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리’의 역사는 인도의 역사만큼이나 길지만, 지금처럼 세계적인 음식이 된 건 18세기 이후의 일입니다. ‘향신료와 함께 채소나 고기를 넣은 국물 요리’라는 이 스펙트럼 넓은 음식은 실제로 전 세계 곳곳에서 현지화 되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커리’라는 이름이 붙지 않아도 말이죠.
일본도 마찬가지랍니다. 메이지 시대 말, 영국식 커리 스튜가 전래되며 큰 사랑을 받습니다. 당시 커리는 서구의 고급 요리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외식의 상징적인 메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의 음식회사 S&B가 커리 파우더를 생산하면서 커리는 대중화의 길을 걷습니다. 여전히 커리, 아니, 일본이니까 ‘카레’라고 부르죠. 카레 식당이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물론, 가정의 식탁 위로도 스며든 것이죠.

같은 메뉴도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데 능숙한 일본. 카레 세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때는 1990년대, 오사카. 사실 인도의 커리는 향신료의 기본 배합이 정해져 있고 조리 과정도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사카의 자유분방한 카레 마니아들이 세계 각국의 향신료를 자기 입맛대로 조합해서 자신만의 카레를 만들어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카레 장르가 바로 ‘스파이스 카레(Spice Curry)’입니다. 커리는 원래부터 향신료 음식이긴 하지만, 각자의 레시피대로 향신료를 사용하고, 지금껏 상상해보지 못했던 재료를 동원해 예술적인 방식으로 접시에 담는 카레를 특정하기 위해 ‘스파이스 카레’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하우스메이드 카레라니, 마찬가지로 꽤나 카레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도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도 이런 카레가 있나? 역시 일본에 가는 수밖에 없나?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일 카레 마니아들이 모여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도쿄에 사는 미식 작가 네모와 서순라길에 있는 카레 전문점 ‘커리 컬처 클럽(CCC)’이 ‘일본식 스파이스 카레 컬처’ 팝업을 연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커리 컬처 클럽 인스타그램
도쿄에 사는 네모 작가는 한국어로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맛집과 일본 식문화를 소개하는 미식 작가입니다. 한국에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를 펴냈으며, 지금도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수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쿄에 사는 미식 작가, 네모
한편 요즘 핫한 서순라길에 위치한 커리 컬처 클럽은 커리와 다양한 향신료를 가지고 재미난 음식과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커리 전문 식당입니다. 커리 컬처 클럽의 매력이자 특징은 바로 일본의 스파이스 카레처럼 저만의 향신료 배합과 독특한 토핑으로 커리를 선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카레를 사랑하는 미식 작가가 한국에서 일본식 스파이스 카레를 소개하기에 커리 컬처 클럽만큼 잘 어울리는 곳은 없었던 셈이지요.

커리 컬처 클럽
일본식 스파이스 카레 컬처 팝업은 7월 28일, 29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먼저 네모 작가가 일본 카레의 역사와 스파이스 카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일본 카레 맛집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일본 음식 하면 떠올리는 스시, 라멘, 소바를 제치고 일본의 ‘국민 음식’이라고 할 만한 메뉴가 바로 카레라는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집밥, 학교 급식에서 가장 반가운 메뉴. 우리에겐 떡볶이나 된장찌개 같은 위상이라고 할까요?
네모 작가가 준비한 카레 강연 자료
물론 한국도 다양한 카레, 커리를 즐기는 나라이고 인기도 적지 않지만, 이 메뉴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데는 일본이 진심이긴 한 것 같습니다. 고기와 함께 볶으며 수분을 거의 날린 키마 카레, 반대로 국물이 가득해 훌훌 마실 수 있는 수프 카레. 요즘 들어 한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카레들이죠.
이번 팝업 행사의 주인공인 스파이스 카레 또한 가게마다 독특한 비주얼로 선보여집니다. 커다란 접시 양쪽에 서로 다른 카레를 담고, 가운데 밥을 댐처럼 쌓는 카레를 어디선가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 보고 싶은 구성이지요. 저도 그런 카레를 먹고 싶어 일본에 가야 하나 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이런 ‘반반 카레’를 선보이는 곳이 드물게나마 존재해 소원은 풀 수 있었지만요. 밥을 댐처럼 쌓는 방식은 아니지만, 커리 컬처 클럽에서도 반반 카레는 선보이고 있고요.
강연 중인 네모 작가
토핑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기 3대장 소, 닭, 돼지와 오로지 채소만 넣는 채소 카레, 그리고 돈카쓰나 가라아게 등 각종 튀김에 부어 먹는 카레는 모두 드셔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일본의 스파이스 카레 전문점에서는 날계란, 낫토, 고등어 통조림까지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과연 그 맛이 어떨지 상상이 될 듯 말 듯 한데, 이번 팝업 행사는 ‘그냥 그런 게 있다’를 전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네모 작가의 강연이 끝난 후 커리 컬처 클럽에서 준비한 카레가 소문을 현실로 만들어 준 거예요.

우선 매장에서 만든 라씨로 목을 축이다 보면, 카레가 가득 담긴 접시가 나옵니다. 향신료를 갈지 않고 씨앗 그대로 템퍼링(재료를 기름에 볶으며 향을 입히는 작업)한 홀 스파이스 치킨 커리와 고등어 키마 커리가 올라간 반반 카레입니다. 거기에 효창공원에 있는 낫토 전문점 낫투두 낫토앤바의 낫토를 공수해 와 올렸습니다. 저도 다양한 카레를 먹어 봤다고 자부하지만, 고등어가 들어간 카레, 거기에 낫토까지 올라간 건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부감이 들기보다 새로운 향신료, 새로운 토핑의 세계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고등어 카레는 조금이라도 도전 정신이 있는 분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팝업을 위해 한정으로 만들어진 메뉴라는 게 아쉬웠는데, 정식 메뉴 등록이 시급합니다.

라씨와 스파이스 카레, 키마 커리
커리 컬처 클럽의 이주형 대표는 직접 도쿄로 날아가 네모 작가와 함께 추천 카레 식당을 돌며 이번 메뉴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영감의 주인공은 세이란과 브라더. 둘 다 도쿄에 있는 유명 카레 맛집입니다. 현지의 맛을 보고 그걸 우리 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다니, 정말 카레 사랑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팝업 행사에서는 네모 작가가 도쿄 스파이스카레 맛집도 추천해 주었고, 일본 최대 음식점 리뷰 사이트 타베로그 활용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식에, 카레에 진심인 사람들이 만나 선보인 이번 행사.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낯선 향신료의 세계를 찾아온 팝업 참가자들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누구 하나 접시를 비우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니, 한국 카레의 미래가 밝아보였습니다. 무슨 미래까지 논하냐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그렇습니다. 저처럼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무궁무진한 변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커리컬처 클럽의 이주형 대표
아직은 논의 단계인 듯하지만, 이번 스파이스 카레 팝업을 하반기에 한 번 더 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쉽게 이번 팝업을 놓친 카레 마니아들께서는 하반기 행사가 성사되기를 기다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팝업 참가자와 기념 사진을 찍는 네모 작가

※ 도쿄 네모 작가, 커리 컬처 클럽 이주형 대표와의 인터뷰 기사 이어서 읽기
글 · 사진 | 신태진 에디터
‘커리’의 역사는 인도의 역사만큼이나 길지만, 지금처럼 세계적인 음식이 된 건 18세기 이후의 일입니다. ‘향신료와 함께 채소나 고기를 넣은 국물 요리’라는 이 스펙트럼 넓은 음식은 실제로 전 세계 곳곳에서 현지화 되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커리’라는 이름이 붙지 않아도 말이죠.
일본도 마찬가지랍니다. 메이지 시대 말, 영국식 커리 스튜가 전래되며 큰 사랑을 받습니다. 당시 커리는 서구의 고급 요리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외식의 상징적인 메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의 음식회사 S&B가 커리 파우더를 생산하면서 커리는 대중화의 길을 걷습니다. 여전히 커리, 아니, 일본이니까 ‘카레’라고 부르죠. 카레 식당이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물론, 가정의 식탁 위로도 스며든 것이죠.
같은 메뉴도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데 능숙한 일본. 카레 세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때는 1990년대, 오사카. 사실 인도의 커리는 향신료의 기본 배합이 정해져 있고 조리 과정도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사카의 자유분방한 카레 마니아들이 세계 각국의 향신료를 자기 입맛대로 조합해서 자신만의 카레를 만들어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카레 장르가 바로 ‘스파이스 카레(Spice Curry)’입니다. 커리는 원래부터 향신료 음식이긴 하지만, 각자의 레시피대로 향신료를 사용하고, 지금껏 상상해보지 못했던 재료를 동원해 예술적인 방식으로 접시에 담는 카레를 특정하기 위해 ‘스파이스 카레’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하우스메이드 카레라니, 마찬가지로 꽤나 카레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도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도 이런 카레가 있나? 역시 일본에 가는 수밖에 없나?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일 카레 마니아들이 모여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도쿄에 사는 미식 작가 네모와 서순라길에 있는 카레 전문점 ‘커리 컬처 클럽(CCC)’이 ‘일본식 스파이스 카레 컬처’ 팝업을 연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커리 컬처 클럽 인스타그램
도쿄에 사는 네모 작가는 한국어로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맛집과 일본 식문화를 소개하는 미식 작가입니다. 한국에서 『진짜 도쿄 맛집을 알려줄게요』,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를 펴냈으며, 지금도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수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요즘 핫한 서순라길에 위치한 커리 컬처 클럽은 커리와 다양한 향신료를 가지고 재미난 음식과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커리 전문 식당입니다. 커리 컬처 클럽의 매력이자 특징은 바로 일본의 스파이스 카레처럼 저만의 향신료 배합과 독특한 토핑으로 커리를 선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카레를 사랑하는 미식 작가가 한국에서 일본식 스파이스 카레를 소개하기에 커리 컬처 클럽만큼 잘 어울리는 곳은 없었던 셈이지요.
커리 컬처 클럽
일본식 스파이스 카레 컬처 팝업은 7월 28일, 29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먼저 네모 작가가 일본 카레의 역사와 스파이스 카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일본 카레 맛집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일본 음식 하면 떠올리는 스시, 라멘, 소바를 제치고 일본의 ‘국민 음식’이라고 할 만한 메뉴가 바로 카레라는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집밥, 학교 급식에서 가장 반가운 메뉴. 우리에겐 떡볶이나 된장찌개 같은 위상이라고 할까요?
네모 작가가 준비한 카레 강연 자료
물론 한국도 다양한 카레, 커리를 즐기는 나라이고 인기도 적지 않지만, 이 메뉴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데는 일본이 진심이긴 한 것 같습니다. 고기와 함께 볶으며 수분을 거의 날린 키마 카레, 반대로 국물이 가득해 훌훌 마실 수 있는 수프 카레. 요즘 들어 한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카레들이죠.
이번 팝업 행사의 주인공인 스파이스 카레 또한 가게마다 독특한 비주얼로 선보여집니다. 커다란 접시 양쪽에 서로 다른 카레를 담고, 가운데 밥을 댐처럼 쌓는 카레를 어디선가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 보고 싶은 구성이지요. 저도 그런 카레를 먹고 싶어 일본에 가야 하나 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이런 ‘반반 카레’를 선보이는 곳이 드물게나마 존재해 소원은 풀 수 있었지만요. 밥을 댐처럼 쌓는 방식은 아니지만, 커리 컬처 클럽에서도 반반 카레는 선보이고 있고요.
토핑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기 3대장 소, 닭, 돼지와 오로지 채소만 넣는 채소 카레, 그리고 돈카쓰나 가라아게 등 각종 튀김에 부어 먹는 카레는 모두 드셔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일본의 스파이스 카레 전문점에서는 날계란, 낫토, 고등어 통조림까지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과연 그 맛이 어떨지 상상이 될 듯 말 듯 한데, 이번 팝업 행사는 ‘그냥 그런 게 있다’를 전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네모 작가의 강연이 끝난 후 커리 컬처 클럽에서 준비한 카레가 소문을 현실로 만들어 준 거예요.
우선 매장에서 만든 라씨로 목을 축이다 보면, 카레가 가득 담긴 접시가 나옵니다. 향신료를 갈지 않고 씨앗 그대로 템퍼링(재료를 기름에 볶으며 향을 입히는 작업)한 홀 스파이스 치킨 커리와 고등어 키마 커리가 올라간 반반 카레입니다. 거기에 효창공원에 있는 낫토 전문점 낫투두 낫토앤바의 낫토를 공수해 와 올렸습니다. 저도 다양한 카레를 먹어 봤다고 자부하지만, 고등어가 들어간 카레, 거기에 낫토까지 올라간 건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부감이 들기보다 새로운 향신료, 새로운 토핑의 세계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고등어 카레는 조금이라도 도전 정신이 있는 분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번 팝업을 위해 한정으로 만들어진 메뉴라는 게 아쉬웠는데, 정식 메뉴 등록이 시급합니다.
커리 컬처 클럽의 이주형 대표는 직접 도쿄로 날아가 네모 작가와 함께 추천 카레 식당을 돌며 이번 메뉴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영감의 주인공은 세이란과 브라더. 둘 다 도쿄에 있는 유명 카레 맛집입니다. 현지의 맛을 보고 그걸 우리 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다니, 정말 카레 사랑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팝업 행사에서는 네모 작가가 도쿄 스파이스카레 맛집도 추천해 주었고, 일본 최대 음식점 리뷰 사이트 타베로그 활용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식에, 카레에 진심인 사람들이 만나 선보인 이번 행사.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낯선 향신료의 세계를 찾아온 팝업 참가자들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누구 하나 접시를 비우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니, 한국 카레의 미래가 밝아보였습니다. 무슨 미래까지 논하냐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그렇습니다. 저처럼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무궁무진한 변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은 논의 단계인 듯하지만, 이번 스파이스 카레 팝업을 하반기에 한 번 더 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쉽게 이번 팝업을 놓친 카레 마니아들께서는 하반기 행사가 성사되기를 기다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 도쿄 네모 작가, 커리 컬처 클럽 이주형 대표와의 인터뷰 기사 이어서 읽기
글 · 사진 | 신태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