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신간] 지리학자가 들려주는 교토 이야기, 정치영의 <교토의 방식>

2025-06-16

<교토의 방식>
정치영 지음 / 흰소 출판사  / 가격 22,000원



지리학자가 들려주는 교토 이야기. 이 책을 한 줄로 소개하자면 책 뒤표지에 쓰인 이 한 줄이면 될 듯합니다. 지리학자인 저자 정치영은 교토 대학교 초빙 교수 자격으로 1년간 교토에 머물게 되는데, 그때의 경험과 생각을 꼼꼼히 검증한 글입니다. 여행기를 쓰는 데 왜 꼼꼼한 검증이 필요했을까요? 그게 <교토의 방식>이라는 책을 천천히 알아가는 재미 아닐까 싶습니다.  지리학자라고 하니 일단 지리학이 뭔지부터 찾아 봅니다.


지리학의 사전적 정의
인간이 살아가는 지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활동을 연구하는 학문. 자연적, 인문적 현상의 지역적 분포 차이와 일반성을 연구. 지표의 다양한 환경, 장소, 공간, 이들의 상호 작용을 연구. 


그러면 <교토의 방식>이 교토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다양한 활동, 자연, 인문 현상의 상호 관계를 연구한 것인가? 책을 펴 보면, 과연 그런가 싶어집니다. 아무래도 지리학에 문외한인 탓이겠지요. 그래서 사전적 정의를 염두에 두며, 지리학보다는 지리학자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지 경험해 보기로 합니다. 


구성은 여느 일본 여행, 인문 에세이와 비슷합니다. 교토 여행을 가 보신 분들이나 여행 책을 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한 지명들이 나오고, 정원, 축제, 계절, 취미에 관한 이야기가 보태어집니다. 일반적인 구성이지요. 금각사, 은각사, 철학의 길, 기온 마쓰리. 그런데 어쩐지 자꾸 곁길로 들어서는 느낌입니다. 관광지보다 관광지를 잇는 가옥, 골목, 대문, 외벽, 표지석 같이 세세한 부분에 더 신경을 씁니다. 교토에서 생활하며 마주친 교토 사람들의 일상, 사물, 장소, 사건. 교토만의 방식들에 관심이 가고, 왜 그런지 궁금해지고, 마치 물건을 수집하듯 차곡차곡 일목요연 목록을 만들고, 이력을 밝히고 참고사항 꼬리표를 답니다.  


여행기는 아닙니다. 교토에 머물고, 일하고, 쉬고, 산책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어떤 것들이 궁금해졌고, 학자답게 꼼꼼하게 조사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꽤 흐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책을 쓰겠다고 했다면 이런 내용은 꾸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야말로 그때그때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안 될 내용들이거든요. 사진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꼼꼼한 수집가, 기록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사진은 글의 ‘증거’처럼 배치됩니다. 그리하여 지리학자의 시선, 태도가 원래 이런 느낌인 건지 저자의 다른 책, <한국 중소도시 경관사>, <여행기의 인문학>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레산스이식 정원을 구경한 사람은 많지만, 자세히 조사한 사람은 드뭅니다. 기온 마쓰리를 자세히 조사한 사람은 더러 있겠지만, 경험한 사람은 드뭅니다.  교토에 관한 정보야 어디서든 찾을 수 있지만, 잘 알고 싶다면, 그리하여 그들의 방식에 오해를 줄이고 여행하고 싶다면, 우리가 스쳐갔던 모든 정보를 거르고 정리한 <교토의 방식>만한 책이 또 있을지, 저자처럼 꼼꼼히 찾아 보면 어디 있을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근간에는 없습니다. 교토의 방식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지리학자 정치영의 방식을 경험해 보시는 게 단연 일순위일 듯합니다.




글 | 이주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