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를 시작 후 2년이 지나 국내외 맥주 대회에서 연달아 수상한 브루어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라이징 스타, 실력과 맛으로 인정 받은 버블 케미스트리입니다. 크래프트 맥주도 '로컬 푸드'라는 생각 하에 쌀이 들어간 맥주 등 국내 식재료에 맞는 다양한 맥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양조장인데요, 브릭스 매거진에서 버블 케미스트리 조준휘 대표를 만나 '원칙과 과학'이라는 회사의 모토, 그리고 그들의 맥주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버블 케미스트리 조준휘 대표
Q. 버블 케미스트리, 어떤 의미인가요?
맥주뿐 아니라 모든 술이 발효될 때 당이 알코올로 변화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때 나오는 부산물이 탄산가스예요. 모든 술은 버블을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은 화학이고요. ‘버블 케미스트리’라는 이름에는 과학과 원칙에 입각해서 술을 만들겠다는 저희 목표와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Q. 버블과 케미스트리가 과학이라면, 원칙은 무엇인가요?
원칙에 충실한 맥주를 만든다는 것이지요. 저희 원칙은 원수부터 각 맥주의 종류에 맞는 PH, 미네랄을 조정하는 일이에요. 바이젠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바이에른 지방과 쾰시를 생산하는 쾰른 지방과 필스너를 생산하는 체코는 물이 달라요. 맥주 맛을 살리려면 그 지방의 물을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쓰는 지역 맥주를 만들겠다면 물의 미네랄 농도를 거기에 맞춰줘야 해요. 그런 면에서 한국의 수돗물은 정말 순수하다고 할 수 있어요. 아무것도 안 들어 있어서 미네랄을 섞으면서 독일 물도 만들고, 체코 물도 만들고, 미국 물도 만들 수 있어요.
물이 맥주 양주의 시작이라면 마지막은 PH와 산소 농도예요. 용존 산소량이라고 하지요. 산소 덕에 생명체가 살아 갈 수 있지만 또 반면 산소는 모든 물질을 썩게 해요. 어떤 음식이든 산소를 만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 과정까지 완벽하게 제어하는 게 저희가 말하는 원칙입니다.
물의 PH, 미네랄 농도를 맞추는 버블 케미스트리 양조장 내 랩(Lab)
Q. 맥주 양조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 15년 된 것 같네요. 이태원 맥파이에서 맥주를 마시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수제 펍에서 IPA를 처음 접하고 맥주 맛에 입문하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이런 맥주가 있구나, 알아보고 공부해 보다가 홈브루잉을 시도하게 됐지요.
국내 많은 양조장들이 그렇듯 저희 역시 홈브루잉이 시작이었어요. 저는 흠브루잉 이후 국내 교육 과정을 밟는 수준으로 끝을 냈지만, 저희 헤드 브루어 김무경 이사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 유학까지 다녀왔어요. 집에서 술을 만드시는 분들은 대부분 막걸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처음부터 맥주였어요. 맥주 양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막걸리, 가양주 양조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실제 도움이 많이 됐고요.
그래도 발효주로서 맥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재료, 똑같은 레시피로 양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재료와 레시피가 표준화된 음식이 딱 두 가지 있어요. 맥주와 빵. 둘 다 제조 과정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 초보자들도 차근차근 제조 과정을 따라 가기만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지요.
2층으로 구성된 버블 케미스트리 양조장의 2층 핫 사이트
Q. 하지만 유통 면에서는 맥주가 전통주보다 어렵지 않나요?
이 이야기만 사흘은 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끼리 매일 나누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이런 예시가 어떨까 싶은데, 1급 호텔에 있는 스시 레스토랑에서 1인분에 35만 원을 받아요. 그런데 대형 마트에 가면 한 접시에 만 원에 팔아요. 그 사이에 수많은 가격대의 스시 레스토랑이 있겠지요. 맥주도 똑같다고 봅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퀄리티도 천차만별이에요. 대기업이 만드는 맥주를 대형 마트 스시라고 한다면, 저희가 만드는 맥주는 호텔 스시는 아니라도 그 중간 어디, 1인분에 5만 원 하는 스시야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듭니다.

Q. 홍보 브로슈어에 맥주는 로컬푸드라는 말이 있던데, 그건 어떤 뜻인가요?
맥주 양조를 선택한 이유가 전 세계 어디서나 표준화된 재료와 레시피와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또 그런 만큼 정말로 다양한 변화를 줄 수도 있어요. 영국은 몰팅 기술이 발달해서 약간 다크한 맥주들이 많이 나오고, 독일과 체코는 비슷한 듯 보여도 물이 달라서 다른 맛을 내요.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가 나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기후 때문이고요. 저희가 아무리 독일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려 해도 한국에서 만들기 때문에 한국적인 색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그걸 억지로 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농산물은 쌀이지요. 그러면 쌀을 써 보는 노력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독일에서 보리 맥주 문화가 발달된 건 그 지역의 주 작물이 밀과 보리이기 때문이에요. 프랑스에서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요. 그런 지역성을 어길 수 없다고 봐요.


버블 케미스트리 양조장의 1층 콜드 사이트
Q. 버블 케미스트리 맥주 중에 로컬 푸드라고 소개할 만한 맥주는 어떤 게 있나요?
미미사워는 꽤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든 맥주인데, 쌀이 50% 들어갔어요. 라거, 바이젠, IPA 레시피를 검색해 보면 수만 개가 나올 거예요. 대충 읽어보면 이게 어떤 맥주일지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는데, 미미사워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달라요. 일단 쌀을 50% 쓴 맥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알고 있고요, 사워 스타일이긴 하지만 벨기에 사워와 다르게 대중적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마실 수 있어야 좋을 술이라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자부심이 있어요.
버블 케미스트리의 미미사워
Q. 미미사워로 단기간에 많은 상을 수상하셨지요?
저희 첫 양조가 2020년부터인데, 2022년부터 출품을 하고 수상하기 시작했어요. 1년 반 정도가 걸린 건데, 출품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미미사워예요. 국내 대회에서 상을 받고 나서 일본 대회에 출품했는데, 금메달을 수상했어요. 사람들이 맛을 알아주는구나, 그러면서 더 적극적으로 출품하게 됐고요.
이렇게 단기간에 퀄리티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요인은 레시피 데이터인 것 같아요. 저희는 1년에 150에서 200 배치 정도 양조를 하고 있는데, 그 양조 레시피를 전부 다 보관하고 있어요. 오늘 만든 미미사워와 두 달 전에 만든 미미사워, 6개월 전에 만든 미미사워는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요. 조금씩 계속 바꾸면서 개선해 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요. 저는 그게 수제 맥주가 가질 수 있는 큰 장점이라고 봐요.
버블 케미스트리의 수상 이력
Q. 상까지 받았는데 그 지점에서 맛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사실 저는 웬만하면 유지를 하자는 입장인데, 저희 헤드 브루어는 계속 바꾸고 싶어 해요. 그래서 타협을 본 게 있어요. 헤드 브루어가 바꾸고 싶다고 하면 원하는 만큼의 반만 바꿔 본다. 그러다 원래 지점인 0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75로도, 25로도 갈 수 있어요. 그게 가능한 이유는 처음 말씀 드렸던 맥주의 표준화와 저희 레시피 데이터 덕분이고요.
Q. 아직 만들어보지 않은 맥주 종류 중에 꼭 시도해 보고 싶은 게 있나요?
재미없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 카스 같은 맥주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소비자를 이기는 공급자는 없거든요. 내가 못 만들기 때문에 안 만드는 것과 만들 수 있는데 취향이 달라서 안 만드는 건 다르잖아요. 우리나라에 100개 정도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카스 맛을 낼 수 있는 데는 드물 거예요. 그 맛을 낼 수 있게 된 다음에 만들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카스라면 개발 과정도 지금과 정반대로 해야겠지요. 예를 들어 1번부터 10번까지 발효조가 있다고 가정하면 1번과 3번, 2번과 7번을 블렌딩하는 식으로 맛의 표준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게 대규모 양조의 장점이겠지요. 반대로 저희 같은 소규모 양조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항상성도 당연히 지켜야겠지만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발전하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이 브랜드 비어라는 ODM 방식 양조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자기만의 맥주를 만들어 보자는 구상은 초기부터 진행해 왔어요. 저희가 레시피를 바꾸고 조정하는 걸 좋아하니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주세법상 위탁 양조는 동일한 주류 면허를 가진 사업자끼리만 가능해요. 근처에 있는 A 맥주 양조장에서 저희한테 맥주 생산을 위탁한다고 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B 위스키 양조장에서 위탁하면 불가능합니다. 면허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ODM 방식으로 납품을 하는데, 본인의 맥주를 만들고 싶어 하시는 펍이나 레스토랑이 있으면 원하는 종류, 맛에 맞춰 만들어 드립니다. 아니면 저희 맥주를 다 드셔보신 다음 하나를 선택해서 거기에서 뭔가를 첨가하거나 빼면서 조정하지요.
그러다 보니 최소 생산량이 있어요. 저희 양조기가 한 번에 1톤을 만들다 보니까 거의 1톤에 근접하는 수량을 주문해야 하는 거지요. 케그로는 40통 정도, 병으로는 3천 병 정도 됩니다. 그러데 맥주는 무조건 신선할수록 맛있어요. 맥주를 오래 숙성해서 맛있는 경우는 정말 특이한 에일뿐이고, 99.9% 맥주는 신선할수록 맛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3천 병을 1년 동안 팔아야 하는 고객에게는 납품할 수 없어요. 저희가 요청하는 기간은 3개월입니다. 법적으로는 1년의 소비 기한을 갖고는 있지만, 회사 내부 규정은 6개월이에요. 6개월이 지난 맥주는 출하하지 않아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에게도 3개월 내에 소진할 수 있을 때만 진행하자고 말씀드립니다.
버블 케미스트리에서 ODM으로 생산하는 맥주
Q. 좋아하는 맥주 스타일이 있나요?
좋아하는 스타일 하나를 딱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잘 만들어진 맥주들은 다 맛있으니까요. 가장 기본적인 게 가장 어렵습니다. 최근에 맛있게 먹은 라거 맥주는 체코 부드바르예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가끔 보이면 무조건 사요.
Q. 언제 드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나요?
맥주는 주로 여름에 마시잖아요. 5월부터 10월, 그리고 주말. 공교롭게도 저는 그 기간에 매주 행사를 다녀요. 그래서 가장 맛있는 맥주는 행사 끝나고 집에 가서 먹는 맥주입니다.
버블 케미스트리의 유자 테라피
Q. 버블 케미스트리 맥주를 우리집 제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저희가 데일리샷에 입점을 하고 있고, 조금씩 확대하고 있어요. 상설 판매는 아마 내년 초, 빠르면 올해 12월에 가능할 것 같아요. 백화점 팝업을 열심히 돌고 있고, 지역 맥주 축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 인스타그램에서 소식을 들으실 수 있어요.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사진 | 신태진
양조를 시작 후 2년이 지나 국내외 맥주 대회에서 연달아 수상한 브루어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라이징 스타, 실력과 맛으로 인정 받은 버블 케미스트리입니다. 크래프트 맥주도 '로컬 푸드'라는 생각 하에 쌀이 들어간 맥주 등 국내 식재료에 맞는 다양한 맥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양조장인데요, 브릭스 매거진에서 버블 케미스트리 조준휘 대표를 만나 '원칙과 과학'이라는 회사의 모토, 그리고 그들의 맥주에 관해 들어보았습니다.
Q. 버블 케미스트리, 어떤 의미인가요?
맥주뿐 아니라 모든 술이 발효될 때 당이 알코올로 변화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때 나오는 부산물이 탄산가스예요. 모든 술은 버블을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은 화학이고요. ‘버블 케미스트리’라는 이름에는 과학과 원칙에 입각해서 술을 만들겠다는 저희 목표와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Q. 버블과 케미스트리가 과학이라면, 원칙은 무엇인가요?
원칙에 충실한 맥주를 만든다는 것이지요. 저희 원칙은 원수부터 각 맥주의 종류에 맞는 PH, 미네랄을 조정하는 일이에요. 바이젠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바이에른 지방과 쾰시를 생산하는 쾰른 지방과 필스너를 생산하는 체코는 물이 달라요. 맥주 맛을 살리려면 그 지방의 물을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쓰는 지역 맥주를 만들겠다면 물의 미네랄 농도를 거기에 맞춰줘야 해요. 그런 면에서 한국의 수돗물은 정말 순수하다고 할 수 있어요. 아무것도 안 들어 있어서 미네랄을 섞으면서 독일 물도 만들고, 체코 물도 만들고, 미국 물도 만들 수 있어요.
물이 맥주 양주의 시작이라면 마지막은 PH와 산소 농도예요. 용존 산소량이라고 하지요. 산소 덕에 생명체가 살아 갈 수 있지만 또 반면 산소는 모든 물질을 썩게 해요. 어떤 음식이든 산소를 만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 과정까지 완벽하게 제어하는 게 저희가 말하는 원칙입니다.
Q. 맥주 양조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 15년 된 것 같네요. 이태원 맥파이에서 맥주를 마시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수제 펍에서 IPA를 처음 접하고 맥주 맛에 입문하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이런 맥주가 있구나, 알아보고 공부해 보다가 홈브루잉을 시도하게 됐지요.
국내 많은 양조장들이 그렇듯 저희 역시 홈브루잉이 시작이었어요. 저는 흠브루잉 이후 국내 교육 과정을 밟는 수준으로 끝을 냈지만, 저희 헤드 브루어 김무경 이사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 유학까지 다녀왔어요. 집에서 술을 만드시는 분들은 대부분 막걸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처음부터 맥주였어요. 맥주 양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막걸리, 가양주 양조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실제 도움이 많이 됐고요.
그래도 발효주로서 맥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재료, 똑같은 레시피로 양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재료와 레시피가 표준화된 음식이 딱 두 가지 있어요. 맥주와 빵. 둘 다 제조 과정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 초보자들도 차근차근 제조 과정을 따라 가기만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지요.
Q. 하지만 유통 면에서는 맥주가 전통주보다 어렵지 않나요?
이 이야기만 사흘은 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끼리 매일 나누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이런 예시가 어떨까 싶은데, 1급 호텔에 있는 스시 레스토랑에서 1인분에 35만 원을 받아요. 그런데 대형 마트에 가면 한 접시에 만 원에 팔아요. 그 사이에 수많은 가격대의 스시 레스토랑이 있겠지요. 맥주도 똑같다고 봅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퀄리티도 천차만별이에요. 대기업이 만드는 맥주를 대형 마트 스시라고 한다면, 저희가 만드는 맥주는 호텔 스시는 아니라도 그 중간 어디, 1인분에 5만 원 하는 스시야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듭니다.
Q. 홍보 브로슈어에 맥주는 로컬푸드라는 말이 있던데, 그건 어떤 뜻인가요?
맥주 양조를 선택한 이유가 전 세계 어디서나 표준화된 재료와 레시피와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또 그런 만큼 정말로 다양한 변화를 줄 수도 있어요. 영국은 몰팅 기술이 발달해서 약간 다크한 맥주들이 많이 나오고, 독일과 체코는 비슷한 듯 보여도 물이 달라서 다른 맛을 내요.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가 나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기후 때문이고요. 저희가 아무리 독일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려 해도 한국에서 만들기 때문에 한국적인 색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그걸 억지로 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농산물은 쌀이지요. 그러면 쌀을 써 보는 노력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독일에서 보리 맥주 문화가 발달된 건 그 지역의 주 작물이 밀과 보리이기 때문이에요. 프랑스에서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요. 그런 지역성을 어길 수 없다고 봐요.
버블 케미스트리 양조장의 1층 콜드 사이트
Q. 버블 케미스트리 맥주 중에 로컬 푸드라고 소개할 만한 맥주는 어떤 게 있나요?
미미사워는 꽤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든 맥주인데, 쌀이 50% 들어갔어요. 라거, 바이젠, IPA 레시피를 검색해 보면 수만 개가 나올 거예요. 대충 읽어보면 이게 어떤 맥주일지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는데, 미미사워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달라요. 일단 쌀을 50% 쓴 맥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알고 있고요, 사워 스타일이긴 하지만 벨기에 사워와 다르게 대중적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마실 수 있어야 좋을 술이라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자부심이 있어요.
Q. 미미사워로 단기간에 많은 상을 수상하셨지요?
저희 첫 양조가 2020년부터인데, 2022년부터 출품을 하고 수상하기 시작했어요. 1년 반 정도가 걸린 건데, 출품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미미사워예요. 국내 대회에서 상을 받고 나서 일본 대회에 출품했는데, 금메달을 수상했어요. 사람들이 맛을 알아주는구나, 그러면서 더 적극적으로 출품하게 됐고요.
이렇게 단기간에 퀄리티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요인은 레시피 데이터인 것 같아요. 저희는 1년에 150에서 200 배치 정도 양조를 하고 있는데, 그 양조 레시피를 전부 다 보관하고 있어요. 오늘 만든 미미사워와 두 달 전에 만든 미미사워, 6개월 전에 만든 미미사워는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요. 조금씩 계속 바꾸면서 개선해 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요. 저는 그게 수제 맥주가 가질 수 있는 큰 장점이라고 봐요.
버블 케미스트리의 수상 이력
Q. 상까지 받았는데 그 지점에서 맛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사실 저는 웬만하면 유지를 하자는 입장인데, 저희 헤드 브루어는 계속 바꾸고 싶어 해요. 그래서 타협을 본 게 있어요. 헤드 브루어가 바꾸고 싶다고 하면 원하는 만큼의 반만 바꿔 본다. 그러다 원래 지점인 0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75로도, 25로도 갈 수 있어요. 그게 가능한 이유는 처음 말씀 드렸던 맥주의 표준화와 저희 레시피 데이터 덕분이고요.
Q. 아직 만들어보지 않은 맥주 종류 중에 꼭 시도해 보고 싶은 게 있나요?
재미없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 카스 같은 맥주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소비자를 이기는 공급자는 없거든요. 내가 못 만들기 때문에 안 만드는 것과 만들 수 있는데 취향이 달라서 안 만드는 건 다르잖아요. 우리나라에 100개 정도의 수제 맥주 양조장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카스 맛을 낼 수 있는 데는 드물 거예요. 그 맛을 낼 수 있게 된 다음에 만들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카스라면 개발 과정도 지금과 정반대로 해야겠지요. 예를 들어 1번부터 10번까지 발효조가 있다고 가정하면 1번과 3번, 2번과 7번을 블렌딩하는 식으로 맛의 표준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게 대규모 양조의 장점이겠지요. 반대로 저희 같은 소규모 양조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항상성도 당연히 지켜야겠지만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발전하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이 브랜드 비어라는 ODM 방식 양조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자기만의 맥주를 만들어 보자는 구상은 초기부터 진행해 왔어요. 저희가 레시피를 바꾸고 조정하는 걸 좋아하니까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주세법상 위탁 양조는 동일한 주류 면허를 가진 사업자끼리만 가능해요. 근처에 있는 A 맥주 양조장에서 저희한테 맥주 생산을 위탁한다고 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B 위스키 양조장에서 위탁하면 불가능합니다. 면허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ODM 방식으로 납품을 하는데, 본인의 맥주를 만들고 싶어 하시는 펍이나 레스토랑이 있으면 원하는 종류, 맛에 맞춰 만들어 드립니다. 아니면 저희 맥주를 다 드셔보신 다음 하나를 선택해서 거기에서 뭔가를 첨가하거나 빼면서 조정하지요.
그러다 보니 최소 생산량이 있어요. 저희 양조기가 한 번에 1톤을 만들다 보니까 거의 1톤에 근접하는 수량을 주문해야 하는 거지요. 케그로는 40통 정도, 병으로는 3천 병 정도 됩니다. 그러데 맥주는 무조건 신선할수록 맛있어요. 맥주를 오래 숙성해서 맛있는 경우는 정말 특이한 에일뿐이고, 99.9% 맥주는 신선할수록 맛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3천 병을 1년 동안 팔아야 하는 고객에게는 납품할 수 없어요. 저희가 요청하는 기간은 3개월입니다. 법적으로는 1년의 소비 기한을 갖고는 있지만, 회사 내부 규정은 6개월이에요. 6개월이 지난 맥주는 출하하지 않아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에게도 3개월 내에 소진할 수 있을 때만 진행하자고 말씀드립니다.
Q. 좋아하는 맥주 스타일이 있나요?
좋아하는 스타일 하나를 딱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잘 만들어진 맥주들은 다 맛있으니까요. 가장 기본적인 게 가장 어렵습니다. 최근에 맛있게 먹은 라거 맥주는 체코 부드바르예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가끔 보이면 무조건 사요.
Q. 언제 드시는 맥주가 가장 맛있나요?
맥주는 주로 여름에 마시잖아요. 5월부터 10월, 그리고 주말. 공교롭게도 저는 그 기간에 매주 행사를 다녀요. 그래서 가장 맛있는 맥주는 행사 끝나고 집에 가서 먹는 맥주입니다.
Q. 버블 케미스트리 맥주를 우리집 제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저희가 데일리샷에 입점을 하고 있고, 조금씩 확대하고 있어요. 상설 판매는 아마 내년 초, 빠르면 올해 12월에 가능할 것 같아요. 백화점 팝업을 열심히 돌고 있고, 지역 맥주 축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 인스타그램에서 소식을 들으실 수 있어요.
인터뷰 | 이주호 · 신태진
사진 | 신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