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도서] 페달 위에서 인간의 몸과 세계의 복잡성을 탐구하다 - 《 발견의 여행 》 출간

2024-03-20

“총과 게릴라가 난무하는 세상에도 여행자에게 선물과 환대를 베푸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책.”

__ 북백(The Book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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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페이브스 저·강병철 역, 《발견의 여행》, 위고, 2024. 3


이십대에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다. 걸어서 지구를 반 바퀴 돌고 버스로 육로 국경을 수십 개 넘어 다니면서 젊음을 소진했다. 밤마다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 모인 여행자들과 무용담을 나누는 것 또한 여행의 일부였다. 말하자면 그것은 누가 더 더럽고 위험하고 정신 나간 여행을 했는지 겨루는 결투장이었다. 별의별 이상하고 터무니없이 오래 여행하는 방랑자를 그때 다 만났다. 당시 누군가 이렇게 말했던 것도 같다.

 

‘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인을 한 명 만났거든. 자전거 타고 집에서 출발해서 유럽과 중동을 거쳐 남아프리카까지 내려갔다가 남미랑 미국을 종단하고 호주로 날아가서 동남아랑 인도랑 중국을 돌아서 왔다고 했어. 이제 출발한 지 6년쯤 됐다고 했나. 텐트랑 식량을 전부 싣고 다니면서 요리해 먹고 길에서 노숙하다가 수리 장비도 꺼내서 자전거 고치면서 다니고 있더라고.’

 

이런 여행담이 화제에 오르면 누군가는 반신반의하고 누군가는 경악한다. 그런데 무려 이 책의 작가가 다녀온 실제 여행 루트다. 그는 6년 동안 자전거로 지구 두 바퀴가 넘는 86,209킬로미터를 주행했다. 이 여행자는 내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듣고 본 여행자 중에 가장 미쳤고, 이 여행기 또한 동시대의 사람이 쓴 것 중에 가장 미쳤다. 이 장대한 기록에서는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환희와 절망의 순간을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 있다. 혼란스럽고 장황하지만 여행 기간에 비하면 차라리 압축된 것 같은 대서사시다. 온몸으로 여행하는 그를 통해 이방인으로서의 현장감이 전해진다.

 

이 여행은 어떤 체험이나 방랑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가의 본업은 응급실 의사다. 길 위의 그가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타자를 치료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된다. 긴 여행 동안 그는 의료봉사를 하는 동시에 국가 간의 정세를 되짚으며 문화사를 복기하기도 한다.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몸을 옮기는 모험담에 그치지 않는 다채로운 각도의 서술이다.

 

그런데 과연 그는 무엇을 위해 떠났던가. 그는 고백한다. 그간의 여행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고 반드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다만 내 경험으로 이해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영역이 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음을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낯선 타인을 경청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고. 모든 여행자를 겸허하게 만드는 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다.

 

자료제공 l 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