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세일럼. 일련의 사람들이 악의적인 마술을 사용했다는 고발을 당해 재판대 위에 올랐습니다. 고발자는 다름 아닌 그들의 이웃이었습니다. 이 ‘마녀’들의 흑마술 혹은 저주가 선량한 시민에게 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이 고발의 이유였지요. 명확한 증거는 없었지만, 중세시대에 불던 마녀 사냥의 바람이 신대륙의 청교도 집단 안에서도 맹렬히 불기 시작했습니다. 집단의 광신이 커질수록 서로 간의 불신은 커지고, 모략이 난무했습니다. 때때로 연적, 정적을 제거하거나 그냥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고발하기도 했을 겁니다.
이 재판으로 어머니가 처형당한 도로시 굿(Dorothy Good)은 본인도 재판에 회부됐습니다. 그때 도로시의 나이는 고작 네 살이었지만, 치안 판사의 심문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후로 도로시가 어떻게 됐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마녀의 씨앗, 아니, 죄의식과 분노에 눈이 먼 사람들의 눈엔 그저 마녀 그 자체였을지 모를 도로시는 결국 깊은 숲속으로 도망쳐야 했을지 모릅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는 기획전 《깊고 깊은 숲으로: 도로시의 원더링》은 바로 이 세일럼 마녀 재판에서 출발합니다. 스텔라 수진(본명 김수진, 1983~)은 도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회화의 서사적 가능성을 확장해 온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에는 신화와 현실, 상징과 실제가 교차하고 시간과 맥락을 넘나드는 이미지가 공존하지요. 《깊고 깊은 숲으로: 도로시의 원더링》은 2022년 미술관이 소장한 〈생명의 나무 1&2〉(2021)을 중심으로 작가가 구축해 온 회화적 서사와 그 변주를 살펴봅니다. 도로시 굿의 재판 이후를 상상하며, 기록되지 않은 시간과 감각을 불러오는 거지요.
깊은 숲속에서 다양한 존재와 만나는 도로시의 여정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전개됩니다. 전시 제목의 ‘원더링’은 목적 없는 방황이 아닌, 상실 이후 세계를 인식하고 관계 맺으며 스스로를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제시되고요. 이번 전시를 통해 스텔라 수진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무엇을 바라보고 남기고자 하는지, 작품 속에 축적된 작가의 시선과 사유의 흐름은 무엇인지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깊고 깊은 숲으로: 도로시의 원더링》
대전시립미술관
전시기간: 2026-03-03 ~ 2026-08-17
전시부문: 회화, 공예 등 작품수 40여 점
편집 | 신태진 에디터
169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세일럼. 일련의 사람들이 악의적인 마술을 사용했다는 고발을 당해 재판대 위에 올랐습니다. 고발자는 다름 아닌 그들의 이웃이었습니다. 이 ‘마녀’들의 흑마술 혹은 저주가 선량한 시민에게 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이 고발의 이유였지요. 명확한 증거는 없었지만, 중세시대에 불던 마녀 사냥의 바람이 신대륙의 청교도 집단 안에서도 맹렬히 불기 시작했습니다. 집단의 광신이 커질수록 서로 간의 불신은 커지고, 모략이 난무했습니다. 때때로 연적, 정적을 제거하거나 그냥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고발하기도 했을 겁니다.
이 재판으로 어머니가 처형당한 도로시 굿(Dorothy Good)은 본인도 재판에 회부됐습니다. 그때 도로시의 나이는 고작 네 살이었지만, 치안 판사의 심문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후로 도로시가 어떻게 됐는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마녀의 씨앗, 아니, 죄의식과 분노에 눈이 먼 사람들의 눈엔 그저 마녀 그 자체였을지 모를 도로시는 결국 깊은 숲속으로 도망쳐야 했을지 모릅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는 기획전 《깊고 깊은 숲으로: 도로시의 원더링》은 바로 이 세일럼 마녀 재판에서 출발합니다. 스텔라 수진(본명 김수진, 1983~)은 도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회화의 서사적 가능성을 확장해 온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에는 신화와 현실, 상징과 실제가 교차하고 시간과 맥락을 넘나드는 이미지가 공존하지요. 《깊고 깊은 숲으로: 도로시의 원더링》은 2022년 미술관이 소장한 〈생명의 나무 1&2〉(2021)을 중심으로 작가가 구축해 온 회화적 서사와 그 변주를 살펴봅니다. 도로시 굿의 재판 이후를 상상하며, 기록되지 않은 시간과 감각을 불러오는 거지요.
깊은 숲속에서 다양한 존재와 만나는 도로시의 여정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전개됩니다. 전시 제목의 ‘원더링’은 목적 없는 방황이 아닌, 상실 이후 세계를 인식하고 관계 맺으며 스스로를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제시되고요. 이번 전시를 통해 스텔라 수진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무엇을 바라보고 남기고자 하는지, 작품 속에 축적된 작가의 시선과 사유의 흐름은 무엇인지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편집 |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