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망원동에서 다시 한 번, 산 책

2024-05-08

:: 망원동에서 산 책 #1 먼저 읽기
:: 망원동에서 산 책 #2 먼저 읽기


망원동 책방 산책도 막바지에 이릅니다. 제법 길어진 해가 느슨하게 떨어지는 골목에 학교를 파한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가 정겹게 울려 퍼지네요. 가게 앞에 잔뜩 늘어선 줄도 없고, 서로 사진 찍어주느라 바쁜 사람들도 보이지 않네요. 생활감 가득한 오후에 절로 걸음이 느려집니다. 동네 책방에도 동네 단골들만 모여 책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


:: 종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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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숲은 우뚝 솟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 자그마한 크기지만 멀리서도 저기가 책방이구나 알 수 있는 곳입니다. 유리창에 붙은 ‘책과 커피’라는 슬로건은 아주 명료하면서도 붙임새나 서체가 퍽 귀엽고 낭만적이네요. 안으로 들어서면 서점 같기도 하고 카페 같기도 한 작은 숲이 펼쳐집니다.


7d7d302e76b4c.jpg종이숲


Q. 종이숲은 어떤 책방인가요?

저희 인스타그램 한 줄 소개처럼 책과 커피를 파는 책방입니다. 제가 책을 읽는 것보다 책방 가는 걸 더 좋아해서 줄곧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어요. 원래는 그냥 책만 판매하는 작은 책방을 내려고 했는데, 스토리지북앤필름의 마이크 대표님께 책만 파는 것보다는 다른 것도 병행하는 편이 버티기가 좋다는 조언을 들었지요. 마침 제가 카페 쪽에서 일하고 있을 때라 커피도 함께하는 책방을 열기로 했어요. 요즘에는 뭔가 책보다는 푸딩이 많이 팔리는 그런 책방이 되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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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종이숲’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종이, 숲 제가 좋아하는 단어의 조합이기도 하고요, 종이로 숲을 이룬 작은 책방이란 의미도 주고 싶었어요. 책방 이름도 한글로 하고 싶었고요. 복잡한 서울 속에서 작은 숲이 되어 쉼을 제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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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방 큐레이션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커피를 마시며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커피와 잘 어울리는 가벼운 책 위주로 큐레이션하는 편이에요. 종이숲에서 커피 한 잔 하는 동안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무겁지 않은 책들로요. 


63aeee373a76b.jpg172d2b3ea9441.jpg종이숲의 책들


Q. 커피 한 잔 하며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여행, 소설, 그리고 커피와 관련된 책을 한 권씩 골라봤어요. 한 권은 배태랑 작가의 『커피를 마시는 동안은 일하지 말아야지』라는 커피 에세이예요. 작가가 ‘만공(滿空)’이라고 표현한 커피를 마시는 시간 동안 쓴 글을 모든 책이지요. 두 번째는 제가 쓴 여행 책인데요, ‘탱아’라는 필명으로 쓴 『나의, 제주 한 조각』이에요. 세 달간 제주에서 살며 마음에 남은 이야기를 엮은 책으로, 사진도 많이 담았어요. 마지막으로는 김윤희 작가의 소설 『쥐꼬랑지』입니다. ‘쥐꼬랑지’라는 이름의 소녀와 ‘코지모’라는 생쥐의 우정을 담은 동화 같은 작품이에요.


b8f57393634c2.jpgd81c1923f1e9e.jpg김윤희 작가의 『쥐꼬랑지』와 종이숲 책방지기가 직접 쓴 『나의, 제주 한 조각』


Q. 아까 푸딩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여기서 푸딩도 만들어 파시며 푸딩숲이라는 사이트도 운영하고 계신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아주 작은 서점을 목표로 문을 열었지만 늘 그렇듯이 일상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고, 종이숲의 대표 메뉴는 어느새 푸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빨강머리 앤의 말처럼 생각지도 못한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멋진 일인 것 같기도 해요. 책이 팔리지 않아 속상했던 날도 있었지만, 속상해 할 시간에 푸딩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푸딩숲’이라는 브랜드를 새로 꾸렸답니다. 집에서도, 가게에서도 종이숲의 푸딩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c7045976804ea.jpg종이숲 남유지 대표


종이숲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 93 1층 종이숲
https://www.instagram.com/_paperforest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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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 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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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근에 초등학교가 둘이나 있어서인지 유난히 아이들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 거리, 망원동 책방 산책의 종착지는 책방 이올시다입니다. 책 모양으로 만든 간판이 호기심을 자아내고, 햇살 잘 드는 서가는 요리조리 시선을 빼앗네요. 동네 책방에 가면 책장뿐만 아니라 벽에도 볼거리가 많은데요, 이올시다 역시 조용한 서가 뒤편에서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8318abe8fab30.jpg책방 이올시다


Q. 이올시다는 어떤 책방인가요?

이올시다는 독서를 파는 책방입니다. 제가 독서학을 전공했는데요, 이곳에서 단순히 책만 사 가는 게 아니라 책을 읽고 나눌 수 있는 다채로운 독서 경험을 사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슬로건도 ‘독서를 파는 책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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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보시면 책을 분류하는 기준을 안내하는 지도가 있어요. 책을 키워드별로 분류하고 있는데, 책을 고르기 전에 내가 어떤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 그게 책 읽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올시다에서는 책 읽기 전, 책을 읽는 중간, 그리고 책 읽고 나서의 모든 단계를 다 경험하실 수 있어요.


9ae20f2b97529.jpg14e9f91b33532.jpg이올시다 서가 안내도


Q. 큐레이션은 어떻게 하시나요?

계절마다 키워드 하나를 정해놓고 책을 추천하고 있어요. 올봄에는 ‘시작’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했는데요, 책을 안 사더라도 샘플 책을 보며 간단하게 독서 활동을 할 수 있어요.


dcf5748342d8e.jpg올봄 이올시다의 큐레이션 키워드 '시작'


예를 들어 이번 큐레이션에 『봄, 시작하는 마음』이라는 에세이집이 있어요. 저자들이 성인이 되어 처음 시작한 것에 관해 쓴 산문이에요. 그 책과 관련하여 손님들께 “어른이 되어서 뭘 처음 시작했어요?”라고 묻고, 손님들이 포스트잇에 답을 써서 붙여주시는 거예요. 이런 참여 방식을 통해 이올시다에 오시면 내가 독서를 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af3101cfe20f0.jpg책방 손님들이 남긴 '시작'


Q. 이올시다에서는 어떤 책을 추천해 주시겠어요?

방금 소개해 드린 『봄, 시작하는 마음』을 추천해 드려요. 어떤 저자는 친구랑 헤어질 때 친구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일을 시작했다고 쓰셨고, 어떤 저자분은 어른이 되어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고 쓰셨어요. 지금껏 생각해 본 적 없던 시작도 있고, 이렇게 쉽게 할 수 있구나 싶은 시작도 있어요.

누구나 처음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하나씩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독자도 ‘맞아, 나에겐 이런 처음이 있었지’ 떠오르고는 해요. 또, 봄은 뭔가를 시작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계절이잖아요. 그래서 이 봄과 잘 어울리는 책이기도 하고요.


3b3262b8cbfbd.jpg이주호 외 7인의 『봄, 시작하는 마음』


Q. 대표님께서는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하셔서 독서까지 전공하신 건가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고, 그러다 보니까 쓰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대학은 문예창작과를 갔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주변에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내가 글을 못 쓰는 건 아닐까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나는 읽는 걸 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독서 관련 학회 활동을 시작했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독서 지도에도 관심을 가졌고, 대학원에서 독서학을 공부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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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강사 일을 먼저 시작했어요. 학부모, 사서, 교사분들에게 독서 교육, 독서 지도를 했고 대학에도 출강했어요. 그런데 기관과 연관되어 강의를 하다 보니까 소개할 수 없는 책들도 있었고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마침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됐는데, 제가 책방을 시작하면 마음대로 독서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2022년, 책방 이올시다를 열었지요.


be8f1cd65569c.jpg이올시다 서가에서


Q. 이올시다에서는 독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계절마다 큐레이션이 바뀔 때쯤에 맞춰 북클럽을 운영해요. 3개월 동안 진행하는 북클럽이고, 그 계절에 어울리는 키워드를 정해 그에 맞는 책을 한 달에 한 권씩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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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북클럽을 운영하시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언젠가 북클럽에 참가하고 싶은데 모임에 오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게 될까 걱정이라는 분이 계셨어요. 이미 책을 많이 읽고 잘 아는 사람들만 올 것 같아 부담이라고도 하셨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그분은 꼭 독서 모임을 하고 싶은 분이셨어요. 그래서 말씀드렸지요.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저 믿고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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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때가 북클럽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던 시기예요. 저도 계속 원데이 프로그램만 진행하다가 3개월씩 장기로 이어지는 북클럽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지요. 그런데 그분께 덜컥 절 믿고 신청하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진짜 재미있게 제대로 한번 해 보자, 저도 용기가 났어요.

그분은 아직 꾸준히 북클럽을 신청하고 계세요. 제가 믿고 따라오라고 했던 순간을 여전히 잊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신뢰를 받은 느낌이었다고요. 저희는 서로에게 힘이 된 거예요. 이렇듯 아주 커다란 변화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보다는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좋아요. 그것이 제가 책방을 하고 있는 이유이자 책방을 하는 의미이고요.


a2c944ebeb2a2.jpg이올시다 대표 이올


책방 이올시다

서울 마포구 포은로 146 1층
https://www.instagram.com/iolsida.bookshop/




인터뷰 | 이은서, 신태진
정리·사진 |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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