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도서] 고요함을 깨트리며 다가온 스물여덟 권의 오랜 책 – 김언, 《 오래된 책 읽기 》 출간

2024-01-10

김언 저, 『 오래된 책 읽기 』, 위즈덤하우스, 2024. 1. 10.

 

역동적인 문장과 실험을 주저하지 않으며 한국 시단의 독보적인 영토를 구축해온 시인 김언은 이번 독서산문집을 통해 시간을 제법 보낸 책을 꺼내어 유효한 의미들을 되짚어본다. 실제로 이번 산문집에서 다뤄지는 책은 절판되거나 품절된 책도 더러 있는 2000년대 출간 도서로, 시인이 그동안 독서일기처럼 연재해온 산문 등을 엮은 독서견문록이기도 하다. 긴박하게 호출되는 시의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책 속에 깃들어 있는 삶의 의미를 통찰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재해석하며 우리 앞에 꼭 필요한 질문들로 함께 나누는 현장이 된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문학, 예술, 인문서에 대한 짧은 인상기를 토대로 한 독서일기 형태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2부에서는 옛날이야기로 흘려보낼 수 없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으로 1편을 제외하고 모두 2000년대에 집필한 것이다. 3부는 시인에게 문학적 자양분과 길잡이가 되었던 책, 이 외에 4부에서는 시와 시인의 풍경을 거닐며 쓴 산문을 담았다.

 

프란츠 카프카, 커트 보니것, 미셸 투르니에, 프랑시스 퐁주부터 김수영, 이승훈, 허만하, 김언수까지. 시대와 국경을 불문하고 많은 독자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책부터, 예술 저변에서 한 번쯤 만나본 적 있을 것 같은 생소한 책까지 『오래된 책 읽기』에서 소개하는 독서 목록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삶 그 자체를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의 내밀한 면모처럼 그 읽기의 풍경 또한 그윽하고 드넓기만 하다.

 

책의 줄거리나 내용에 기대지 않고, 책을 지나는 시인의 보폭에 맞춰 흐르는 산문들로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시인은 어떤 경계에서 함부로 판단하거나 기울어지지 않고 책과 사람, 세계와 문화의 중심에서 균형을 ‘새로고침’하며 독서라는 폭풍우를 한 발씩 건넌다.


자료제공 l 아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