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해피엔드, 청춘에겐 음악이 필요해

2025-06-17


감독 | 네오 소라
개봉 | 2025.04.30.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국가 | 일본


대지진의 공포 속에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 부당한 체계 속에서 살아가는 근미래의 일본. 세기말의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 다섯. <해피엔드>는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보면서 떠오른 작품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의 영화 <박치기>였고, 또 하나는 관동대지진과 핵전쟁, 패전, 이때의 불안과 공포로 이뤄진 조선인 대학살을 관통하는 일본 근현대사를 담은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 <만엔 원년의 풋볼>과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였다.  박치기는 아마도 재일한국인이 등장하는 연장선에서 그랬던 것 같고,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은 작품 속 인물들과 네오 소라 감독이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은 다른데, 오에 겐자부로가 일본 사회의 불안한 배경 속에서 파국을 향해 내달리는 청년들에게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면, 네오 소라 감독은 절망과는 달리 기성세대가 만든 불의에 잠식하지 않기 위해 내달리는 청춘을 그린다.


<해피엔드>의 청춘들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 싶을 만큼 낙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매 순간 서로를 향한 진심이 빈틈없이 꽉 차 있다. 마치 그들이 각자의 길 위에서 말없이 행동으로 표현하는 그 순간의 일시정지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분명 매우 정치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청춘이다. 그러기에 현 주류 일본 사회를 비판하고 이 사회가 어디로 향하는지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지난 청춘을 추억하게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미래 세대를 향한 희망을 꿈꾸게 한다. 평화와 자유를 향한 그들의 음악, 몸짓에서 희망의 절실함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이들은 반드시 이전 세대와 다를 것이라 기대하게 한다.


이 작품으로 처음 연기를 하는 배우들, 특히 주연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낯선 모습이 오히려 생생함,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낸다. 게다가 감독이 의도적으로 개입한 장면들, 연출뿐 아니라 카메라 워킹, 편집 과정들이 매우 감각적이라 그 사이의 이질감이 인상 깊었다. 곳곳에 등장하는 소품들까지도 분명 의도된 게 아니었을까 싶은. 무엇보다 음악이 정말 좋다. (네오 소라 감독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이래요. 소곤소곤.)


첨언. 무조건 영화관에서 보세요. 영화 볼 시간 없으시면 유튜브에서 OST만이라도 꼭 들어보세요.




글·사진 | 한수정

우아한 삶을 지향합니다. 그러나 관념과 현실을 분리시킨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혼자 떠나는 여행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규슈단편>을 함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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