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제 촬영을 시작합니다 - 브릭스 매거진이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2026-06-02


이제 촬영을 시작합니다 #2


이 카페 빛이 잘 드나요?

인터뷰를 하는 장소는 대체로 둘로 나눌 수 있다. 인터뷰이의 공간, 아니면 카페. 가끔 브릭스 매거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하는데, 사무실이 지하에 있던 시기에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거의 건지질 못했다. 인물 사진의 팔 할은 빛이다. 빛이 안 좋거나 빛이 좋아도 그걸 제대로 담지 못하면 사진은 순식간에 빚이 된다. 그래서 인터뷰를 카페에서 하기로 결정하면 은근히 ‘장소발’을 기대하게 된다.


실상 인터뷰할 카페를 물색할 때 사진이 잘 나오는 것만으로 장소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인터뷰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느냐가 장소 선정 기준으로 더 중요하다. 매장이 너무 협소하거나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피해야 하고, 웬만하면 프랜차이즈 카페도 플랜B 정도로 고려한다. 그럼에도 매장이 얼마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지까지는 미리 확인할 수 없어 녹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번에는 카페에서 촬영한 인터뷰 사진을 모아보았다. 사실 인터뷰 장소의 절반은 작업실이고 나머지 절반은 카페니까 이런 식의 분류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벌써부터 다음 편은 무슨 꼭지로 모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사진을 잘 찍었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거다.



춘자와의 인터뷰

인터뷰 일자: 22년 5월 4일
이토록 낯선 사람, 춘자


춘자 님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작가? 기획자? 창작자? 어쩌면 영원한 노마드…. 오래전 라다크에서 카페를 운영했고,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은 매년 라다크 여행을 기획하고 ‘돌핀 호텔’이라는 창작자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계신다.


장소가 그러하듯 인터뷰를 하러 가는 마음가짐도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뉜다.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긴 한데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러 가거나, 어떤 사람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진짜 모르는 걸 물어보러 가거나. 물론 춘자 님과의 인터뷰는 후자에 속했다. 라다크에 비하면 평범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서촌에서 꽤 괜찮은 분위기를 자랑하는 통인스윗카페로 모신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 그런데 햇볕이 이렇게 낮고 비스듬하게 들어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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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인물사진가라면 그림자로 얼굴에 사선을 그어 놓아도 다 계획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만, 아무튼 난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고 이미 기운 해를 다시 들어 올릴 수도 없었다. 인터뷰이를 볕이 들어오는 창문 쪽으로, 창문 쪽으로 더 붙인(?)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여기서는 인터뷰 시작 시각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처음 만날 때는 빛이 참 잘 들어오는데 만나자마자 사진을 찍을 순 없으니 일단 인터뷰부터 1시간가량 하고, 그러다 보면 친밀감이 쌓여 사진 찍기 좋은 분위기는 무르익는데 정작 인물을 비출 빛은 다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예정된 곤란은 몇 년에 걸쳐 계속되었고, 이제는 웬만하면 인터뷰를 좀 일찍 하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춘자 님과의 인터뷰 때도 필름카메라를 가져갔고, 마침 흑백 필름이 물려 있어 흑백 사진으로 찍었다. 그래도 춘자 님의 의견에 따라 앞모습은 인터뷰에 싣지 않았다. 아이디어도 넘치고 활기도 넘치는 사람을 이렇게 쓸쓸한 빛으로 찍어 놓다니…, 우리 한 시간 더 일찍 만나도록 합시다.



보컬리스트 박근홍 인터뷰

인터뷰 일자: 22년 4월 14일
박근홍의 록앤롤 ‘디스 이즈 잇’ - 록 보컬리스트 박근홍 #1
밴드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 록 보컬리스트 박근홍 #2


게이트플라워즈, ABTB를 거쳐 지금은 언더독의 보컬인 박근홍 님과의 인터뷰. 이번 인터뷰가 흥미로웠던 건 인터뷰어가 우리가 아니라 『음악을 입다』의 저자 백영훈 작가님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홍 님과 백영훈 작가님이 인터뷰를 하는 사이, 나는 그냥 잘 들으면서 사진만 찍으면 됐다.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꽤 신나게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장소는 지금은 사라진 술집 2층이었는데, 해는 이미 진 데다가 조명도 그리 밝진 않았지만 약간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요소요소 음악과 관련된 소품도 있어 배경으로 나쁘지 않았다. 따로 각을 잡고 찍은 ‘프로필’식 인터뷰이 사진도 필요하겠지만, 말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긴 컷이야 말로 인터뷰 사진의 꽃 아닌가. 다만 셔터스피드가 높게 나오지 않는 환경이라 흔히 말하는 ‘눈 감은 사진’ 유의 결과물이 많이 나왔다. 사실 눈이 온전히 감기면 다행이고 반쯤 뜨거나 된소리나 센소리를 발음하는 중의 입이 찍히면 몹시 송구스럽다. 나 혼자서는 그런 사진을 ‘부적절한 사진’이라고 표현하는데, 물론 인터뷰이에게 보여주는 일은 절대 없이 하드 드라이브에서 삭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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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박근홍 님과의 인터뷰에서 고른 사진은 인터뷰 때 찍은 사진이 아니다. 일정이 끝난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찍은 것이다. 마주 앉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모습이 ‘진짜’ 인터뷰 중인 사진처럼 보여 이 사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내용 자체도 이 사진의 분위기가 훨씬 어울리는 것 같고.



정다운, 김종신 감독 인터뷰

인터뷰 일자: 22년 4월 28일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 정다운, 김종신 감독 인터뷰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 〈땅에 쓰는 시〉 등을 연출한 정다운 감독님과 김종신 감독님 인터뷰는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의 개봉 직후 가졌다. 와, 인터뷰를 하다 보니 영화감독도 만날 수 있구나, 감개무량한 자리였다. 배급사인 영화사 진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진행도 원활했다.


장소는 서울예술대학교 남산캠퍼스 근처에 있는 카페였는데, 야외 테라스도 있어서 실내외 촬영을 모두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적당히 흐린, 그래서 인물이 부드럽게 잘 나오는 그런 날씨였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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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고른 이유는, 예상했겠지만, 인터뷰이로서의 사진이라기보단 공동 연출이자 부부인 두 감독님의 구도가 좋아서다. 초점은 약간 앞에 계셨던 정다운 감독님께 다 맞기는 했으나 정 감독님을 바라보는 김 감독님의 눈빛과 미소가 마음에 든다. 사실 프레이밍은 엉망인 사진이지만, 두 분의 표정이 내 실수를 커버해 주셨다.


이 인터뷰를 꼽은 또 다른 이유는 이로부터 몇 년 후, 〈땅에 쓰는 시〉 개봉과 맞추어 가진 정다운 감독님과의 두 번째 인터뷰를 언급하고 싶어서다. 나중에 회차가 돌아오면 공개하겠지만, 정다운 감독님과의 두 번째 인터뷰 사진도 가족의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으로 인상 깊게 남았다. 내가 잘 찍었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얼른 자랑하고 싶다.



곽서희 에디터 인터뷰

인터뷰 일자: 22년 11월 11일
여행 매거진 〈트래비〉의 곽서희 에디터를 만나다


여행 매거진 〈트래비〉의 에디터 곽서희 님과는 에세이로 먼저 만났다. 아직 학생이실 때 헤밍웨이의 문학과 파리 여행을 엮은 글을 보내주셨는데, 내용과 사진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그러고 나서 여행신문에 입사하여 여행 기자이자 에디터로 활동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시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여행 매거진의 에디터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 드렸다. 회사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으셨는데 흔쾌히 응해주셨다.


여행 매거진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자료까지 준비해 오신 것도 인상적이었고, 취재 때 메모와 녹취를 어떤 식으로 하고 그것을 어떻게 기사로 만드는지 노하우를 풀어 주신 것도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사진. 아, 이분은 사진을 잘 찍으신다.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여행 사진을 찍는다. 동시에 나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의 사진을 찍는 게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처음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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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을 선별해 보내드렸고, 마음에 드셨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곽서희 에디터님은 SNS 활동을 활발히 하신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그의 이름을 검색하여 인터뷰 기사를 읽으려고 들어오고 있어 브릭스 매거진 방문자수 증대에 지대한 공헌을 해 주고 계신다. 사진으로 보답해 드리진 못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글·사진 |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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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litt.ly/ecrire_lire_vi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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