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픈 역사를 딛고 평화와 미래로 나아가는 섬, 교동도

2023-12-26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교동도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도에서 교동도를 찾아보면 북한과 몹시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거리는 불과 2.6킬로미터. 육안으로 이북의 산이며 들판, 건물까지 어슴푸레 볼 수 있지요.

 

교동도는 다른 민간인 통제선 지역과 달리 운전자 신분증만 있으면 별다른 절차 없이 입도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그래서 현장학습을 나온 강화, 인천 지역 중‧고등학생이 자주 눈에 띄기도 합니다. 아픈 역사와 부흥의 활기가 공존하는 섬, 교동도로 떠나봅니다.

 

76bfd8aaab16c.jpg

망향대 

6.25전쟁 이전, 교동도는 한강 하류를 두고 마주 보는 연백군(현재는 연안군과 배천군으로 분리)과 교류가 잦았습니다. 전쟁 발발 후 황해도에서 피난 온 사람들은 교동도에 머물며 머잖아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귀향은 기약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832f9b95d2af1.jpg망향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던 실향민들은 물 건너 고향 땅이 보이는 교동도에 비석을 세우고 매년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망원경까지 설치된 이곳의 이름은 망향대(望鄕臺). 만 건너 연안읍 비봉산, 남산, 연백평야와 드문드문 주택가도 보입니다. 열 명 남짓 거리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각자 길로 멀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6bf7e5fd588ea.jpgd753b1e57a9f1.jpg30d4b0735e224.jpg망향대에서

 

7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곳에서 ‘고향’을 건너다보는 분들도 하나둘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형 버스 3대를 나눠 타고 온 중학생 친구들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6798463e2c6a6.jpg

 


대룡시장 

연백에서 피난 온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되자 고향에 있는 연백시장을 본떠 골목길에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대룡시장입니다. 2017년부터 정비 사업을 추진하여 2019년 대대적인 골목길 정비를 거쳐 지금과 같은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2a7f10bb572bb.jpg대룡시장


그 옛날 극장은 이제 식당으로, 사진관은 셀프 스튜디오로 바뀌었습니다. 교동도에서 나오는 농산물과 발효, 가공 식품들, 간식거리들이 시장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고요. 카페, 찻집, 떡집, 그중 ‘청춘 브라보’라는 곳에서는 쫄깃하고 달콤한 이북식 강아지떡을 팔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떡 한 조각씩 권하는 인심에 절로 발길이 멈춥니다.


e2195d9be56ad.jpg대룡시장에서

 

청춘 브라보에서는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민가에 전시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짚단과 소똥으로 올린 지붕은 신기하게도 여러 겹입니다. 교동도의 주민들이 피난민들을 위해 지붕 위에 다시 지붕을 얹어 공간을 늘려 살게 했던 흔적이라고 합니다. 그런 온정과 연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전시장에서는 교동도의 역사 아카이브 사진전과 일러스트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c978934819828.jpgee47e845aec6d.jpg대룡시장 내 청춘부라보

 

대풍식당 

시장 구경을 마치고 황해도식 냉면을 맛볼 수 있는 식당으로 갑니다. 1960년 황해도 실향민이 ‘대풍옥’이라는 이름으로 냈던 식당, 이제는 아드님 내외가 대를 이어 ‘대풍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688aca57a7879.jpg대풍식당


대풍식당의 메뉴는 황해도식 국밥과 물‧비빔냉면. 특히 물냉면은 황해도 냉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백령도, 인천식으로 액젓 간을 한 육수도 아니고, 옥천냉면식 고기 육수에 간장 간을 맞춘 육수도 아닙니다. 오로지 채소와 과일로만 우려낸 채수에 들기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들기름과 김으로 맛을 내는 점에서는 백령도 냉면과 닮았고요.

 

68ec9fab58196.jpg7ba5bdbef43cd.jpg대풍식당의 냉면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서도 물냉면을 시켜 먹는 손님들이 보입니다. 국밥 한 그릇과 물냉면 하나, 비빔냉면 하나면 완벽한 조합이겠지요. 시원하고 담백한 냉면에 강화도의 또 다른 명물 순무 김치를 꼭 곁들여 드세요.


6a2eae437bf4d.jpg

대풍식당의 국밥과 순무 김치

 

난정평화교육원 

교동도의 별칭은 ‘평화의 섬’입니다. 그런 교동도에 올해 ‘난정평화교육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2019년에 폐교한 난정초등학교를 새롭게 조성하여 개원한 이곳은 평화 교육기관인데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평화 관련 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정책 연구의 장으로도 활약할 것이라고 합니다.

 

25d66e376a086.jpg난정평화교육원에서


이 난정평화교육원에 ‘교동도 – 평화의 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여러 조각가의 작품이 전시되었습니다. 각각 화합, 평화, 소통, 희망, 추억, 휴식이라는 키워드를 지닌 작품들을 교육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a14f2c3dd7ba6.jpg560c96ac661a9.jpg

〈백두인 한라인〉


부둥켜안은 사람들이 백두산 천지의 형상을 그리는 〈백두인 한라인〉, 당장에라도 뛰어오를 듯 승무를 추는 〈평화의 춤〉, 그 자체로 작품이자 벤치가 되어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는 〈세상을 보는 창문〉, 〈두근두근〉, 〈소근소근〉 연작. 그 외에도 〈The Island of Peace〉, 〈행복을 꿈꾸는 정원〉, 〈기억의 추억〉 등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f5f146368a4ce.jpg〈평화의 춤〉


e9ac464995525.jpg

〈The Island of Peace〉


e00e26e8275b8.jpg43453b32dbe2d.jpg〈세상을 보는 창문〉, 〈두근두근〉, 〈소근소근〉


1a09317801984.jpg〈행복을 꿈꾸는 정원〉


이중 〈기억의 추억〉은 실제로 난정평화교육원의 전신인 난정초등학교 출신의 작가가 참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래전 이곳 초등학교에서 찍은 사진이 타일 위에 인쇄되어 있는데요, 대룡시장에서도 느꼈던 아련한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a5fb98732aeaf.jpg〈기억의 추억〉



서울에서 약 1시간 40분.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서북쪽 끄트머리 섬 교동도는 아픈 역사를 딛고 정겨운 옛 풍경을 안은 채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예상보다 훨씬 많았던 여행자들이 이곳이 잊히는 섬이 아닌 활기차게 약동하는 섬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bf95802086a26.jpg 



글 이주호, 신태진
사진 신태진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