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전시] 종이학을 접으며 불안을 밀어냈던 밤을 기억한다면 - 갤러리 모스 이혜진 개인전 <손으로 만든 새>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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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개인전 <손으로 만든 새> 포스터


어릴 적, 종이학 많이 접으셨나요? 때로는 소원을 담아, 때로는 사랑을 담아 천 마리의 학을 접었던 마음이 지금은 가물가물하기만 합니다. 종이학을 접는 건 단순하지만 같은 손동작을 반복해서 마치 영원에 닿을 듯 계속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쏟다 보면 나의 소원, 이 학을 받을 사람의 마음이 모두 사라지고 오롯이 나 자신과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리지만 살면서 받았던 생채기가 치유되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복적인 행위를 예술로 끌어 올린 전시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갤러리 모스(Gallery MOS)에서 열립니다. 이혜진 작가의 개인전 <손으로 만든 새>는 예상치 못한 공백의 시간 속에서 시작된 작은 신체의 반복 행위를 통해 불안의 감각을 인식하고 완화하는 과정을 회화와 소형 조각으로 풀어냅니다. 작가는 종이학 접기에서 출발한 미시적 몸짓을 매개로 사적인 치유의 루틴을 조형 언어로 전환하는데요, 건식 재료, 아교와 호분의 반복적 덧입힘, 배접과 여백의 구축을 통해 두터워진 종이는 불안의 도래와 환기 과정을 담는 표면이 됩니다. 


왜 작가는 종이학을 접게 되었을 까요. 예상 못한 공백의 시간을 어쩌지 못하고 비워 둔다면 그 구멍엔 불안과 비슷한 이름 모를 것들로 들어차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이 공백 안을 제멋대로 점유하기 전에 종이학을 접는 것이지요. 


불안을 극복하는 회복의 루틴은 모두에게 크고 작은 신체의 행위로 존재합니다. 그 회복의 몸짓을 방법론적으로 인지하고 있지 않은 상태여도 안정을 향한 숨을 쉬어 본 적이나마 분명 있을 것이고요. <손으로 만든 새>는 이와 같은 불안을 완화하는 반복적인 작은 안정의 몸짓에서 걸러진 도상들을 회화와 작은 조각들로 수집한 전시입니다.


작은 것들을 만들어낸 작은 움직임들로 불안을 얼마나 멀리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비록 그 거리가 한 뼘 정도로 작을지라도 한 뼘어치의 다정함은 생각보다 오래 머무를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3월 10일(화)부터 3월 15일(일)까지 이어집니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입니다. 종이학을 접으며 각자의 희망을 키우고 불안을 지웠던 분들이 많은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 같습니다.


◇ 작가 이력
이혜진 (1998- )
2022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 졸업
2025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전공 졸업




자료 제공 | 갤러리 모스
편집 |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