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 여행작가의 여행법][여행] 덴버를 가야 하는 열한 가지 이유

직딩 여행 작가의 여행법 #11



미국관광청의 초대로 IPW에 참가하기 위해 덴버에 도착한 첫날, 설레는 마음을 주체 못한 채 마구 흥분했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사람, 호텔, 풍경, 공기….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한 시간에 한 번씩 잠이 깰 만큼 크나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흘이 흘렀다. 기적처럼 덴버 현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내 휴대폰을 찾았다고. 그를 만나 식사를 대접하고 사례를 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답변이 날 더욱 감동하게 했다. 그와 식사를 하면서 나는 이야기했다. 내가 한국에 돌아간다면 덴버에 관한 여러 편의 글을 쓰게 될 텐데, 네 이야기를 첫 번째로 쓸 것이라고, 내게 덴버라는 도시는 너에 대한 기억이 가장 먼저일 것이라고….



덴버를 가야 하는 열한 가지 이유


대체 누가 그랬던가, 덴버는 볼 것이 없다고? 내가 머물며 체험한 덴버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미국 중부 콜로라도의 주도. 공기 맑고 물 좋은 전형적인 미국 도시. 덴버에 잠깐이라도 머문다면 그 누구라도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 바로 나처럼.


1. 야외 원형극장에서 콘서트 관람하며 날뛰어보기

Red rocks & Amphitheatre라는 공연장은, 해발고도 1965m에 자리한 붉은 사암의 공간이다. 1941년 문을 열었고 9,52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1~2년의 공연 스케줄이 미리 잡혀져 있을 만큼 명소인데, 전 세계 유명 뮤지션들이 이곳에 서는 것을 꿈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비지터 센터 지하로 내려가면 이곳에서 공연했던 비틀즈, 마이클 잭슨, 존 덴버, 마룬5, 스팅, U2 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이날 콜로라도 출신의 유명 록밴드 원리퍼블릭Onerepublic의 공연을 관람했다. 그들의 히트곡을 따라 부르며 해가 지고 달과 별이 뜨던 야외 공연장에 푹 빠지던 순간은 단언컨대 덴버 여행 중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2. 브루어리를 투어하며 대낮부터 낮술에 취해보기

캐나다에서 시작되는 거대한 산맥, 로키 마운틴이 콜로라도주의 중앙으로 흐른다. 이 일대는 밀이 잘 자라는 토양이고 예부터 물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물맛이 좋다면 커피, 맥주, 와인이 발달하는 건 기본. 특히 리노RiNo(River North)라는 지역에는 개성 있는 덴버의 다양한 브루어리들이 늘어서 있어 수많은 주당을 즐겁게 해준다. 18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덴버의 양조장이 지금껏 그 명맥을 유지해오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오죽하면 덴버를 맥주의 수도, 맥주계의 나파 밸리¹라고 부를까.


이중 GREAT Devine Brewery는 거대한 공장과 바를 함께 운영하는 브루어리로 세계 맥주대회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는 곳이다. 딸기, 포도 등 과일과의 접목을 시도한 맥주들이 특히 인기다. 내수뿐만 아니라 스위스, 네팔, 중국 등에도 맥주를 수출하는, 덴버의 대표 인기 브루어리이다.


또 하나의 브루어리 Ratio Beerworks는 처음 들어가면 크나큰 음악소리 덕분에 클럽으로 착각할 수도. 세계 일주를 마친 오너 뮤지션이 오픈한 브루어리로 정통 에일 맥주를 연구한다. 시민들과의 문화 교류를 위해 매주 수요일이면 공연이나 쇼,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거기에 미국의 대표 맥주 쿠어스 또한 이 지역에 브루어리를 갖추고 있으니 시민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을 듯.




3.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 전망대에 올라가서 맘껏 소리질러보기

캐나다에서 시작되는 로키 산맥은 총 4,500km의 길이를 자랑하며 유타주나 아리조나주로도 이어진다. 그 중간 즈음에 위치한 콜로라도주 역시 많은 이들의 연중무휴 휴가지이다. 연간 4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 세계동물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엘크, 흑곰, 코요테 등 여러 야생 동물을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고, 정상까지 가는 길이 잘 정비돼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다.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150여 개의 호수는 속이 투명하게 비칠 만큼 맑고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해발 3,600m에 위치한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나무로 가득 찬 거대한 산맥이 발 아래 밀려오며 절로 힐링이 된다. 또한 시내에서 로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오가며 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의 소소한 풍경도 이곳을 방문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4.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비스킷에 그레이비 소스 듬뿍 적셔 먹어보기

스콘, 비스킷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주목! 아니 안 사랑해도 이건 먹어줘야겠다. 너무너무 맛있으니까! 필자는 맛집을 찾을 때 순위보단 리뷰 수를 따진다. 순위야 여러 조건에 의해 바뀔 수도, 변질될 수도 있지만 리뷰 수가 많다는 건 어쨌든 그만큼 이슈라는 뜻이니까. Denver Biscuit Company는 리뷰가 구글과 옐프(YELP)를 합쳐 6천 개가 넘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직접 찾아가 맛본 두 가지 대표 메뉴는 'Biscuit Pot Pie'와 'The Franklin'. 비스킷 폿 파이는 여러 종류의 채소와 그레이비 소스 속에 숨은 비스킷을 찾아먹는 재미가 있다. 더 프랭클린은 치킨, 베이컨, 체다 치즈, 소세지, 그레이비 소스가 들어간 비스킷 버거로 그 조화가 환상적이다.


덴버에서 단 한곳, 이곳만의 특색이 담긴 ‘미국미국’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Denver Biscuit Co.로 달려가길! 지점이 많아 방문할 곳을 찾기 쉽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5. 독립 서점에서 직원이 추천한 책 보며 카페놀이 하기

'Tattered Cover Book Store'는 1971년 문을 연 독립 서점이다. 여러 지점이 있지만 앤틱하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가 가득한 시티 파크 근처 지점을 추천한다. 서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2층 발코니에 마련된 테이블.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 냄새 맡으며 하루쯤 수다를 떨고 싶다는 욕구가 강력히 일었으나 짧은 일정의 투어리스트에겐 불가능했던 일.


책마다 손으로 쓴 직원의 추천사가 달려있어 꽤나 인간적으로 보이고, 그래서 당장 읽지 못할 책이라 하더라도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흔히 ‘굿즈’라고 불리는 잡화가 한국에서 인기인데, 이곳에서도 테터드만의 에코백과 티셔츠가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소품 모으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방문해 보길 바란다.




6. 라리머 광장에서 로맨틱한 스냅사진 촬영하기

요즘 스냅사진 촬영이 붐이다. 허니문 커플은 기본이고, 가족 여행이든 연인과의 여행이든 현지에서 스냅 사진 촬영을 하고 오는 것이 여행의 한 코스처럼 되어버렸다. 덴버의 라리머 광장은 그런 사진을 촬영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만국기가 하늘에 펄럭이고 다양한 로컬 브랜드 숍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낮에 이곳을 거니는 것도 좋지만, 이곳의 진가는 밤이 되어야 나타난다.


아름다운 전구들이 일제히 불을 밝히는 밤이 되면 라리머 광장은 마치 동화 속 공주나 왕자가 튀어나올 것 같은 낭만적인 장소로 변신한다. 옆에 있는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것 같고, 마치 지금 이 순간이 꿈속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 라리머 광장에는 그런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 매일 밤 찾아온다.




7. 아쿠아리움 속 물고기와 인어들 보며 식사하기

덴버의 아쿠아리움은 특별하다. 거대한 수족관을 코앞에서 보며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다. 기본적으로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최소한 물고기가 노니는 수족관 앞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다.


아쿠아리움 내 레스토랑의 또 다른 이벤트는 바로 수족관에서 인어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이때 레스토랑에 흐르는 배경음악은 당연하다는 듯 <Under the Sea>로 바뀐다. 물속에서 아름답게 유영하는 인어 아가씨들의 모습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이래저래 기나긴 입장 줄만 참을 수 있다면, 특히 아이를 동반하는 여행이라면, 이곳은 필수로 들르라고 권하고 싶다. 수족관에서 즐기는 식사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시간이 될 것이다.




8. 황금빛 돔 꼭대기에서 덴버 시티 내려다보기

'The Colorado State Capitol' 이라는 이름의 콜로라도 주의사당은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을 모티브 삼아 만든 건물이다. 돔의 정상은 1858년 콜로라도주 금광에서 발굴된 금으로 장식되어 더욱 의미가 있다. 이 건물은 다운타운 시내를 걷다 보면 늘 눈에 띄는데 노란 황금 돔이 거리의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이곳에서는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무료 가이드투어가 인기다. 현지 직원이 나와 콜로라도 주의 역사, 덴버 시티의 유래, 그리고 이 건물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꼭대기 층의 전망대다. 덴버 시티는 물론이고 저 멀리 눈 덮인 로키 산맥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다가 이 투어에 참여를 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곳이라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이 건물의 정면 계단 중 13번째 계단은 덴버에서 해수면 기준 1마일의 높이가 되는 지점이라 많은 이들이 일부러 찾곤 한다. 사실 덴버는 'MileHighCity'라고 불리는데, 공식 고도 1마일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덴버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숫자 ‘5280’도 1마일을 피트로 환산한 값이다.




9. 거리의 조각품 & 그라피티 감상하기

덴버는 온 도시가 마치 야외 박물관 같다. 어딜 가도 멋진 조각과 그라피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주제나 테마도 다양해 현지인들의 깊이 있는 예술 감각을 자주 느껴볼 수 있어 즐거웠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새로 나타나는 조각이나 그라피티를 촬영하느라 늘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10. 쿠어스 필드에서 야구경기 관람하기

1993년 50,39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덴버에 문을 열었다. 1995년 창단한 미국의 프로야구팀 'Colorado Rockies'의 홈구장으로, 콜로라도의 자랑, 쿠어스 맥주 본사가 오너쉽을 가지고 있다. 야구장 내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은 'The Rooftop'. 스탠딩 좌석이지만 누구나 입장 티켓만 있다면 선착순으로 들어갈 수 있고,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이 좋다. 특히 필자가 방문했던 날은 경기장을 직접 밟아볼 수 있는 행사가 열려 그 의미가 새로웠다.




11. 덴버 센트럴 마켓에서 덴버 맛집 한 방에 끝내기

덴버의 센트럴 마켓에선 세상이 그렇게 편해질 수 없다. 맛집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닐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센트럴 마켓에선 맛있는 음식에서부터 빵과 식재료, 음료까지 한 번에 해결이 된다. 덴버에서 내로라하는 음식 브랜드들이 모두 이곳에 입점해 있기 때문.


날 좋은 날, 야외 파라솔 아래 앉아 거리의 그라피티를 감상하며 덴버의 가장 맛있는 먹거리들을 한 방에 체험해 보자. 그 누구라도 이곳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입구 쪽 Crema Coffee House는 이 주변에 본점이 있으니, 시간 여유가 된다면 식사는 센트럴 마켓에서 하고 커피는 본점에서 마시길. 실내 테이블 뒤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거짓말처럼 작은 정원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햇볕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 맛은 진심 일품이다.




* 덴버로 가는 법
덴버를 가장 편리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유나이티드 항공(UA)이 아닐지.


인천~샌프란시스코 UA892 / 04:50PM~11:25AM
샌프란시스코~덴버 UA1858 / 01:15PM~04:55PM


덴버~샌프란시스코 UA606 / 07:45AM~09:26AM
샌프란시스코~인천 UA893 / 10:40AM~02:50PM




1) 나파 밸리 : 미국 서부에 위치한 유명 와이너리 지역




글/사진 루꼴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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