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도사 마당에 서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파노라마로 구현한 그림이 있고, 그림의 부분 부분이 잘게 자르고 이어붙인 철선으로 다시 그려졌습니다. 청주 쉐마미술관에서 4월 19일까지 철선 그림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 백승호 작가의 전시가 열립니다. 섬세하게 이어 붙은 철선이 만들어낸 선들에 하얀 벽에 비친 철선의 그림자가 겹쳐져 몇 개의 그림이 겹친 듯 보입니다. 이 풍경, 어쩐지 익숙한 듯 낯섭니다.

습작처럼, 습관처럼 쌓이는 그림들
“제 작품에 비장하고 거창하고 심오한 세계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냥 단순하고 담백한 작업을 좋아해요. 일상에서의 감정도 덤덤한 편이고요. 어릴 때부터 그리는 걸 좋아했고, 지금도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행위 자체를 즐겨요. 작가로서 제가 하는 일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를 계속해 나가면서 그 행위에 층이 쌓이는 과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에요.”

Draw, 그리고 다시 그리다
"Draw 시리즈 제가 가지고 다니는 드로잉 북에서 발췌한 그림들을 철선을 용접하여 다시 그리는 작업이에요. 연필이나 펜이 철이라는 소재로 변화가 있었고 구부리고, 자르고, 용접하는 물리적 행위도 달라지지요. 이 과정에서 그림이 새로 태어나고, 용질이 달라진 그림들에서 생경함을 느끼게 돼요. 수없이 많은 철 조각을 용접하다 보면 육체도, 정신도 지치기 마련인데, 물리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완성되어 가는 그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느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에요."
통토사 파노라마
"전체 그림은 통도사 풍경이에요. 통도사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평지에 있는 절이에요. 2022년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일이 있어서 통도사를 가게 되었고, 산에 둘러싸여 있지만 평지를 걷는 느낌이 매우 생경하면서도 익숙했어요. 그래서 한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명쾌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고, 파노라마로 사진촬영을 해서 그렸지요. 이 그림이 바로 그 장면이에요."
"그림을 철선 용접으로 다시 그리려면, 생략, 상징화 두 작업이 필요해요. 철선으로는 모든 걸 다 그리지 않고 여백을 활용해요. 한옥 조경술에 “차경”이라는 게 있는데, 말 그대로 ‘경치를 빌린다’는 뜻이에요. 창, 문틀 같은 프레임에 집 담장 밖 자연이 담기게 해서 마치 건축 공간의 일부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지요."

"작품에 빈 공간이 생기면 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과 상상을 집어넣게 되는데, 그 생각, 상상이 개입되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돼요. 미술관 정중앙에 서서 파노라마로 한 눈에 철선 그림을 바라보고, 그려지지 않은 장면, 공간의 여백은 자연스럽게 기억과 상상으로 채워보는 겁니다. 그래서 각자 다른 완성품을 보게 되고, 그게 제가 기대하는 부분이에요."
"바람이 있다면 미술관을 나가서도 그 기억들이 오래 간직됐으면 하는 것이지요."
백승호, 박진명 2인전 <파노라마>
주소 :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내수로 241 쉐마미술관
전시기간 : 3월 14일 ~ 4월 19일
관람시간 : 10:00~17:30 (월요일 휴관)
관람료 : 무료
편집 | 이주호 에디터
통도사 마당에 서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파노라마로 구현한 그림이 있고, 그림의 부분 부분이 잘게 자르고 이어붙인 철선으로 다시 그려졌습니다. 청주 쉐마미술관에서 4월 19일까지 철선 그림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 백승호 작가의 전시가 열립니다. 섬세하게 이어 붙은 철선이 만들어낸 선들에 하얀 벽에 비친 철선의 그림자가 겹쳐져 몇 개의 그림이 겹친 듯 보입니다. 이 풍경, 어쩐지 익숙한 듯 낯섭니다.
습작처럼, 습관처럼 쌓이는 그림들
“제 작품에 비장하고 거창하고 심오한 세계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냥 단순하고 담백한 작업을 좋아해요. 일상에서의 감정도 덤덤한 편이고요. 어릴 때부터 그리는 걸 좋아했고, 지금도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행위 자체를 즐겨요. 작가로서 제가 하는 일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를 계속해 나가면서 그 행위에 층이 쌓이는 과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에요.”
Draw, 그리고 다시 그리다
"Draw 시리즈 제가 가지고 다니는 드로잉 북에서 발췌한 그림들을 철선을 용접하여 다시 그리는 작업이에요. 연필이나 펜이 철이라는 소재로 변화가 있었고 구부리고, 자르고, 용접하는 물리적 행위도 달라지지요. 이 과정에서 그림이 새로 태어나고, 용질이 달라진 그림들에서 생경함을 느끼게 돼요. 수없이 많은 철 조각을 용접하다 보면 육체도, 정신도 지치기 마련인데, 물리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완성되어 가는 그림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느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에요."
통토사 파노라마
"전체 그림은 통도사 풍경이에요. 통도사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평지에 있는 절이에요. 2022년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일이 있어서 통도사를 가게 되었고, 산에 둘러싸여 있지만 평지를 걷는 느낌이 매우 생경하면서도 익숙했어요. 그래서 한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명쾌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고, 파노라마로 사진촬영을 해서 그렸지요. 이 그림이 바로 그 장면이에요."
"그림을 철선 용접으로 다시 그리려면, 생략, 상징화 두 작업이 필요해요. 철선으로는 모든 걸 다 그리지 않고 여백을 활용해요. 한옥 조경술에 “차경”이라는 게 있는데, 말 그대로 ‘경치를 빌린다’는 뜻이에요. 창, 문틀 같은 프레임에 집 담장 밖 자연이 담기게 해서 마치 건축 공간의 일부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지요."
"작품에 빈 공간이 생기면 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과 상상을 집어넣게 되는데, 그 생각, 상상이 개입되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돼요. 미술관 정중앙에 서서 파노라마로 한 눈에 철선 그림을 바라보고, 그려지지 않은 장면, 공간의 여백은 자연스럽게 기억과 상상으로 채워보는 겁니다. 그래서 각자 다른 완성품을 보게 되고, 그게 제가 기대하는 부분이에요."
"바람이 있다면 미술관을 나가서도 그 기억들이 오래 간직됐으면 하는 것이지요."
편집 | 이주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