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 여행작가의 여행법][여행] 달콤달달한 도시, 달랏

2023-07-17

직딩 여행 작가의 여행법 #15



달랏에서의 한 달 체류가 결정되고 나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은 이곳이 우기라는 사실이었다. 사실 나는 평소 비와 친하지 않고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매일 이곳에서 한두 차례 폭우를 맞이하고 나니 이제는 제법 비와 친해진 듯한 느낌이다.

 

덕분에 기상 시간이 빨라졌다. 매일 오후가 되어 폭우가 쏟아지는 시간이 되면 앞이 안 보여 걷기조차 힘든 상태가 된다. 일부 지역은 침수로 나무가 쓰러지거나 전기가 끊기는 경우도 생길 만큼 강한 비가 오는지라 그에 맞춰 일과를 계획하는 버릇이 생겼다.

 

e3b08524a936e.jpg9097dec288df5.jpg달랏에서

 

우기 덕분에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새벽 5시에 시작하는 쑤언흐엉 호수에서의 조깅이다. 달랏 한복판에 있는 인공 호수가 숙소에서 가깝다. 처음에는 새벽 6시에 조깅을 시작했더니 뛰는 도중 해가 뜨는 바람에 선크림과 메이크업이 필요한 번거로운 사태가 생겼다. 그래서 도전한 새벽 5시 조깅. 숙소 주변이 워낙 깜깜해서 행여나 아무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막상 호수에 도착하니 많은 현지인이 운동을 하고 있어 꽤 든든했다.

 

호숫가에 동이 트면서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그곳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좋았다. 어쩜 같은 장소를 매일 같은 시간에 뛰어도 항상 각기 다른 색으로 나를 맞이해 주던지. 나 같은 여행자에게 큰 선물을 주는 느낌이다.

 

b144c88d4cdc9.jpg9f076254fc059.jpg

659f3224f4069.jpg

쑤언흐엉 호수에서


호숫가를 뛰면서 발견한 이곳 문화도 재미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의 나라’ 베트남답게 자전거를 호숫가 한복판에서 세워두고는 마치 칵테일 바처럼 쇼를 하면서 즉석에서 커피를 내려 주는 서비스가 유행 중이라는 것.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베트남 사람들은 인스타그램보단 페이스북을 더욱 애용한다고)에 오늘의 노점 위치, 오픈 시간 등을 공지하면서 고정 팬까지 거느리며 활발하게 커피를 판매한다. 부지런한데다가 아이디어도 좋아 성공했구나 싶어 나도 긴 줄을 기다려 커피를 주문해 보았다. 베트남 커피는 쓰거나 달거나 둘 중 하나다. 평소 카페 라테에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시는 나에겐 조금 힘든 부분. 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된 것도 달랏에서 지내며 생긴 새로운 습관이다.

 

6f9dc43fa1e60.jpgaeb016d62b63a.jpg

달랏에서 마시는 커피


호숫가를 뛰면서 사람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다 보면 금방 한 바퀴가 채워진다. 대략 5.5~6km 정도가 되는데 딱 기분 좋게 운동을 끝낼 수 있는 거리이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어도 오전 8시. 한국과의 시차가 2시간이기 때문에 한국과 소통이 필요할 때면 이 시간에 볼일을 마친다. 그리곤 취재할 곳을 찾아 나서거나 현지에서 사귄 베트남 친구와 식사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내가 그동안 만난 달랏 사람들 대부분은 깜짝깜짝 놀랄 만큼 따뜻하고 배려가 많았다.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고 나는 베트남어를 할 줄 모르니 소통하기 힘들 때가 많지만, 이 또한 마음이 먼저이니 손짓 발짓 몸짓을 동원하면 결국 뜻이 통하게 되어 있다.

 

d4c76aff0ac31.jpg

b4a117805f698.jpg

달랏에서

 

현지 친구의 말에 말하면, 달랏은 하루에 사계절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베트남 도시이고, 타 지역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이 로맨틱한 여행지로 손꼽고 있어 ‘허니문 시티’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 달랏은 네 가지가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에어컨, 신호등, 시클로, 수영장. 하지만 지금은 외부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시클로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생겼다고. 신호등이 없었을 정도로 한가하고 작은 시골 마을이었던 이곳이 지금은 이렇게 번화하다니, 과거의 달랏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진 않았다.

 

a7346daefe519.jpg

496acbc92b427.jpg한가로운 달랏 풍경

 

달랏에 와서 가장 신기했던 건 아보카도다. 이곳은 아보카도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아보카도가 흔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모양이 아니라 길쭉한 애호박 혹은 오이처럼 생겼다. 처음에 보면 그 누구도 알아맞히지 못할 비주얼! 세계 각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줬는데 누구도 아보카도라고 알아보지 못했다. 이게 정말 아보카도 맞아? 마침 지금은 아보카도 제철이라 가격도 저렴하다. 아보카도 4개를 1,500원이면 구입할 수 있으니,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5c2ecfc6cccc0.jpg

분명 아보카도

 

달랏을 여행하려는 분들에게 단 한 곳의 관광지만 추천을 해준다면 나의 선택은 단연코 ‘구름사냥’이다. 처음엔 구름 사냥이라니 무슨 말인가 했는데 직접 가보고 나서야 알았다.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지.

 

개인 사유지인 이곳은 일출로 유명한 장소이다. 산꼭대기에 있고 주변은 모두 녹차 밭이다. 입장료를 내고 카페를 통과해야 일출을 보는 장소로 이동이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이곳의 뷰를 보고 나면 입장료쯤은 당연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유난히 사진 찍기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위해 베트남은 어딜 가도 포토존이 기가 막히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은 따로 스폿 표시도 필요 없을 정도이다.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 사이로 해가 떠오르고 그곳을 가득 메운 흰 구름이 눈앞에서 흘러가는 게 보인다. 마치 동화 속 구름 밭(?)을 거니는 느낌이다.

 

f5a82cafae6d3.jpg458d422ccaa54.jpg

달랏 '구름 사냥'에서

 

저마다 동행한 이들과 기분 좋게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이곳. 현지 투어에 조인하거나, 그랩 택시를 불러 가면 체험할 수 있다. ‘달랏 구름사냥’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상품들을 찾을 수 있으니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날씨가 도와주어 선명한 일출과 뭉개구름 가득한 ‘하늘 위 구름 밭’을 만날 수 있기만을 빌어주련다. 우기에도 그런 행운을 거머쥐었던 나였기에, 그대들이 방문할 앞으로의 시기는 더욱 선명하고도 맑은 날씨가 펼쳐질 거라 믿고 싶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ef8546de5ac10.jpg

91bae0871a788.jpg




글/사진 조은정(루꼴)

42093dfb1a8b7.png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eiffel.blog.me/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