내 준 적도 있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대관하고서 저를 그 공간으로 초대해 주시기도 하고. 코로나 시기라 공연이 많이 없어졌고, 공연이 없으면 마음이 힘들어요.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도 당신을 위한 진짜 작은 콘서트, 〈노래 속의 대화〉는 제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안심을 주었어요.
시와의 〈노래 속의 대화〉
SNS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시와의 음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매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SNS가 잘 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 누가 사정을 물어보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인데다, SNS에서는 매력적인 자신을 드러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뭐가 매력적인지도 모르니까요. 제 마음이 별일 없이 평화롭다 싶을 때 SNS에 소식을 올려요.
의무감도 있어요. 하지만 의무감 때문에 억지로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면 오히려 정말 안 하게 돼요.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을 때 해요. 처음에는 올리는 요일, 시간도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그냥 올리고 싶을 때 올려요. 시간대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니까요.
'시와'라는 이름
일단 제가 지은, 제가 선택한 이름이라는 점이 좋아요. 지금 저를 아는 99% 사람들이 저를 시와라고 불러요.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그냥 내 이름으로 느껴져요. 저는 이름에 대한 질문을 그렇게 많이 받을지 몰랐어요. 제가 좋아하던 맥주 바였다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웃어요. 그래서 좋아요. 훨씬 더 진지한 뭔가를 기대하거나 상상했다가 맥주 바였구나, 맥주를 좋아하는구나 하며 웃음이 터질 때, 그 장면이 좋아요. 뭔가 허물어진 느낌.
교사에서 전업 음악가로
이제 보니, 제가 되게 엄격한 사람인가 봐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용납이 안 됐어요. 더구나 당시 제 직업이 특수교사이다 보니 온전히 이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몇 년 지나서 보니까 교사인데 음악 하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오히려 학교에서 격려를 받으면서요. 그래도 저는 사직서를 낸 후에야 음악 때문에 일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이래도 되나 싶던 생각에서 홀가분해졌어요. 물론 경제적인 불안이 있었지요. 다행히 먹고 살고는 있지만 계속 불안하기는 해요.
안전한 공간, 안전한 사람
꿈에 자주 나오는 친구가 있어요. 음악가 친구인데 한동안은 왜 자꾸 나오지 궁금해하기만 했어요. 내 속에 있는 것만 꿈에 등장한다고 하지요. 꿈속 그 친구는 제가 바라보는 그 사람의 모습이겠고요. 최근 기타로만 녹음하면 성의 없는 게 아닐까 고민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때 저도 모르게 그 친구가 저를 그렇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고 있었나 봐요. 그 친구가 저더러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것 같고, 더 할 수 있는데 안 한다고 말할 것 같고, 저 스스로 하고 있던 말이 꿈속에서 그 친구의 말로 나타나고 있었던 거예요.
이번 책에서 〈다녀왔습니다〉라는 노래에 관해 쓰며 계속 나에게 안전한 공간을 찾고 안전한 사람을 찾는다고 했는데, 저는 저한테 그런 사람이 돼 주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걸 알았으니까 여기서부터 시작이겠지요. 이걸 알아차리기 전까지 저는 뭐랄까, 힘든 상황을 대면하고 싶지 않았어요. 애쓰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지내야지, 그냥 제일 자연스러운 상태로 지내야지. 그런 한편 애쓰지 않는 저를 나쁘게 보는 마음이 있었던 거고요. 이제 제가 애써야 할 일은 그 마음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거겠지요.
음악을 만드는 일, 음반을 기획하는 일
앨범 작업은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습니다. 작곡은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런데 음반을 기획하는 일은 좀 다른 것 같아요. 3월 중순에 콘텐츠 진흥원에서 앨범 제작 지원사업을 벌였어요. 지원서 양식을 보면 대중음악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청자를 몇 명 확보할지, 차트에 들어갈 여지가 있는지. 저는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곡이야 마감을 정해 놓으면 어떻게든 쓰겠지요. 하지만 제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 말고 사람들이 제 음악에 사랑과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 같은 구체적인 사안들을 고민하는 것이 기획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전한 공간에서 만나요
제가 누군가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때가 있다고 했잖아요. 제 요가 선생님이 겪었던 어떤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선생님한테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 초대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작은 공간에서 마이크 없이 노래하려고요. 큰 무대에 서는 만족감도 있지만, 제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고 싶은 욕구도 있어요.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 이렇게 제가 이야기하듯 노래를 들려드리는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요.
시와의 노래가 평온을 준다는 것
편안하다, 평온을 준다, 그런 평에 저도 신경을 써요. 평온은 저에게도 필요하니까요. 제가 필요하니까 결국은 사람들에게도 주고 싶은 거 아닐까요? 모든 노래의 시작은 제가 갖고 싶은 마음을 담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써 놓은 글을 읽으면서 마치 나의 이야기 같다고 공감하는 것처럼 저도 제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들려드리면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라고 느끼기도 하겠지요. 저는 그런 순간만 바라고 있어요. 제가 평온을 주겠다, 위로를 주겠다, 하면서 노래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게 마음이 만나는 우연이 있을 거라 믿는 거지요.
음악을 만들 때는 확실히 제 마음을 위해서 애쓰는데, 노래를 부를 때는 듣는 분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가 닿는지, 어떻게 닿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을 위해서 노래하고 있고, 그게 마음에 들어요.
나는 노래하는 시와로 산다 - 뮤지션 '시와' 인터뷰 #1 먼저 읽기
당신을 위한 진짜 작은 콘서트, 〈노래 속의 대화〉
2020년에 서른 번 넘게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을 했어요. 사람들이 내 노래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 걸까 생각해 봤는데, 한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제 노래를 들으면 저와 대화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대화를 통해 자기를 만난다고. 그 말이 정말 좋았어요. 가끔 누군가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사람에게 지금 이 노래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노래를 들려주는 행위는 한편으로 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반대로 듣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을지 알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주변 친구들에게 나 이런 작은 공연을 하려고 하는데 관객이 되어 달라 했어요. 그렇게 다섯 번쯤 공연을 하고 나서 신청을 받았어요. 그 공연을 경험하고 좋았던 분이 다른 사람에게 공연을 선물하고 싶다고 해서 스스로 책정한 공연비를 보내 준 적도 있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대관하고서 저를 그 공간으로 초대해 주시기도 하고. 코로나 시기라 공연이 많이 없어졌고, 공연이 없으면 마음이 힘들어요.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도 당신을 위한 진짜 작은 콘서트, 〈노래 속의 대화〉는 제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안심을 주었어요.
시와의 〈노래 속의 대화〉
SNS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시와의 음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매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SNS가 잘 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 누가 사정을 물어보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인데다, SNS에서는 매력적인 자신을 드러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뭐가 매력적인지도 모르니까요. 제 마음이 별일 없이 평화롭다 싶을 때 SNS에 소식을 올려요.
의무감도 있어요. 하지만 의무감 때문에 억지로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면 오히려 정말 안 하게 돼요.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을 때 해요. 처음에는 올리는 요일, 시간도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그냥 올리고 싶을 때 올려요. 시간대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니까요.
'시와'라는 이름
일단 제가 지은, 제가 선택한 이름이라는 점이 좋아요. 지금 저를 아는 99% 사람들이 저를 시와라고 불러요.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그냥 내 이름으로 느껴져요. 저는 이름에 대한 질문을 그렇게 많이 받을지 몰랐어요. 제가 좋아하던 맥주 바였다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웃어요. 그래서 좋아요. 훨씬 더 진지한 뭔가를 기대하거나 상상했다가 맥주 바였구나, 맥주를 좋아하는구나 하며 웃음이 터질 때, 그 장면이 좋아요. 뭔가 허물어진 느낌.
교사에서 전업 음악가로
이제 보니, 제가 되게 엄격한 사람인가 봐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용납이 안 됐어요. 더구나 당시 제 직업이 특수교사이다 보니 온전히 이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몇 년 지나서 보니까 교사인데 음악 하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오히려 학교에서 격려를 받으면서요. 그래도 저는 사직서를 낸 후에야 음악 때문에 일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이래도 되나 싶던 생각에서 홀가분해졌어요. 물론 경제적인 불안이 있었지요. 다행히 먹고 살고는 있지만 계속 불안하기는 해요.
안전한 공간, 안전한 사람
꿈에 자주 나오는 친구가 있어요. 음악가 친구인데 한동안은 왜 자꾸 나오지 궁금해하기만 했어요. 내 속에 있는 것만 꿈에 등장한다고 하지요. 꿈속 그 친구는 제가 바라보는 그 사람의 모습이겠고요. 최근 기타로만 녹음하면 성의 없는 게 아닐까 고민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때 저도 모르게 그 친구가 저를 그렇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고 있었나 봐요. 그 친구가 저더러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것 같고, 더 할 수 있는데 안 한다고 말할 것 같고, 저 스스로 하고 있던 말이 꿈속에서 그 친구의 말로 나타나고 있었던 거예요.
이번 책에서 〈다녀왔습니다〉라는 노래에 관해 쓰며 계속 나에게 안전한 공간을 찾고 안전한 사람을 찾는다고 했는데, 저는 저한테 그런 사람이 돼 주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걸 알았으니까 여기서부터 시작이겠지요. 이걸 알아차리기 전까지 저는 뭐랄까, 힘든 상황을 대면하고 싶지 않았어요. 애쓰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지내야지, 그냥 제일 자연스러운 상태로 지내야지. 그런 한편 애쓰지 않는 저를 나쁘게 보는 마음이 있었던 거고요. 이제 제가 애써야 할 일은 그 마음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거겠지요.
음악을 만드는 일, 음반을 기획하는 일
앨범 작업은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습니다. 작곡은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되니까요. 그런데 음반을 기획하는 일은 좀 다른 것 같아요. 3월 중순에 콘텐츠 진흥원에서 앨범 제작 지원사업을 벌였어요. 지원서 양식을 보면 대중음악을 산업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청자를 몇 명 확보할지, 차트에 들어갈 여지가 있는지. 저는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곡이야 마감을 정해 놓으면 어떻게든 쓰겠지요. 하지만 제가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 말고 사람들이 제 음악에 사랑과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 같은 구체적인 사안들을 고민하는 것이 기획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전한 공간에서 만나요
제가 누군가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때가 있다고 했잖아요. 제 요가 선생님이 겪었던 어떤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선생님한테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다른 사람들 초대하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작은 공간에서 마이크 없이 노래하려고요. 큰 무대에 서는 만족감도 있지만, 제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고 싶은 욕구도 있어요.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 이렇게 제가 이야기하듯 노래를 들려드리는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요.
시와의 노래가 평온을 준다는 것
편안하다, 평온을 준다, 그런 평에 저도 신경을 써요. 평온은 저에게도 필요하니까요. 제가 필요하니까 결국은 사람들에게도 주고 싶은 거 아닐까요? 모든 노래의 시작은 제가 갖고 싶은 마음을 담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써 놓은 글을 읽으면서 마치 나의 이야기 같다고 공감하는 것처럼 저도 제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들려드리면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라고 느끼기도 하겠지요. 저는 그런 순간만 바라고 있어요. 제가 평온을 주겠다, 위로를 주겠다, 하면서 노래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게 마음이 만나는 우연이 있을 거라 믿는 거지요.
음악을 만들 때는 확실히 제 마음을 위해서 애쓰는데, 노래를 부를 때는 듣는 분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가 닿는지, 어떻게 닿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을 위해서 노래하고 있고, 그게 마음에 들어요.
인터뷰 이주호, 신태진
장소협조 본지르르 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