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시] 중국 차마고도 길목의 나시족과 살아 있는 문자 화석 전시

2026-06-24


a1f15570b6d4c.png예아리박물관 특별기획전 ‘기록하는 민족, 나시족’ 전시물 | 예아리박물관 제공


중국 운남성 리장 고성. 차마고도의 핵심 길목이었던 이곳에 나시족(納西族, Naxi/Nakh)이 살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공식적으로 56개의 소수민족이 존재하고, 비공식적으로는 그 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들을 공식이니 비공식이니 다수의 분류에 따라 호명하는 것이 타자화에 동참하는 일 같아 불편하지만, 나시족의 존재감은 작지 않습니다.


‘동파(東巴) 문자’는 나시족의 제사장(이들을 ‘동파’라고 부릅니다)이 의례와 경전을 기록하는 데 사용한 자체적인 문자입니다. 사물의 모양을 직관적으로 본뜬 그림문자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도 나시족은 이 문자를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어 고대 문자 연구 분야에서는 ‘살아 있는 화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파 문자는 1,400개가 넘는 글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흥미롭게도 각각의 글자는 온전한 뜻을 지닌 완전한 문자라기보다 사제(동파)가 경문을 암송하고 해석하기 위해 쓰는 보조적·상징적 기록 체계의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동파 문자는 200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런 나시족의 동파 문자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예아리박물관에서 나시족의 전통문화와 세계적 기록유산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 ‘기록하는 민족, 나시족(The Cultural Heritage of the Naxi: Chroniclers of Ancient Wisdom)’을 개최 중입니다. 


사실 동파 문자라는 신비로운 문자를 소개하는 걸 넘어 이번 전시에서는 나시족의 문화와 정신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전시실에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고고학 유물인 동파경을 비롯해 제사장들이 의례를 집행할 때 쓰던 신성한 법구와 목조 신상들이 배치돼 문자가 어떻게 입체적인 신앙의 형태로 진화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시족 여인들의 강인한 삶을 대표하는 ‘피성대월(披星戴月)’은 척박한 자연환경과 전통을 고스란히 담아낸 의복이자 이들의 철학을 말합니다. 또, 인간과 자연을 ‘이복형제’로 여기며 자연을 파괴하면 신의 재앙을 맞이한다는 동파교 고유의 생태학적 세계관은 기후 위기와 환경 변화 앞인 현대인에게 경종과 성찰을 요구하지요. 물론 ‘상형문자 도자기 굽기 체험’ 등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성찰의 길에 재미도 부여합니다.


이번 전시는 예아리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11월 30일까지 이어집니다. 고대인의 지혜와 그들의 예술적인 문자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자세한 전시 정보는 예아리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자료 제공 | 예아리박물관
편집 |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