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도서]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강영숙 신작 장편소설, 《 분지의 두 여자 》 출간

2024-01-10

강영숙 저, 『분지의 두 여자』, 은행나무, 2023. 12.

 

‘불안과 피로, 권태가 상존하는 비루한 현실을 감각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받으며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소설가 강영숙의 신작 장편소설. 이번 신작은 인간의 고유성을 시험하는 재해와 같은 삶 속에서 사투하는 인간의 모습을 핍진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도시 환경 미화를 담당하는 청소 용역이 버려진 한 아기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분지 지형인 북쪽도시 B시를 배경으로 아기를 가지려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도시와 인간의 생멸의 문제에 다층적으로 접근한다.

 

‘우리의 삶이 삶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상한 징후’에 집중하며 이 소설을 집필하였다는 작가의 말을 증명하듯, 소설은 인간의 고유성이 대체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가는 세계 속에서 인간의 실존이 놓여야 할 곳에 대한 묵직한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

 



소설은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자신의 상실을 새로운 탄생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진영은 ‘이타적 대리모’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나 그녀가 마주하는 세계는 기저부터 이타적이지 않다. 대리모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건강과 나이, 출산 경험 등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인간을 구성하는 특징들이 유전자의 이름 아래 구획되고 점수가 매겨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대학교수인 진영이 대리 출산의 의뢰자인 희우에게 선택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에는 경제적 이유로 대리모가 된 샤오가 있다. 진영과는 반대편의 인생을 살아온 샤오에게 아이의 부모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안전하게 십 개월의 ‘일’을 끝마치고 돈을 받는 것이 샤오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태반박리로 제왕절개 수술을 선택하게 되는 샤오는 자신의 신체를 지키기 위해 배 속의 아이가 내 아이라고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이 두 여성 사이에 민준이 등장한다. 민준은 버려진 아이를 줍는다. 민준이 도시의 청소 용역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도시의 추악을 마지막으로 처리하던 손에 한 생명이 얹어진 것이다.

 

도시는 무수한 것들을 탄생시키고 소멸시킨다. 매 순간 우리가 내던지는 쓰레기에서부터, 삼계탕 집에서 일하던 샤오가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살처분 현장에서 마주한 무수한 닭들은 물론, 종국에는 인간마저 삶의 외부로 밀려난다(진영은 서울에서 교수직을 구하기 어려워 B시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생명은 고유한 가치를 시험 당한다. 이런 재해의 세계에서 우리는 안전한가? 민준의 손에 맡겨진 생명이 겪게 되는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 사이의 하루, 소설은 우리에게 그것과 씨름하기를 요청한다.


자료제공 l 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