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laya del Carmen |
멕시코 카리브해 여행의 관문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는 단연 칸쿤이다. 대형 리조트가 늘어선 해변과 올인클루시브 호텔,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직항편 덕분에 멕시코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 대부분이 칸쿤을 거쳐 간다. 하지만 며칠이 아니라 일주일, 한 달처럼 조금 더 길게 머물 도시를 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칸쿤에서 남쪽으로 약 1시간 떨어진 플라야델카르멘(Playa del Carmen)은 여행지와 생활도시의 경계에 있는 곳이다.
플라야델카르멘은 칸쿤과 툴룸 사이, 리비에라 마야(Riviera Maya)의 중심에 자리한 해안도시다. 도시 앞으로는 카리브해가 펼쳐지고 맞은편에는 코수멜섬이 자리한다. 한때 코수멜로 건너가는 작은 어촌이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리조트와 호텔, 카페, 레스토랑이 밀집한 국제적인 휴양도시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단기 관광객뿐 아니라 몇 주에서 몇 달씩 머무는 장기 여행자와 원격근무자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플라야델카르멘의 해변
플라야델카르멘이 장기 체류지로 편한 가장 큰 이유는 도시 규모다. 칸쿤처럼 관광지와 생활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중심가에서는 해변과 카페, 마트, 식당, 운동시설 대부분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아침에는 해변에서 운동하고 낮에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는 5번가를 산책하는 일상이 가능하다. 여행을 하는 동시에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기 좋은 도시이다.
플라야델카르멘은 열대기후 지역이라 일 년 내내 따뜻하다. 여행하기 가장 편한 시기는 일반적으로 건기에 해당하는 11월 말부터 4월 무렵이다. 습도가 비교적 낮고 비가 적으며, 12~2월에는 한낮에도 지나치게 덥지 않아 해변과 세뇨떼, 주변 유적지를 돌아보기 좋다. 반대로 5월부터 10월은 덥고 습한 우기에 해당한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소나기와 강한 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도 6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여름과 초가을에 방문한다면 기상 상황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카리브해 여행에서는 날씨와 함께 하나 더 확인할 것이 있다. 바로 사르가숨(Sargassum), 즉 갈조류 유입 상황이다. 특히 봄부터 여름 사이 해변에 많은 양이 밀려오는 경우가 있으며 해마다 유입량과 시기가 달라진다. 2026년에는 멕시코 카리브해 연안에 이례적으로 많은 사르가숨이 유입되면서 플라야델카르멘을 포함한 킨타나로오 해안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해변이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숙소 예약 전 최근 해변 상황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래 킨타나로오 사르가숨 모니터링 사이트에서 사르가숨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지도에서 플라야델카르멘 쪽 해변을 살피면 된다. 다만 사르가숨은 바람과 해류에 따라 하루 사이에도 상황이 달라지므로, 그날그날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변가로 떠밀려온 해초
처음 플라야델카르멘에 도착했다면 가장 먼저 걷게 되는 거리는 ‘킨타 아베니다(Quinta Avenida)’, 우리말로 5번가다. 해변과 나란히 이어지는 보행자 전용 거리로 플라야델카르멘 관광의 중심이자 도시를 대표하는 거리다. 플라야델카르멘 시정부 역시 5번가를 도시의 대표 관광 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5번가 풍경
거리 양쪽으로 기념품점과 카페, 멕시코 음식점, 국제적인 레스토랑, 바와 쇼핑몰 등이 끝없이 이어진다. 저녁이 되면 거리 공연과 음악이 더해져 낮보다 훨씬 활기찬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이 많아 물가는 시내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지만, 플라야델카르멘을 처음 방문했다면 한 번쯤 천천히 걸어볼 만하다. 관광객이 많은 5번가를 벗어나 20번가와 30번가 방향으로 몇 블록만 이동하면 가격도 조금씩 낮아진다. 같은 타코라도 관광 중심가와 현지 식당의 가격 차이가 상당한 경우가 있어 장기간 머문다면 숙소 주변의 로컬 식당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주말에는 플라야델카르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내 중심의 Plaza 28 de Julio에서는 지역 생산자와 공예가들이 참여하는 ‘Hecho en Playa’ 마켓을 만날 수 있다. 플라야델카르멘 시정부가 지역 생산자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수공예품과 액세서리, 로컬 브랜드 상품 등을 판매하는 부스가 금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운영된다.
시장구경을 마친 뒤 근처 현지 맛집에서 식사를 즐기기도 좋다. 5번가에서 서쪽으로 몇 블록만 벗어나면 관광객보다는 현지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들이 많아지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진다.
플라야델카르멘에서는 멕시코 가정식을 맛보는 것도 좋은데, ‘Dona Paula Restaurant’을 추천할 만하다. 관광객을 겨냥한 화려한 레스토랑보다는 작은 동네 식당에 가까운 곳으로, 포솔레와 몰레, 칠라킬레스, 코치니타 피빌 등 멕시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정식 메뉴를 판매한다. 추천 메뉴는 포솔레(Pozole). 포솔레는 옥수수의 일종인 호미니를 고기와 함께 푹 끓여 만드는 멕시코 전통 수프로, 양배추나 양상추, 양파, 라임 등을 취향에 따라 곁들여 먹는다. 한 그릇만으로도 꽤 든든해 현지의 일상적인 멕시코 음식을 경험하기에 제격이다.

포솔레
유카탄반도에 왔다면 ‘코치니타 피빌(Cochinita Pibil)’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돼지고기를 아시오테와 감귤류 등으로 양념해 오랫동안 부드럽게 익히는 유카탄 지역의 대표 음식이다. 잘게 찢은 고기를 작은 토르티야 위에 올리고 절인 붉은 양파와 살사를 곁들여 타코로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멕시코 중서부 지역의 비리야 타코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유카탄반도의 향신료와 조리법이 담긴 전혀 다른 지역 음식이다.
코치니타 피빌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는 30번가의 ‘La Cochi Loka’를 추천할 만하다. 코치니타뿐 아니라 레촌(Lechon)을 넣은 타코와 토르타 등을 판매해 여러 종류를 비교해보기 좋다. 특히 코치니타는 유카탄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아침이나 주말에 즐겨 먹던 음식이라 오전부터 판매하는 전문점도 많다.

코치니타 피빌
세뇨떼(Cenote)는 석회암 지반이 무너지면서 지하수가 드러나 만들어진 천연 웅덩이로, 유카탄반도 곳곳에 수천 개가 분포한다. 플라야델카르멘에서 비교적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는 세뇨떼 아술(Cenote Azul)이 있다.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25km 떨어진 307번 국도에 자리하며, 자동차로 약 20~30분이면 도착한다. 렌터카가 없어도 플라야델카르멘에서 툴룸 방향으로 운행하는 콜렉티보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 개별 여행자도 방문하기 편하다. 콜렉티보는 정해진 노선을 따라 운행하며 승객이 원하는 지점에서 내려주는 합승 승합차다. 툴룸으로 가는 콜렉티보 비용은 편도 기준 보통 40~50 멕시코 페소이다. 아래 지도 링크를 통해 탑승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세뇨떼 아술 입구. 입장료가 있으며, 여러 장비를 대여할 수도 있다.
세뇨떼 아술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폐쇄형 세뇨떼와 달리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오픈형 세뇨떼다. 숲으로 둘러싸인 맑은 물에서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으며, 수심이 얕은 구역과 깊은 구역이 나뉘어 있어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도 살고 있어 스노클링 장비가 있다면 수중 풍경까지 함께 관찰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성인 입장료는 약 180멕시코페소다.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는 별도로 대여할 수 있다. 장비 대여 시 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으며 현금 지참이 권장된다. 입장료와 대여료는 변동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최신 요금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이용 규칙도 있다. 입수 전 샤워가 필수이며 선크림은 친환경 제품을 포함해 사용할 수 없다. 모기기피제와 화장품 등 피부에 바르는 제품도 씻어낸 뒤 입수해야 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보다는 평일이나 오전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비교적 여유롭게 세뇨떼를 즐길 수 있다.

세뇨떼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플라야델카르멘이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장기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다. 도시 곳곳에서 요가와 러닝, 그룹 운동 같은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 해변에서는 정해진 수강료 대신 자율적으로 비용을 내는 도네이션 방식의 요가 클래스가 열리기도 한다. 정규 요가 스튜디오의 수업도 많지만, 공원이나 해변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클래스는 여행자가 가볍게 참여하기 좋다. 이런 프로그램은 일정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현지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주의 일정을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러닝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PDC Fitness Club은 플라야델카르멘에서 무료 그룹 운동과 러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5번가 일대에서 정기적인 소셜런을 운영하고 있다. 기록 경쟁보다 함께 달리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해 현지에 막 도착한 여행자도 참여하기 어렵지 않다. 아래 PDC Fitness Club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소식을 확인해 보자. (@pdcfitnessclub)
이런 활동은 장기 체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한 달씩 같은 도시에 머물다 보면 관광지만 돌아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매주 같은 시간에 열리는 러닝이나 요가에 참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지 주민이나 다른 장기 여행자를 만나게 된다. 많은 장기 여행자들은 아예 피트니스 센터를 구독하여 운동을 즐기기도 한다. 물론 한 달 살이를 해야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5일 정도 머무는 여행자도 일정만 맞으면 아침 러닝이나 요가 한 번을 여행 일정에 넣을 수 있다. 관광명소를 하나 더 방문하는 대신 도시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플라야델카르멘 여행의 재미다.

치안은 괜찮을까? 멕시코 여행에서 치안은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플라야델카르멘은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만큼 5번가와 해변 등 주요 관광지역에는 많은 사람이 다니고 경찰의 순찰도 이뤄진다. 플라야델카르멘 시정부도 해변과 관광 구역을 중심으로 상시 치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안전한 도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현재 미국 국무부는 플라야델카르멘이 위치한 킨타나로오주에 대해 범죄 등의 이유로 ‘주의 강화’ 단계의 여행 권고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밤에는 밝은 보행자 거리와 주요 관광 구역을 이용하고 주변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 5번가에서 몇 블록만 벗어나도 밤에는 인적이 빠르게 줄어드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는 큰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물가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관광객이 집중되는 5번가와 해변 앞은 멕시코에서도 물가가 높은 지역에 속하지만 몇 블록만 안쪽으로 이동하면 현지 물가에 가까운 식당과 상점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5번가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관광지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을 만날 수도 있다. 반면 20~30번가 주변의 로컬 타케리아나 작은 식당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다. 장기 체류자가 관광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많아 직접 장을 보기도 쉽다. 한 달 정도 머문다면 모든 끼니를 외식하기보다 아침이나 간단한 식사는 직접 해결하고 현지 음식점을 섞어 이용하는 것이 비용을 크게 줄이는 방법이다. 숙박 역시 선택의 폭이 넓다. 해변과 5번가에 가까울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서쪽으로 이동할수록 비교적 저렴해지는 경향이 있다. 단기 여행이라면 접근성을 우선해 중심가에 머무는 것이 편하지만 장기 여행이라면 10~30번가 사이에서 마트와 체육시설, 카페 접근성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좋다.
카드와 현금, 무엇을 준비할까? 플라야델카르멘에서는 카드와 현금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호텔과 대형마트, 쇼핑몰, 중대형 레스토랑에서는 해외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은 도시라 카드 결제 인프라 자체는 잘 갖춰진 편이다. 하지만 작은 타코 가게나 노점, 마켓, 일부 세뇨떼와 소규모 업체에서는 여전히 현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행 기간 내내 큰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다니기보다는 카드 결제를 기본으로 하되 하루에 필요한 만큼의 멕시코페소를 준비하는 방식이 편하다. 멕시코에서는 대형 업장을 제외한 작은 업체에서는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관광지에서는 미국 달러를 받는 상점도 있지만 환율이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식사와 쇼핑에는 멕시코페소를 사용하는 편이 낫다. 카드 단말기나 ATM에서 자국 통화로 환산해 결제할 것인지 묻는 경우에도 적용 환율과 해외 결제 수수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칸쿤이 화려한 리조트에서 완성된 휴양을 즐기는 도시라면, 플라야델카르멘은 여행자가 직접 여행과 일상이 공존하는 하루를 만들어가는 도시와 가깝다. 아침에는 카리브해를 따라 달리고, 오전에는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가까운 세뇨떼에서 수영할 수 있다. 저녁이면 5번가를 걷거나 주말 마켓을 구경하고, 다음 날에는 페리를 타고 코수멜로 넘어갈 수도 있다. 특별한 관광지를 찾아 매일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하루를 채울 선택지가 많다.
무엇보다 플라야델카르멘에는 여행자와 현지인의 생활공간이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다. 세계적인 관광거리에서 몇 블록만 벗어나면 로컬 타코 가게와 슈퍼마켓이 나오고, 해변에서는 여행객과 주민들이 함께 운동한다. 일주일을 머물든 한 달을 머물든 자신만의 생활 패턴을 만들기 어렵지 않다. 칸쿤에서 멕시코 카리브해 여행을 시작했다면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 플라야델카르멘에서 며칠 더 머물러보자. 어쩌면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떠나는 날짜를 늦추고 싶은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글·사진 | 버드모이

여행이 곧 삶이 된 여행자이자 유튜버.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 보기로 했다』의 저자. 스물여섯, 회사를 그만두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날 이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로부터 2,500일 동안 100여 개 국을 여행하며 세계의 다양한 삶과 사람 기록해 왔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작음을 느끼고, 낯선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며, 때로는 길 위의 고독을 통해 삶의 본질을 배워 나갔다. 이러한 여정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세계를 배우는 한 사람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현재 유튜브 채널 ‘버드모이[Birdmoi]’를 통해 13만 명의 구독자와 함께 여행의 설렘과 깨달음을 나누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상의 끝과 시작을 잇는 길 위에서 이야기를 이어 갈 예정이다.
유튜브 : www.youtube.com/@Birdmoi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 보기로 했다』 도서정보 : 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193584
| Playa del Carmen |
멕시코 카리브해 여행의 관문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는 단연 칸쿤이다. 대형 리조트가 늘어선 해변과 올인클루시브 호텔,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직항편 덕분에 멕시코를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 대부분이 칸쿤을 거쳐 간다. 하지만 며칠이 아니라 일주일, 한 달처럼 조금 더 길게 머물 도시를 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칸쿤에서 남쪽으로 약 1시간 떨어진 플라야델카르멘(Playa del Carmen)은 여행지와 생활도시의 경계에 있는 곳이다.
플라야델카르멘은 칸쿤과 툴룸 사이, 리비에라 마야(Riviera Maya)의 중심에 자리한 해안도시다. 도시 앞으로는 카리브해가 펼쳐지고 맞은편에는 코수멜섬이 자리한다. 한때 코수멜로 건너가는 작은 어촌이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리조트와 호텔, 카페, 레스토랑이 밀집한 국제적인 휴양도시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단기 관광객뿐 아니라 몇 주에서 몇 달씩 머무는 장기 여행자와 원격근무자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플라야델카르멘의 해변
플라야델카르멘이 장기 체류지로 편한 가장 큰 이유는 도시 규모다. 칸쿤처럼 관광지와 생활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중심가에서는 해변과 카페, 마트, 식당, 운동시설 대부분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아침에는 해변에서 운동하고 낮에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는 5번가를 산책하는 일상이 가능하다. 여행을 하는 동시에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기 좋은 도시이다.
플라야델카르멘은 열대기후 지역이라 일 년 내내 따뜻하다. 여행하기 가장 편한 시기는 일반적으로 건기에 해당하는 11월 말부터 4월 무렵이다. 습도가 비교적 낮고 비가 적으며, 12~2월에는 한낮에도 지나치게 덥지 않아 해변과 세뇨떼, 주변 유적지를 돌아보기 좋다. 반대로 5월부터 10월은 덥고 습한 우기에 해당한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소나기와 강한 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도 6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여름과 초가을에 방문한다면 기상 상황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카리브해 여행에서는 날씨와 함께 하나 더 확인할 것이 있다. 바로 사르가숨(Sargassum), 즉 갈조류 유입 상황이다. 특히 봄부터 여름 사이 해변에 많은 양이 밀려오는 경우가 있으며 해마다 유입량과 시기가 달라진다. 2026년에는 멕시코 카리브해 연안에 이례적으로 많은 사르가숨이 유입되면서 플라야델카르멘을 포함한 킨타나로오 해안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해변이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숙소 예약 전 최근 해변 상황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래 킨타나로오 사르가숨 모니터링 사이트에서 사르가숨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지도에서 플라야델카르멘 쪽 해변을 살피면 된다. 다만 사르가숨은 바람과 해류에 따라 하루 사이에도 상황이 달라지므로, 그날그날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변가로 떠밀려온 해초
처음 플라야델카르멘에 도착했다면 가장 먼저 걷게 되는 거리는 ‘킨타 아베니다(Quinta Avenida)’, 우리말로 5번가다. 해변과 나란히 이어지는 보행자 전용 거리로 플라야델카르멘 관광의 중심이자 도시를 대표하는 거리다. 플라야델카르멘 시정부 역시 5번가를 도시의 대표 관광 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5번가 풍경
거리 양쪽으로 기념품점과 카페, 멕시코 음식점, 국제적인 레스토랑, 바와 쇼핑몰 등이 끝없이 이어진다. 저녁이 되면 거리 공연과 음악이 더해져 낮보다 훨씬 활기찬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이 많아 물가는 시내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지만, 플라야델카르멘을 처음 방문했다면 한 번쯤 천천히 걸어볼 만하다. 관광객이 많은 5번가를 벗어나 20번가와 30번가 방향으로 몇 블록만 이동하면 가격도 조금씩 낮아진다. 같은 타코라도 관광 중심가와 현지 식당의 가격 차이가 상당한 경우가 있어 장기간 머문다면 숙소 주변의 로컬 식당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주말에는 플라야델카르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내 중심의 Plaza 28 de Julio에서는 지역 생산자와 공예가들이 참여하는 ‘Hecho en Playa’ 마켓을 만날 수 있다. 플라야델카르멘 시정부가 지역 생산자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수공예품과 액세서리, 로컬 브랜드 상품 등을 판매하는 부스가 금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운영된다.
시장구경을 마친 뒤 근처 현지 맛집에서 식사를 즐기기도 좋다. 5번가에서 서쪽으로 몇 블록만 벗어나면 관광객보다는 현지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들이 많아지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진다.
플라야델카르멘에서는 멕시코 가정식을 맛보는 것도 좋은데, ‘Dona Paula Restaurant’을 추천할 만하다. 관광객을 겨냥한 화려한 레스토랑보다는 작은 동네 식당에 가까운 곳으로, 포솔레와 몰레, 칠라킬레스, 코치니타 피빌 등 멕시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정식 메뉴를 판매한다. 추천 메뉴는 포솔레(Pozole). 포솔레는 옥수수의 일종인 호미니를 고기와 함께 푹 끓여 만드는 멕시코 전통 수프로, 양배추나 양상추, 양파, 라임 등을 취향에 따라 곁들여 먹는다. 한 그릇만으로도 꽤 든든해 현지의 일상적인 멕시코 음식을 경험하기에 제격이다.
포솔레
유카탄반도에 왔다면 ‘코치니타 피빌(Cochinita Pibil)’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돼지고기를 아시오테와 감귤류 등으로 양념해 오랫동안 부드럽게 익히는 유카탄 지역의 대표 음식이다. 잘게 찢은 고기를 작은 토르티야 위에 올리고 절인 붉은 양파와 살사를 곁들여 타코로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멕시코 중서부 지역의 비리야 타코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유카탄반도의 향신료와 조리법이 담긴 전혀 다른 지역 음식이다.
코치니타 피빌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는 30번가의 ‘La Cochi Loka’를 추천할 만하다. 코치니타뿐 아니라 레촌(Lechon)을 넣은 타코와 토르타 등을 판매해 여러 종류를 비교해보기 좋다. 특히 코치니타는 유카탄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아침이나 주말에 즐겨 먹던 음식이라 오전부터 판매하는 전문점도 많다.
코치니타 피빌
세뇨떼(Cenote)는 석회암 지반이 무너지면서 지하수가 드러나 만들어진 천연 웅덩이로, 유카탄반도 곳곳에 수천 개가 분포한다. 플라야델카르멘에서 비교적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는 세뇨떼 아술(Cenote Azul)이 있다.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25km 떨어진 307번 국도에 자리하며, 자동차로 약 20~30분이면 도착한다. 렌터카가 없어도 플라야델카르멘에서 툴룸 방향으로 운행하는 콜렉티보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 개별 여행자도 방문하기 편하다. 콜렉티보는 정해진 노선을 따라 운행하며 승객이 원하는 지점에서 내려주는 합승 승합차다. 툴룸으로 가는 콜렉티보 비용은 편도 기준 보통 40~50 멕시코 페소이다. 아래 지도 링크를 통해 탑승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세뇨떼 아술 입구. 입장료가 있으며, 여러 장비를 대여할 수도 있다.
세뇨떼 아술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폐쇄형 세뇨떼와 달리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오픈형 세뇨떼다. 숲으로 둘러싸인 맑은 물에서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으며, 수심이 얕은 구역과 깊은 구역이 나뉘어 있어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도 살고 있어 스노클링 장비가 있다면 수중 풍경까지 함께 관찰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성인 입장료는 약 180멕시코페소다.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는 별도로 대여할 수 있다. 장비 대여 시 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으며 현금 지참이 권장된다. 입장료와 대여료는 변동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최신 요금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이용 규칙도 있다. 입수 전 샤워가 필수이며 선크림은 친환경 제품을 포함해 사용할 수 없다. 모기기피제와 화장품 등 피부에 바르는 제품도 씻어낸 뒤 입수해야 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보다는 평일이나 오전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비교적 여유롭게 세뇨떼를 즐길 수 있다.
세뇨떼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플라야델카르멘이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장기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다. 도시 곳곳에서 요가와 러닝, 그룹 운동 같은 프로그램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 해변에서는 정해진 수강료 대신 자율적으로 비용을 내는 도네이션 방식의 요가 클래스가 열리기도 한다. 정규 요가 스튜디오의 수업도 많지만, 공원이나 해변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클래스는 여행자가 가볍게 참여하기 좋다. 이런 프로그램은 일정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현지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주의 일정을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러닝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PDC Fitness Club은 플라야델카르멘에서 무료 그룹 운동과 러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5번가 일대에서 정기적인 소셜런을 운영하고 있다. 기록 경쟁보다 함께 달리는 커뮤니티 성격이 강해 현지에 막 도착한 여행자도 참여하기 어렵지 않다. 아래 PDC Fitness Club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소식을 확인해 보자. (@pdcfitnessclub)
이런 활동은 장기 체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한 달씩 같은 도시에 머물다 보면 관광지만 돌아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매주 같은 시간에 열리는 러닝이나 요가에 참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지 주민이나 다른 장기 여행자를 만나게 된다. 많은 장기 여행자들은 아예 피트니스 센터를 구독하여 운동을 즐기기도 한다. 물론 한 달 살이를 해야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5일 정도 머무는 여행자도 일정만 맞으면 아침 러닝이나 요가 한 번을 여행 일정에 넣을 수 있다. 관광명소를 하나 더 방문하는 대신 도시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플라야델카르멘 여행의 재미다.
치안은 괜찮을까? 멕시코 여행에서 치안은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플라야델카르멘은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만큼 5번가와 해변 등 주요 관광지역에는 많은 사람이 다니고 경찰의 순찰도 이뤄진다. 플라야델카르멘 시정부도 해변과 관광 구역을 중심으로 상시 치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안전한 도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현재 미국 국무부는 플라야델카르멘이 위치한 킨타나로오주에 대해 범죄 등의 이유로 ‘주의 강화’ 단계의 여행 권고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밤에는 밝은 보행자 거리와 주요 관광 구역을 이용하고 주변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 5번가에서 몇 블록만 벗어나도 밤에는 인적이 빠르게 줄어드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는 큰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물가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관광객이 집중되는 5번가와 해변 앞은 멕시코에서도 물가가 높은 지역에 속하지만 몇 블록만 안쪽으로 이동하면 현지 물가에 가까운 식당과 상점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5번가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관광지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을 만날 수도 있다. 반면 20~30번가 주변의 로컬 타케리아나 작은 식당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다. 장기 체류자가 관광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 슈퍼마켓과 편의점이 많아 직접 장을 보기도 쉽다. 한 달 정도 머문다면 모든 끼니를 외식하기보다 아침이나 간단한 식사는 직접 해결하고 현지 음식점을 섞어 이용하는 것이 비용을 크게 줄이는 방법이다. 숙박 역시 선택의 폭이 넓다. 해변과 5번가에 가까울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서쪽으로 이동할수록 비교적 저렴해지는 경향이 있다. 단기 여행이라면 접근성을 우선해 중심가에 머무는 것이 편하지만 장기 여행이라면 10~30번가 사이에서 마트와 체육시설, 카페 접근성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좋다.
카드와 현금, 무엇을 준비할까? 플라야델카르멘에서는 카드와 현금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호텔과 대형마트, 쇼핑몰, 중대형 레스토랑에서는 해외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은 도시라 카드 결제 인프라 자체는 잘 갖춰진 편이다. 하지만 작은 타코 가게나 노점, 마켓, 일부 세뇨떼와 소규모 업체에서는 여전히 현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행 기간 내내 큰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다니기보다는 카드 결제를 기본으로 하되 하루에 필요한 만큼의 멕시코페소를 준비하는 방식이 편하다. 멕시코에서는 대형 업장을 제외한 작은 업체에서는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관광지에서는 미국 달러를 받는 상점도 있지만 환율이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식사와 쇼핑에는 멕시코페소를 사용하는 편이 낫다. 카드 단말기나 ATM에서 자국 통화로 환산해 결제할 것인지 묻는 경우에도 적용 환율과 해외 결제 수수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칸쿤이 화려한 리조트에서 완성된 휴양을 즐기는 도시라면, 플라야델카르멘은 여행자가 직접 여행과 일상이 공존하는 하루를 만들어가는 도시와 가깝다. 아침에는 카리브해를 따라 달리고, 오전에는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가까운 세뇨떼에서 수영할 수 있다. 저녁이면 5번가를 걷거나 주말 마켓을 구경하고, 다음 날에는 페리를 타고 코수멜로 넘어갈 수도 있다. 특별한 관광지를 찾아 매일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하루를 채울 선택지가 많다.
무엇보다 플라야델카르멘에는 여행자와 현지인의 생활공간이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다. 세계적인 관광거리에서 몇 블록만 벗어나면 로컬 타코 가게와 슈퍼마켓이 나오고, 해변에서는 여행객과 주민들이 함께 운동한다. 일주일을 머물든 한 달을 머물든 자신만의 생활 패턴을 만들기 어렵지 않다. 칸쿤에서 멕시코 카리브해 여행을 시작했다면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 플라야델카르멘에서 며칠 더 머물러보자. 어쩌면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떠나는 날짜를 늦추고 싶은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글·사진 | 버드모이
여행이 곧 삶이 된 여행자이자 유튜버. 『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 보기로 했다』의 저자. 스물여섯, 회사를 그만두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날 이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로부터 2,500일 동안 100여 개 국을 여행하며 세계의 다양한 삶과 사람 기록해 왔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작음을 느끼고, 낯선 문화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며, 때로는 길 위의 고독을 통해 삶의 본질을 배워 나갔다. 이러한 여정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세계를 배우는 한 사람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현재 유튜브 채널 ‘버드모이[Birdmoi]’를 통해 13만 명의 구독자와 함께 여행의 설렘과 깨달음을 나누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상의 끝과 시작을 잇는 길 위에서 이야기를 이어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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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 보기로 했다』 도서정보 : 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193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