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애호가, 티셔츠 수집가, 『음악을 입다』의 백영훈 작가가 들려주는 티셔츠와 랜덤 플레이 리스트.
무작위, 우연, 계획되지 않은 흐름에서 발생하는 사건, 랜덤은 그래서 예상치 못한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오래전 LP와 카세트테이프에서, 아이팟에서, 콘서트에서 듣던 팝과 록과 재즈를
태연하게 오늘의 일상에 랜덤으로 가져다 놓습니다.
인생의 헤아릴 수 없는 고민, 반복된 잡념을 오늘의 티셔츠와 플레이리스트로 잊어 보시기를.
적당한 스타일은 덤입니다.
“나는 행복치 않아. 너무 슬퍼. 절친을 잃었거든. 그녀는 내 여자였어, 너무 사랑했지. 그런데 이젠 너무 늦었네. 그녀를 보냈거든.”
이 노래를 여는 하이톤의 보컬이 오늘 따라 건조하게 들린다. 헤비메탈 음악의 간판 얼굴이자, ‘어둠의 왕자(Prince of Darkness)’로 불렸던 오지 오스본. 지난 달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상기되고, 이 실연의 발라드가 세상에 나온 지 53년이 넘었다는 시간 개념이 현재성이 섞여서 어지러운 기분이다. 새삼, 더, 쓸쓸해진다.
록의 기본 세팅인 기타와 드럼이 사라진 곳에 신디사이저로 만들어낸 현악기의 희미한 울림만이 배경을 채운다. 그 위에 제사장 같은 풍모의 기타 거장 토니 아이오미가 피아노로 선율을 깐다. 이 곡의 노랫말은 밴드의 베이시스트 기저 버틀러의 친구이자 동료인 드러머 빌 워드의 아내와 이별하며 감당해야 했던 상실감을 담고 있다고 한다.
소싯적에 무대에서 박쥐를 뜯어먹기까지 했던 이 ‘어둠의 왕자’는, 그 이미지를 쌓음에 부족함이 없게 온갖 ‘이블’한 캐릭터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이 곡에선 그저 절제하려 애쓰는 서정 시인이자 실연의 아픔을 삭이려 애쓰는 유약한 남자에 머물고 있다. 그 화자가 “나는 지금 변화를 겪고 있어(I’m going through changes)”라고 되뇌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은 오지가 2003년 딸 켈리와 함께 다시 불렀을 때, 영국에서 1위에 올랐고, 이 감정이 세대를 넘어 공명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은 오지가 세상을 떠난 당일, 미국 내슈빌 공연에서 피아노로 이 곡을 헌정 연주하며, “오지, 당신이 어디에 갔던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며 무대 위에서 눈물을 보였다. 한편 지난 2017년 한 스튜디오에서 블랙사바스 멤버들은 이 곡을 함께 연주한다. 이 영상은 고맙게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곡을 마친 오지는 이 발라드의 서정이 새삼 쑥스러웠는지 “젠장, 문제없이 잘한 거지?” 라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작년 가을에 LA의 아메바 뮤직 헐리우드에서 산 블랙 사바스 티셔츠를 꺼낸다. 딱 이 곡이 수록된 ‘Vol. 4’ 앨범 커버아트가 프린트되어 흡족하다.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 라지 사이즈라 대보지도 않고 들였는데, 실제 족히 XXL 사이즈에 가깝다. 오버 핏이 유행이라지만,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기장 때문에 이 티셔츠를 입고 외출하는 것엔 아주 조금, 유행 이상의 용기가 필요하다.
글/사진 백영훈
1990년대의 팝과 록에 어지러이 매혹당하며, 장래 희망으로 FM 라디오 DJ를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어렸을 적 바람과는 달리 글로벌 IT기업에서 25년 이상 일을 해오고 있다. 전업의 시간 이편에서는 팝을 비롯한 대중문화 딜레탕트로서의 삶을 즐기며, 여전히 팝 키드로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음악을 입다』가 있다.
이 노래를 여는 하이톤의 보컬이 오늘 따라 건조하게 들린다. 헤비메탈 음악의 간판 얼굴이자, ‘어둠의 왕자(Prince of Darkness)’로 불렸던 오지 오스본. 지난 달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상기되고, 이 실연의 발라드가 세상에 나온 지 53년이 넘었다는 시간 개념이 현재성이 섞여서 어지러운 기분이다. 새삼, 더, 쓸쓸해진다.
록의 기본 세팅인 기타와 드럼이 사라진 곳에 신디사이저로 만들어낸 현악기의 희미한 울림만이 배경을 채운다. 그 위에 제사장 같은 풍모의 기타 거장 토니 아이오미가 피아노로 선율을 깐다. 이 곡의 노랫말은 밴드의 베이시스트 기저 버틀러의 친구이자 동료인 드러머 빌 워드의 아내와 이별하며 감당해야 했던 상실감을 담고 있다고 한다.
소싯적에 무대에서 박쥐를 뜯어먹기까지 했던 이 ‘어둠의 왕자’는, 그 이미지를 쌓음에 부족함이 없게 온갖 ‘이블’한 캐릭터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이 곡에선 그저 절제하려 애쓰는 서정 시인이자 실연의 아픔을 삭이려 애쓰는 유약한 남자에 머물고 있다. 그 화자가 “나는 지금 변화를 겪고 있어(I’m going through changes)”라고 되뇌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은 오지가 2003년 딸 켈리와 함께 다시 불렀을 때, 영국에서 1위에 올랐고, 이 감정이 세대를 넘어 공명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은 오지가 세상을 떠난 당일, 미국 내슈빌 공연에서 피아노로 이 곡을 헌정 연주하며, “오지, 당신이 어디에 갔던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며 무대 위에서 눈물을 보였다. 한편 지난 2017년 한 스튜디오에서 블랙사바스 멤버들은 이 곡을 함께 연주한다. 이 영상은 고맙게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곡을 마친 오지는 이 발라드의 서정이 새삼 쑥스러웠는지 “젠장, 문제없이 잘한 거지?” 라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작년 가을에 LA의 아메바 뮤직 헐리우드에서 산 블랙 사바스 티셔츠를 꺼낸다. 딱 이 곡이 수록된 ‘Vol. 4’ 앨범 커버아트가 프린트되어 흡족하다.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 라지 사이즈라 대보지도 않고 들였는데, 실제 족히 XXL 사이즈에 가깝다. 오버 핏이 유행이라지만,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기장 때문에 이 티셔츠를 입고 외출하는 것엔 아주 조금, 유행 이상의 용기가 필요하다.
글/사진 백영훈
1990년대의 팝과 록에 어지러이 매혹당하며, 장래 희망으로 FM 라디오 DJ를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어렸을 적 바람과는 달리 글로벌 IT기업에서 25년 이상 일을 해오고 있다. 전업의 시간 이편에서는 팝을 비롯한 대중문화 딜레탕트로서의 삶을 즐기며, 여전히 팝 키드로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음악을 입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