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연의 선물 '생약'에 관한 모든 것, 제주 생약누리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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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의 이야기도 듣고 벽에 붙은 큼지막한 정의도 읽었지만, ‘생약’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쏭달쏭한 기분으로 전시장을 걷습니다. 동‧식물은 물론 광물, 미생물을 포함한 자연에서 얻은 자원을 약으로 쓰는 것, 혹은 약의 원료로 쓰는 것을 생약이라 한다네요. 책상 위에 놓여 있지만 매일 먹는 걸 잊는 오메가3 캡슐 속 생선 기름도 생약이라 부를 수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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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예시로 붙은 감초 사진을 보니 확실히 알 것도 같다가, 녹용을 보니 얼굴이 찌푸려지고, 급기야 금박도 생약이라는 포인트에서는 그 범위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너무 넓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생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긴 한가 봐요. 이렇게 멋진 건물을 짓고 ‘생약누리’라는 이름을 붙인 전시장을 운영한다니. 그것도 식약처에서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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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누리는 2023년 4월 서귀포시 상효동에 문을 열었습니다. 어느 제약회사에서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세운 건 아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국립생약자원관* 중 한 곳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생약 자원을 연구하고 관리한다는 사실도 생약누리를 다녀오고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생약누리는 무료 관람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도 가능하고, 한라산과 서귀포 앞바다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풍경 맛집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걸 보면 공익과 제주 여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큰 그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싶어요. 옥상에 번듯한 포토존까지 있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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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법한 웅장한 건물 안으로 들어섭니다. 로비에서 생약나무가 반겨줍니다. 생약나무는 나무에서 줄기와 잎, 꽃, 열매, 뿌리까지 모두 생약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상징입니다. 나무 아래는 실제 곶자왈을 작게나마 재현해 두기도 했습니다. 곶자왈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만의 독특한 숲 생태계이지요. 이처럼 생약누리는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제주의 자연, 제주의 생약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어요. 이곳이 제주 여행의 목적지가 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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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생약 표본을 전시하고 제주의 생태계를 미디어 아트로 구현하는 상설 전시와 긴 호흡으로 순환 운영되는 기획 전시로 나뉩니다. 현재 기획 전시로는 <제주 생물자원, 생약이 되다>가 진행되고 있어요. 제주에 많이 사는, 혹은 유일하게 제주에만 사는 동‧식물의 박제와 표본, 모형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한편으로는 이 모든 생물이 다 생약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약간 무섭기도 했습니다. 귀여운 곤줄박이가 어떻게 약재가 되는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요. 풀뿌리나 나무 열매, 나무껍질을 생약으로 쓰는 경우가 더 많을 거라고 자신을 다독여 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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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미디어 아트 앞에서 디지털 힐링을 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생약들을 관찰하고 만져볼 수 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한약방 냄새가 나네요. 약장에는 감초, 인삼, 갈근 등이 들어 있습니다. 또, 단말기를 통해 이곳에 전시된 생약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더 눈길을 끄는 건 호랑이 뼈라든가 웅담, 녹용, 해마 등이긴 하네요. 식물의 압착 표본은 마치 예술 작품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어른이든 아이든 하나씩 주의 깊게 살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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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을 한약재라고 기억하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요즘은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어요. 광고에서 ‘자연 유래 성분’이라는 말이 들린다면 거기엔 생약이 사용된 거라고 여기면 될 것 같습니다. 자연에서 왔다 하면 어쩐지 더 효과도 좋고 안전할 거란 믿음, 그 믿음을 지켜나가기 위한 곳이 여기 생약누리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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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꼭 섭취하거나 바르지 않더라도 자연의 효용을 느낄 순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무료로 제공되는 차 한잔과 함께 삼나무 숲을 보면서 마음을 다독일 수 있거든요. 내친 김에 옥상까지 올라가면 한쪽으로는 한라산이, 한쪽으로는 서귀포 바다가 펼쳐집니다. 아, 이 풍경 역시 자연의 선물 아닌가요. 프레임 형태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보세요. 생약누리 건물 바로 옆에는 전시온실도 있으니 꼭 들러 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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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람은 무료이고, 체험 프로그램은 생약누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합니다. 생약누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물 맑고 시원하기로 유명한 돈내코 계곡과 원앙폭포가 있으니 함께 다녀오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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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누리
제주 서귀포시 돈내코로 260
10:00~17:00 (월요일 휴관)
https://nifds.go.kr/hmrm/kr/index.do


* 국립생약자원관은 생약자원의 조사‧확보‧보존‧연구‧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기후 환경이 서로 다른 옥천, 양구, 제주 3곳에 있다. 




글·사진 |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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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매거진의 에디터. 『진실한 한 끼』『꽃 파르페 물고기 그리고 당신』를 냈고, 『홍콩단편, 어쩌면 익숙한 하루』를 함께 썼다.
https://litt.ly/ecrire_lire_vi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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