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 새로운 막이 오릅니다 - 밴드 '제8극장'

2022-10-06

제8극장은 2008년 EP 《Welcome to the show》로 데뷔한 이래 올해 5집 《세상 이야기》를 발표하며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중견 밴드입니다. “제8극장의 음악 장르는 제8극장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성적인 음악을 하는 이들을 만나 결성 당시의 에피소드부터 최신 앨범 이야기까지 들어보았습니다.



제1막 하얼빈 소년 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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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저는 노래하면서 기타, 베이스를 치고 있어요. 아버지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셔서 6학년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하얼빈에서 자랐습니다. ‘니 하오’, ‘짜이찌엔’ 밖에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학교에 들어가 아이들한테 욕부터 배우면서 술래잡기, 물총싸움 하고 재밌게 놀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중국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6학년이면 심슨 가족, 디즈니, 마이클 잭슨 같은 미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을 때라 중국에서는 늘 서양 갈증이 있었어요. 어디서 영어만 봐도 반갑고, 항상 케첩이 먹고 싶고, 그러다가 중3 때 영화 〈타이타닉〉이 개봉하면서 하얼빈에 미국문화가 물밀 듯 밀려오는데, 지역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하얼빈에서는 50년대 미국 문화가 엄청나게 인기였어요. 레코드점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항상 그 시절 스타들이었어요.

중국은 짝퉁 앨범을 만들어도 한국에서 파는 백판처럼 가품 티를 내지 않아요. 공장을 차려서 정품하고 똑같이 만들어요. 한국 돈으로 만 원이면 CD 두 봉지를 살 수 있는데, 이게 누구의 어떤 음악이라는 정보는 없으니 일단 다 사고 보는 거지요. 중국에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맨날 음악만 들었어요. 왜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집에 또 기타는 있어서 기타 연습도 했고요.

혼자서 음악을 많이 만들었는데 하얼빈에는 같이 밴드를 할 사람이 없었어요. 한국의 홍대가 음악으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항상 거기에 속하는 날만 기다렸어요. 그리고 스무 살 되자마자 무턱대고 홍대로 왔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몇 해가 흘렀지요.



제2막 베이스 치고 기타 치는 함민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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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휘


뮬이라고, 음악 하는 사람들이 중고 거래도 하고 합주실도 구하고 구인 구직도 사이트가 있어요. 2005년인가 거기에 제가 만든 데모와 밴드 모집 공고를 올렸어요.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고, 어떤 악기가 필요하고, 어떤 수준이어야 한다, 오디션 곡은 이거다, 그게 글을 올리는 형식이란 걸 저는 몰랐어요. 제 데모입니다, 함께 음악 할 동료를 찾습니다, 그렇게 썼어요. 그런데 딱 한 사람에게 연락이 온 거예요. 데모 수준이 너무 낮다, 하지만 뭔가 매력적이다, 그러더군요. 그렇게 상욱이 형을 만나서 오늘까지 음악을 하고 있어요. 

스무 살 너머까지도 저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었어요. 전공도 기계공학이고, 밴드 동아리 한 번 안 했어요. 그냥 갑자기 노래를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악기도 없이, 기타 코드 몇 개를 미디로 찍어서 갖다 붙였어요.

저는 상욱이 형 같은 성장담을 갖고 있는 사람을 처음 봤어요. 이 사람 참 재밌네, 희한하네, 호기심이 간 거지요. 어떤 음악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해야겠다 싶어서 영화 보고, 비틀즈 음악 듣고, 둘이 1년을 놀았어요.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모르지만 마냥 잘 될 것 같았어요. 여기 망원동에 그런 애들 많아요.



제3막 드럼 치는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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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부모님이 엄청난 음악 팬들이셨고. 집에 LP도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음악을 많이 들었지요. 중학교 때 친구 따라 교회를 갔다가 드럼, 베이스, 기타 같은 악기를 실제로 처음 봤어요. 저도 연주를 해 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따라해 보다, 찬양 팀에서 드럼을 치게 됐지요. 고등학교 때는 스쿨밴드에 들어갔고, 군악대에서 민휘 형을 만났어요.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이던 제8극장도 그때 알게 됐어요. 

전역을 하고 나서 본가가 있는 양산에 살고 있었는데, 민휘 형이 음악 하려면 서울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괜히 마음만 설레게 한 거예요. 진짜 웃긴 거지요. 저도, 그래 음악은 서울 가서 해야지, 헛된 꿈과 희망을 갖고 합정 로터리에 떨어졌어요. 수중에 있던 돈으로 합정역 7번 출구에서 한강으로 나가는 길에 겁도 없이 방이 2개나 있는 집을 구하고, 와 나 서울에 집 있네, 짱! 이러면서 여기저기 연주할 곳을 찾아 기웃댔어요.

운 좋게 ‘아발란시’라는 메탈 밴드 멤버가 됐다가 제8극장 드럼이 공석이 되면서 합류했어요. 서울 도착한 지 1년 만이었지요. 제가 들어오기 전까지 드럼이 항상 불안했는데 팀이 안정화되고, 음반들이 막 쏟아져 나오게 됐지요. 



제4막 비, 바람 불어도 피할 곳 없는

[서상욱] 저희는 제8극장 말고는 직장이 없었어요. 그런데 2020년 들어서며 그걸로는 힘에 부치게 된 거지요. 저는 그때 퀵 서비스를 시작했고, 다들 각자 알바를 했어요. 살아남기 벅차니까 연락을 못하고 지내는 날이 늘어갔지요. 사이가 안 좋아진 건 아니지만 어떤 마음 상태인지 모르겠으니까, 밴드를 계속할 수 있을지 현실을 회피하고 있었어요.


[함민휘] 이제 우리 모이자. 밥이라도 먹자, 연락을 했어요. 저희는 같이 살면서 매일 합주를 하던 팀인데, 2020년 한 해 동안 셋이 모인 게 다섯 번은 되나 싶어요. 각자 생업에 매달리며 고민이 깊어졌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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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민휘가 그러더라고요. 우리끼리는 그러면 안 되잖아. 그래서 확신했지요, 그만둘 건 아닌가 보네. 하드디스크를 뒤져보니 만들어 둔 노래가 일곱 곡 정도 있었어요. 앨범의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겠더라고요. 


[함민휘] 그때만 해도 앨범은커녕 싱글 하나 내는 것도 너무 큰 욕심이고, 공연 한 번도 버거운 상황이었어요. 그날 밤 셋이 저희 집 옥상에 앉아 잘해보자, 우리 더 잘 되자, 그러고는 다시 생업에만 매달려 있었지요.


[서상욱] 앨범 제목이기도 한 〈세상 이야기〉라는 곡을 쓸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내가 언제 음악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도로를 달리는 데만 익숙해져 있었어요. 이 노래를 만들고 나니 속이 엄청 시원하더라고요. “끝없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비바람이 불어도 피할 곳이 없는 초라한 내 모습”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정말 그런 기분이었어요. 힘내자, 우리 아직 젊잖아, 이런 마음이 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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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극장 5집 《세상 이야기》



제5막 꿈의 공장

[함민휘] 우리만의 사운드를 만드는 건 어찌됐든 재미있는 일이고, 항상 하는 일이고, 가장 자신 있는 일이에요. 예전에는 합주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음악을 완성했는데, 이제는 떨어져 지내는 상태에서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이었지요.

 

[서상욱] 저희 사이에서는 〈인공지능〉이 반응이 가장 좋았어요. 그래서 타이틀로 정했지요.


[김태현] 처음 듣고, 노래하는 화자가 AI야? 와, 새로운데? 그랬지요.


[서상욱] 처음으로 녹음, 믹싱을 직접 다 해봤는데, 그래도 드럼만은 제대로 녹음하고 싶었어요. 건물로 치면 착공식 같은 거라서 밴드 사운드에 가장 중요하거든요. 이승환 선배님의 드림팩토리에 연락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허락을 해 주셔서 태현이랑 가서 첫 삽을 떴어요. 그 전까지는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거에 가까웠다면, 드럼 녹음을 하면서 진짜 앨범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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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막 세상 이야기

[서상욱] 〈인공지능〉은 제8극장에게는 파격적인 노래예요.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지만 굳이 우리 음악으로 쓰지 않았어요. 우리 음악은 좀 더 비틀즈, 혹은 그 시대 음악들에 가깝게 하고 싶었으니까요. 이번에는 그냥 좋아하는 거를 다 때려 넣어서 섞어봤어요. 불판을 가는 김에 소금구이에서 양념구이로 바꿔 본 거예요.



〈미싱사의 로큰롤〉도 아주 특이한 노래예요. 평생 미싱 노동을 해 오신 분이 가사를 써 주셨는데, 춤출 수 있는 신나는 노래가 좋겠다고 하셨어요. 정말 러프하게 녹음했고, 드럼은 우리끼리 모니터하려고 친 걸 그대로 썼어요. 미싱사들이 70년대랑 똑같이 라디오를 들으며 그때와 똑같은 작업을 하는 모습을 담아내면 ‘세상 이야기’에 완결성이 생기니까 앨범 피날레로 좋을 것 같았어요.



〈홍콩영화 전성시대〉는 대만, 홍콩, 중국 간의 관계가 경색되고, 한국에도 반중, 혐중 감정이 높아지던 때에 쓴 노래예요. 홍콩영화라고 다 홍콩영화는 아니에요. 이연걸 영화는 중국에서 만들었고, 《패왕별희》는 대만에서 만들었지요. 그래도 그게 다 ‘홍콩영화’였고, 우리가 같이 공유하는 정서가 있었어요. 우리 모두 강백호가 이기기를 응원했던 사람들이고, 주성치랑 같이 웃고 울던 경험이 있잖아요. 우리가 대립, 혐오를 극복하고 다시 서로 사랑하는 길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예요. 




제7막  비틀즈 닮아 가기

[라태형] 저는 영화음악과 광고 음악을 하고 있어요. 제8극장과는 주로 피파 게임을 같이 했어요. 5집이 나오고, 공연에 좀 더 재미있는 소리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형들이 고민하던 시기에 때마침 제가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비틀즈의 빌리 프레스턴 같은 존재랄까요. 제8극장처럼 색채가 뚜렷한 밴드는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장르에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한다기보다 어떤 소리가 좋을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팀은 거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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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극장의 빌리 프레스턴, 라태형


그래서 앨범마다 색이 다 다른데 저는 3집을 가장 좋아해요. 전체적으로 제8극장이라는 이름처럼 장면 전환이 인상적이에요. 그게 비틀즈가 정말 잘 써오던 그런 것들이고, 그런 데서 비틀즈의 색채가 드러나는 거지요. 


[서상욱] 사실 제8극장의 처음 이름은 비틀즈 앨범 이름이기도 한 ‘매지컬 미스테리 투어’였어요. 근데 검색하면 우리가 안 나오고 비틀즈만 나오고, 그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우리가 비틀즈보다 유명해질 수가 없으니까요.

다른 멤버들에게도 비틀즈를 들어야 한다고 강요를 많이 했어요. 모두가 비틀즈를 좋아하게 되면 비틀즈를 따라하게 되고, 그러면 우리도 연주를 잘 하는 밴드가 될 테니까요. 김창완 선생님이 라디오에서 “한국의 비틀즈”라는 말을 해 주셨는데, 저희에게 더 이상의 찬사는 있을 수 없지요. 

정규 앨범이라는 건 음악가가 자기 작품 세계를 표현하기에 정말 좋은 시스템이에요. 10곡 정도 되는 노래를 묶어서 순서와 곡과 곡 사이 침묵까지 정하지요. 전시회 같은 거예요. 그래서 하나의 콘셉트처럼 느껴지는 앨범을 내고 싶어지게 돼요. 하지만 그런 건 이미 비틀즈나 과거 위대한 뮤지션들이 다 해 놓았어요. 저희는 그 작품들의 뒤를 따르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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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막 우리에게 공연 말고 무엇이 남았을까? 

[서상욱] 5집 발매 이후 활발하게 라이브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10월 16일에는 유튜브 라이브를 합니다. 저희 제8극장 유튜브 채널에서 얼마 전에 파일럿으로 해 봤고. 그날 정식으로 공연해 보려 합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음반을 냈으니 이제 저희에게 공연을 하는 것 말고 무엇이 남았겠습니까? 라이브 공연에서 꼭 만나 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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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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