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흡의 메밀 순례기>
박승흡 지음 /더봄 출판사 / 가격 20,000원
1992년 PC통신으로 시작하여 1993년 정식으로 발간된 매일노동뉴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 사회의 소외된 이야기를 쉬지 않고 전달해 온 이 매체의 초대 발행인이 그리운 민들레 아저씨 노회찬이었습니다. 그분에게 발행인 자리를 이어받아 지금껏 불평등, 불공정, 불균형에 맞서오던 저자는 2025년 1월 청계천의 예수 전태일 형을 기념하는 전태일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이런 분이 왜 노동운동사가 아니라 메밀 순례기를 발간하게 된 것일까요.
평안북도 실향민 아버지 입맛을 어미 새 울음소리 삼아 어려서부터 메밀 향을 그득 몸에 담고 살았던 저자는 심지어 자라난 곳마저 막국수의 고장 춘천이었습니다. 메밀 순례단을 꾸려 단원들을 이끌고 메밀 장인의 손맛을 찾아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았지요. 이 열띤 애정의 기록들을 매일노동뉴스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박승흡의 메밀 순례기』라는 책으로 엮었습니다.
메밀을 찾아 떠난 여행이기는 하나 메밀이라는 곡물을 만나는 여행은 아닙니다. 메일을 순정한 요리로 만들어 낸 거룩한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손을 거쳐 나온 면발과 육수를 느껴보는 여행입니다. 강원도 인제, 평창, 한국에서 메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제주, 대표적인 냉면 전문점들이 몰려 있는 서울, 메밀 요리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을 망라합니다. 그래도 메밀 순례이니만큼 메밀에 관한 지식들, 냉면을 먹을 때 그래도 이 정도는 알아두어야 하지 않겠나 싶은 정보들로 매 장 첫머리를 엽니다.
흔히들 아무 맛도 안 나는 맛이라고 하는 평양냉면이 왜 고차원 미식이 되었는지,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가 면과 육수를 맛봤을 때 하게 되는 추측, 가령, 메밀 함량이 어떻고, 고기는 뭘 썼고, 육수에 동치미가 들어갔고 안 들어갔고, 하는 궁금증들이 이 책으로 후련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동안 눈을 감고 양지 육수인지, 뼈가 들어갔는지 안 들어 갔는지, 애써 답 안 나오는 추측을 해 온 분들이라면 주저 말고 이 책을 펼쳐 보시길 바랍니다. 먹으며 알아가는 것보다 알고 먹는 게 편합니다.
책 말미에는 메밀 연구자들이 기고한 메밀의 효능에 관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지루하지만 기초부터 탄탄히 짚고 실전에 나서겠다는 분들은 뒷부분부터 읽어도 좋을 듯합니다.
바야흐로 여름. 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라 누군가 아무리 훈수를 던져 봤자, 이마와 등이 축축하게 젖어 드는 순간 시원한 국물과 곱게 씹으면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메밀 향이 간절해지지요. 우래옥, 필동, 을지, 을밀대, 봉피양, 의정부, 언뜻 떠오르는 장소들에서 권역을 넓혀 아직 순례하지 못한, 혹은 가까이 있었으나 지나치기 일쑤였던 메밀의 성지들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책을 내려놓으며 제가 가장 먼저 가기로 선택한 순례지는 마포구 서교동 서관면옥입니다. 버스 한 번에 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거든요.
글 | 이주호 에디터
<박승흡의 메밀 순례기>
박승흡 지음 /더봄 출판사 / 가격 20,000원
1992년 PC통신으로 시작하여 1993년 정식으로 발간된 매일노동뉴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 사회의 소외된 이야기를 쉬지 않고 전달해 온 이 매체의 초대 발행인이 그리운 민들레 아저씨 노회찬이었습니다. 그분에게 발행인 자리를 이어받아 지금껏 불평등, 불공정, 불균형에 맞서오던 저자는 2025년 1월 청계천의 예수 전태일 형을 기념하는 전태일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이런 분이 왜 노동운동사가 아니라 메밀 순례기를 발간하게 된 것일까요.
평안북도 실향민 아버지 입맛을 어미 새 울음소리 삼아 어려서부터 메밀 향을 그득 몸에 담고 살았던 저자는 심지어 자라난 곳마저 막국수의 고장 춘천이었습니다. 메밀 순례단을 꾸려 단원들을 이끌고 메밀 장인의 손맛을 찾아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았지요. 이 열띤 애정의 기록들을 매일노동뉴스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가 『박승흡의 메밀 순례기』라는 책으로 엮었습니다.
메밀을 찾아 떠난 여행이기는 하나 메밀이라는 곡물을 만나는 여행은 아닙니다. 메일을 순정한 요리로 만들어 낸 거룩한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손을 거쳐 나온 면발과 육수를 느껴보는 여행입니다. 강원도 인제, 평창, 한국에서 메밀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제주, 대표적인 냉면 전문점들이 몰려 있는 서울, 메밀 요리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을 망라합니다. 그래도 메밀 순례이니만큼 메밀에 관한 지식들, 냉면을 먹을 때 그래도 이 정도는 알아두어야 하지 않겠나 싶은 정보들로 매 장 첫머리를 엽니다.
흔히들 아무 맛도 안 나는 맛이라고 하는 평양냉면이 왜 고차원 미식이 되었는지, 유명하다는 집을 찾아가 면과 육수를 맛봤을 때 하게 되는 추측, 가령, 메밀 함량이 어떻고, 고기는 뭘 썼고, 육수에 동치미가 들어갔고 안 들어갔고, 하는 궁금증들이 이 책으로 후련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동안 눈을 감고 양지 육수인지, 뼈가 들어갔는지 안 들어 갔는지, 애써 답 안 나오는 추측을 해 온 분들이라면 주저 말고 이 책을 펼쳐 보시길 바랍니다. 먹으며 알아가는 것보다 알고 먹는 게 편합니다.
책 말미에는 메밀 연구자들이 기고한 메밀의 효능에 관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지루하지만 기초부터 탄탄히 짚고 실전에 나서겠다는 분들은 뒷부분부터 읽어도 좋을 듯합니다.
바야흐로 여름. 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라 누군가 아무리 훈수를 던져 봤자, 이마와 등이 축축하게 젖어 드는 순간 시원한 국물과 곱게 씹으면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메밀 향이 간절해지지요. 우래옥, 필동, 을지, 을밀대, 봉피양, 의정부, 언뜻 떠오르는 장소들에서 권역을 넓혀 아직 순례하지 못한, 혹은 가까이 있었으나 지나치기 일쑤였던 메밀의 성지들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책을 내려놓으며 제가 가장 먼저 가기로 선택한 순례지는 마포구 서교동 서관면옥입니다. 버스 한 번에 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거든요.
글 | 이주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