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도서] 최초의 여성 철학자, 히파르키아의 일생 -《 철학자, 강아지, 결혼 》출간

바바라 스톡 저·김희진 역, 『 철학자, 강아지, 결혼 』, 미메시스, 2024. 1.

 

때는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다스리던 시대 그리스 북부의 마로네이아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마로네이아에서 알아주는 책벌레이자 누구보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히파르키아는 모두가 신랑감으로 선망하는 명망 높은 집안의 부유한 아들을 만나러 아테네로 떠난다. 그러던 중 그녀 앞에 아테네 길거리에 살고 있는 괴짜 철학자 크라테스가 등장한다.

 

결혼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녀는 크라테스의 사유와 생활 방식에 점점 깊이 사로잡힌다.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진정한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철학자 크라테스의 사유와 생활 방식에 매혹된 그녀에게 크라테스는 옷을 벗어 던지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것이 남편이고, 이것이 그의 재산이니, 결정하시오. 내 생활 방식을 함께하지 않고서는 내 아내가 될 수 없으니.’ 물론 히파르키아 역시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사유 재산 없이 길에서 살며 사회적 위계나 관습을 부정하고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할 것을 주장하는 견유주의 철학을 설파했다.

 

여성이 철학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고, 견유주의 철학은 당시 교양 없고 충격적인 분야로 받아들여졌던 고대 그리스에서 히파르키아는 이 두 가지 길을 모두 좇으며 심포시온에 가고 토론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매우 이례적인 삶을 살았다. 여자와 노예를 그리스 인구에 포함하지 않았던 시절, 선구적으로 동물 복지를 생각한 점 또한 놀라움을 자아낸다.

 

한편 히파르키아와 크라테스는 우리에게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대개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시야를 넓히고 사실에 집중하면 상황을 다른 견지에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유효하다. 최초의 여성 철학자 히파르키아를 지금 꼭 만나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료제공 l 미메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