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음반] 20세기 레코드 100 #1 - Barclay James Harvest

2025-06-23


|20세기 사람들이 추천하는 레코드 100|


 

곡       명 | Mockingbird
아티스트 | Barclay James Harvest
수록앨범 | Once Again (1971년 발매, 2집)
장 르 | 프로그레시브 록, 심포닉 록
작사/작곡 | John Lees


"노래가 끝날 때까지 Until the song is through"


이번 주에 추천 드릴 곡은 바클리 제임스 하베스트Barclay James Harvest의 대표곡 <Mockingbird(1971)>입니다. 이름이 매우 긴 관계로 줄여서 BJH라고 하겠습니다. BJH는 클래식과 록을 결합시킨 밴드로, 특히 <Mockingbird>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Mockingbird>가 세상에 공개될 무렵인 1960년대 말은 히피문화와 이상주의의 열기가 점차 사그라지고 인간 내면의 고독, 허무, 고립감이 강조되기 시작하던 때입니다. 시대의 전위에 서 있던 뮤지션답게 이 노래 전반에 이러한 분위기가 담뿍 담겨 있지요. <Mockingbird>를 추천 드리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입니다. 당시 시대상이 2025년 오늘 한국을 사는 우리와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지요. Mockingbird, 흉내지빠귀는 BJH 음악에 종종 등장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순수한 사랑과 희망, 상실과 쓸쓸함을 동시에 내포합니다.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원제목도 To kill a Mockingbird이지요. 


도쿄대 명예교수이자 <고민하는 힘>의 저자 강상중 선생은 “자유를 구가하고 독립을 주장하며 자아를 내세우는 풍요로운 사회에서 왜 이렇게 다들 고독한가”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시대의 전환을 담당한 이들의 마음속에는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으나, 이미 만들어진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와 같은 충실한 만족감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자를 ‘창시자 의식’, 후자를 ‘말류(末流)의식’이라고 명명합니다.

 


한편 건축가 김광수는 ‘더 이상 미래의 준거를 찾기 힘든 실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꾸만 그 상상의 원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반복강박’이 이 시대의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20세기의 음악과 문화를 선망하고 참조하게 되는 것도 어떤 말류의식에서 비롯된 회귀 강박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광수는 ‘나는 망하더라도 잘 망하고 싶다’고도 합니다. 우리가 이전 세대보다 더 나아질 수 없고 ‘망하는’ 길 밖에 없다면, 보란 듯이 잘 망해 보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망해 보인다면, 그것도 우리에게 어떠한 ‘자부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낭떠러지 같은 세상에서, 힘껏 부딪쳐 보았던 세대가 됨으로써 말입니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Until the song is through.) 




글 | 20세기 사람들

낡은 냄새, 오래된 소리. 기억의 전시장. 20세기 사물과 정서를 공유하는 서교동의 카페 & 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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