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 여행작가의 여행법][여행] 나트랑, 이런 감성은 어때?

직딩 여행 작가의 여행법 #17



한 달여 달랏에서 시간을 보낸 후 마지막 닷새는 나트랑에서 머물렀다. 1,500m 고원지대에 있다가 새벽부터 30도가 넘는 무더운 나트랑에 오니 역시나 적응이 쉽지 않았다. 밀린 일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고, 쉬지 못하고 강행군을 한 탓에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는데, 버스를 타고 꼬부랑 산길을 넘어 나트랑으로 이동했더니 피로감이 더했다.


나트랑 해변


나트랑은 전형적인 휴양지였다. 알록달록 꽃무늬 원피스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는 무더위를 이겨 가면서 열심히 바닷가 관광을 하던 수많은 관광객들. 그중 절반 이상은 한국인인 듯했다. 달랏에서는 한국 사람도 흔히 보지 못했고 영어도 거의 안 통했지만, 이곳은 정반대였다. 어딜 가나 한국어가 쓰여 있고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도 많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들려오는 한국어에 모처럼 긴장감도 흩어지고 있었다. 



나트랑 출신 사진가의 공간, 스튜디오 앤 갤러리 롱 탄 아트

친구에게 호텔 밖을 나가지 않고 밀린 일만 처리하겠노라 선언했다. 조식을 먹고는 진짜 호텔 방에서 일만 하고 있는데, 친구가 조심스레 권했다. “이곳이 네 취향에 잘 맞을 것 같은데, 나중에 한국 돌아오면 아쉬울 테니 잠시 여길 다녀오면 어때?” 그렇게 스튜디오 앤 갤러리 롱 탄 아트(Studio & Gallery Long Thanh Art)를 방문하게 되었다. 


스튜디오 앤 갤러리 롱 탄 아트는 호텔에서 멀지 않았다. 가정집 1층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었고 문 앞의 벨을 누르면 문을 열어주는 구조였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롱 탄의 부인과 손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갤러리의 주인인 롱 탄은 1951년 나트랑에서 태어났다. 13살 때부터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해 미국, 벨기에, 독일, 일본 등에서 전시를 했고, 여러 대회의 수상 경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작품은 모두 흑백 필름 사진이었다. 무채색 배경에 삶의 희로애락이 들여다보이는 다채로운 인물 사진 속으로 훅 하고 빨려 들어갔다. 입구에 놓인 큰 테이블에는 그가 지금도 작업 중에 사용한다는 여러 카메라가 놓여 있어 운치를 더했다.


롱 탄의 소장품


스튜디오 앤 갤러리 롱 탄 아트는 화려하고 신나기만 한 줄 알았던 휴양지에서 발견한, 예상치 못한 다이아몬드 같은 곳이었다. 나트랑에 간다면, 그리고 흑백 인물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나트랑을 다시 정의할 좋은 기회가 될 거라 확신한다. 


롱 탄의 약력


스튜디오 앤 갤러리 롱 탄 아트: https://longthanhart.com/



나트랑 바닷가에서의 조깅

새벽 5시에 바닷가로 향했다. 더운 지역에서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해가 뜨기 전에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반전이 있었으니, 이미 그 시간의 해변은 인산인해(?)였다는 사실. 나중에 나트랑 현지 친구에게 듣고 나서야 알았다. 나트랑에 사는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은 새벽 3시부터 나와 바다 수영을 한다고. 저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와선 바다 수영을 한판 끝낸 후 오토바이 뒷자리에 미리 담아온 물을 몸에 한 번 끼얹는 것으로 그들은 일찌감치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부터는 좀 더 일찍 움직였다. 호텔 밖을 나서는 길은 깜깜했지만 막막하거나 두렵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현지인이 해변에서 수영을 하며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으니까. 그들 사이에서 바닷가를 뛰다 보니 하와이 같은 느낌의 야자수도 잔뜩 보이고, 단체로 에어로빅을 하는 동네 주민들의 밝은 모습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해가 뜨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 샤워 후 아침 식사 하니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꿀맛. 



나트랑으로 여행을 간다면, 더위를 피해 현지인들의 일상을 살짝 엿보고 싶다면, 새벽 4시 해변 조깅을 추천한다. 몸도 마음도 상쾌해져 나트랑의 더위쯤은 거뜬히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로맨틱 그 자체, 응옥 짜이 레스토랑

한 달간 먹었던 쌀국수에 슬슬 질려가고 있던 나는 나트랑에서는 특별한 것 없는 식사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현지인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잡혔고, 나는 그가 가자는 대로 무조건 따라갈 참이었다. 센스 있는 친구는 현지 음식을 잘하는 예쁜 레스토랑으로 나를 안내했다.


응옥 짜이 레스토랑


음식 이전에 분위기에 약한 필자는 들어가자마자 감탄하기 시작했다. 식당 이름은 응옥 짜이 레스토랑(Ngoc Trai Restaurant). 해산물 전문 식당이다. 나트랑에서 갑자기 지중해로 이동한 듯한 이 신선한 느낌!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흰 회벽에 야외 테이블, 그리고 이름 모를 꽃과 알 전구가 어우러져 또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결혼식이나 집안 잔치 같은 연회 전문 장소로도 많이 쓰이고(연회장과 일반 레스토랑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단체 모임이나 데이트하는 커플도 곳곳에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보석을 발견한 듯 기쁜 마음으로 분위기에 취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 나트랑에 다시 간다면 아마 응옥 짜이에 가장 먼저 들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식물원 아니고 안 카페2

안 카페2(An Cafe2)는 달랏에 원조가 있는 유명한 카페이다. 내부는 식물원처럼 꾸며져 있고, 천장은 뚫려있어 시원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필자가 도착할 즈음 잠시 소나기가 내렸는데, 천장을 올려다보니 지붕이 닫히고 있었다. 비가 와도 걱정 없는 완벽한 시설의 카페였던 셈. 카페 1층에는 귀여운 부처상이, 2층에는 작지만 물이 흘러내리는 연못 같은 공간이 갖추어져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그만이었다. 


안 카페2


숲속처럼 세팅된 테이블, 주변에 가득한 현지인들, 그저 바라만 봐도 즐거운 창밖 풍경. 이런 카페에서라면 종일 머물러도 지루지 않겠다 싶었다. 이런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행 중 누구라도 갖고 싶은, 그런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글/사진 조은정(루꼴)

최소 2개월에 한 번은 비행기를 타줘야 제대로 된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 여행교 교주. <미국 서부 셀프트래블>, <뉴욕 셀프트래블> 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는 베스트셀러 직딩 여행작가. 현재 뉴욕에서 지내고 있다.
https://eiffel.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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