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음반] 20세기 레코드 100 #22 Hall & Oates

2025-12-01


|20세기 사람들이 추천하는 레코드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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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명 | Maneater(1982)
아티스트 | Hall & Oates
수록앨범 | H2O
장 르 | 팝


1980년대 초, 경제 불황의 그늘이 드리운 더블린. 가정도 학교도 마음처럼 되지 않던 소년 코너는 전학 간 학교 앞에서 모델 지망생 라피나를 만나고, 순전히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밴드를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 뒷마당, 헌 옷가게에서 꿰맨 의상, 서툰 손놀림과 어설픈 연출로 만들어지는 뮤직비디오. 거짓말, 거짓 행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코너가 만든 밴드는 정말로 그럴싸한 뮤직비디오를 완성합니다. 그 영상의 주인공은 당연히 코너의 뮤즈 라피나고요. 바닷가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던 라피나는 수영을 할 줄도 모르면서 차가운 겨울바다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계속 찍어, 우리 작품을 위해 절대로 적당히 해서는 안 돼.  


인상적인 베이스 라인과 리드미컬한 비트, 이것이 80년대구나 싶은 패션과 화장, 팝 감성,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어쩐지 한 밴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베이스 라인을 따라 몸을 앞뒤로,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들던 팝 뮤지션 Hall & Oates. 


Oh-oh, here she comes
Watch out, boy, she'll chew you up
Oh-oh, here she comes
She's a man-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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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전 세상을 향해 던지는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 코너 형제가 엉망진창 현실을 잊고 잠시나마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순간 Hall & Oates의 <Maneater>가 흐릅니다. 현실을 잊고 춤추는 코너 형제에게 이 노랫말의 ‘그녀’는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만드는 작은 실패들로 가득한 일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일상은 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저 주어졌을 뿐입니다.


노래 가사에서는 그녀를 조심하라고 하지만 Daryl Hall은 인터뷰에서 특정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욕심 많은 인간상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노래가 팜므파탈 여성을 비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권력과 탐욕으로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인물들을 경계하는 노래라고 받아들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런던으로 떠나는 코너와 라피나를 향해 코너의 형은 넌 틀리지 않았으니 뒤돌아보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청춘들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런던으로 향합니다. 


욕망의 군상들이 만든 정신없고 엉망진창인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되었습니다. 국가 권력과 예산이 사익의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던 증언이 아직도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 탐욕의 진창을 훌쩍 건너뛰어 우리들의 경쾌했던 청춘의 바다를 한 번쯤 떠올려 볼 시기가 되었습니다. 연말 모임이 음악을 신청할 수 있는 LP바까지 이어지거든 이 노래를 신청해 보세요. 할 거면 제대로 하자고 용기를 북돋던 우리 마음속 뮤즈가 되살아날지 모릅니다.   




글 | 20세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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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냄새, 오래된 소리. 기억의 전시장. 20세기 사물과 정서를 공유하는 서교동의 카페 & 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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