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음반] 20세기 레코드 100 #18 Cat Stevens

2025-11-03

|20세기 사람들이 추천하는 레코드 100|



곡 명 | The First Cut Is the Deepest (1967)
아티스트 | Cat Stevens
수록앨범 | From View from the top (1971)
장 르 | 포크, 포크록


11월의 첫 월요일이 시작되자마자 기온이 영하 언저리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차가운 거실 공기에 놀란 몸이 경직됩니다. 첫 추위에 덜컥 겁을 집어먹는 건, 몸이 겨울을 받아들이기까지 그래도 며칠은 필요한 까닭입니다. 으레 춥겠거니 하고 나서는 한겨울과 달리 이 추위를 어찌해야 하나, 생각은 갈팡질팡, 몸은 아주 천천히 적응해 갑니다. 처음 겪는 실패, 좌절, 사랑, 이별, 처음의 기쁨처럼 처음의 충격이 가장 오래 남습니다. 


오늘 추천드릴 곡은 Cat Stevens의 <The First Cut Is the Deepest>입니다. Cat Stevens는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로 1960~70년대 감성적인 포크송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영화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Father And Son>이라는 노래를 들어보세요. 서정적인 멜로디, 따뜻한 가사, 무엇보다 그의 목소리야가 정말 마음을 먹먹하게 합니다.  


이별의 아픔, 사랑의 상처를 담고 있는 이 노래는 로드 스튜어트, 셰릴 크로우 등 다양한 색깔의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하며 오랜 기간 팝의 스탠다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처음 상처는 흉터가 되어 시간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기대를 복잡하게 흔들어 놓습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소설가란 “불꽃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뒤에도 뭔가를 쓰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불과 같았던 데뷔작 이후, 새 소설을 시도할 때마다 거듭 실패하는 것이 모든 소설가의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단 한 번의 불꽃, 뒤이은 그을음과 어둠, 그리고 평생에 걸친 글쓰기라는 헌신”만이 본인을 진정한 소설가로 만든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사랑과 닮은 듯합니다. 불꽃 같았던 첫사랑이 허무하게 사그라들고, 남은 것이라고는 재와 그을음뿐이더라도, 어둠 속에서 다시 더듬더듬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다 알면서도 기꺼이 시작하는 사람들”(최유수), 이것은 용기, 망각의 영역이 아니라 그야말로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때의 모습입니다.  


Cat Stevens의 <The First Cut Is the Deepest>는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 없이, 그래도 사랑이라는 가치만은 여전히 믿고 다시 사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며, 다시 사랑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겨울의 시작 이 노래를 들어보시라 권합니다. 단단히 차려 입고, 단단히 마음먹고 저 냉랭한 거리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러나 그것은 힘찬 걸음이 아니라 조용히 반복되어 온 하루의 시작일 뿐입니다.




글 | 20세기 사람들

낡은 냄새, 오래된 소리. 기억의 전시장. 20세기 사물과 정서를 공유하는 서교동의 카페 & 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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