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음악을 입다]힙합과 재즈의 느물느물한 그루브, 비스티 보이즈의 〈Song for Junior〉

2025-08-29


음악 애호가, 티셔츠 수집가, 『음악을 입다』의 백영훈 작가가 들려주는 티셔츠와 랜덤 플레이 리스트.
무작위, 우연, 계획되지 않은 흐름에서 발생하는 사건, 랜덤은 그래서 예상치 못한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오래전 LP와 카세트테이프에서, 아이팟에서, 콘서트에서 듣던 팝과 록과 재즈를
태연하게 오늘의 일상에 랜덤으로 가져다 놓습니다.
인생의 헤아릴 수 없는 고민, 반복된 잡념을 오늘의 티셔츠와 플레이리스트로 잊어 보시기를.
적당한 스타일은 덤입니다.


힙합과 재즈가 만나 느물느물한 그루브 

 

이제는 열대가 되어버린 서울의 여름. 대한민국을 아열대 기후 국가라고 했던 때가 있었지. 이제는 그런 말마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어엿한 열대의 8월, 어느 퇴근길. 이어폰을 타고 반가운 곡이 흘러나온다. 도입부 퍼커션의 리듬 연주, 그리고 등장하는 플루트. 비브라폰이 그 뒤를 이어받는다. 흐느적 거리는 비트. 퍼커션과 플루트, 비브라폰이 끌고 가는 구성이라고 이 곡을 설명한다면, 과연 힙합 뮤지션의 곡이라고 바로 생각할 수 있을까?

 

비스티 보이즈의 <Song for Junior>, 지금도 여전히 앞선 감각 같은데, 발표된 지 벌써 27년이나 되었다. 앨범 《Hello Nasty》의 수록곡이자, 행여 나만이 아끼고 즐기는 건 아닌가 싶은 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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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Nasty>는 토탈 패키지 같은 앨범이다. 비스티 보이즈의 장르적 실험과 익살, 무심한 듯 날카로운 그루브가 스물 두 곡에 고루 담겨 있다. <Intergalactic>이나 <Super Disco Breakin>과 같은 메가 히트곡이야 두말할 필요 없지만, 나는 특히 연주곡 <Song for Junior>와 바로 뒤에 나오는 곡 <I Don't Know>의 이어짐이 너무 맛깔난다. 멤버 세 명의 천재적인 힙합-재즈 혼종의 감성이 재치 있게 버무려져 있는, 어쩐지 '느물느물'한 매력이 있다. 흔히 레이드백(laid back: 음악의 편안하고 느슨한 분위기)이라고 하는 게 바로 이런 경우구나 싶다.

 

처음 비스티 보이즈를 알게 된 건 1994년, 당시 주한미군 방송인 AFKN에서 방영했던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서였다. 그들은 힙합 그룹이었지만, 펑크 록 밴드처럼 연주하고, 메탈 보컬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때 처음 들은 곡은 바로 <Sabotage>. 어디서 들어본 적 없는 불균형한 조합이었지만, 그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신선했다. "힙합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말 그대로 '사보타주'하면서, 이종의 음악을 과감하게 섞어버리는 무대 매너,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진정 'Badass(열라 멋진 놈)'였다.

 

내가 클럽 DJ가 되어 음악을 튼다면 첫 번째 트랙으로 <Song for Junior>를 첫 곡으로 틀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니까 이 곡은 나에게 DJ의 비밀 병 기쯤 된다. 서서히 장내의 공기를 데우면서, 듣는 이들을 곧장 낯선 세계로 끌어들이는 기운, 그야말로 바이브(vibe)가 있기 때문이다. 


 

비스티 보이즈의 음악은 늘 균형에서 살짝 빗겨 난 자리에 있었다. 바로 그 틈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법을 아는 열라 멋진 녀석들, 아니 큰 형님들. <Song for Junior>는 존경해 마지 않는 형님들의 유머와 천재성이 응축된 한 장면이며, 여전히 느슨하게 그루브를 타고 싶은 이들을 살며시 자극하는 곡이다. 바라건대, 뒤에 이어지는 <I Don't Know>까지 함께 들어 봐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이들의 음악에 감흥을 받아 관심과 시간이 더 동한다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이들의 1999년 글래스고 공연 영상도 봐 주시길. 비스티 보이즈가 힙합 아티스트로서 왜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는지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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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김밥레코즈에서 산 《Hello Nasty》 앨범의 커버 이미지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꺼내 입는다. 같은 검정 색 계열의 ‘톤온톤(tone on tone)’이긴 하지만 목 부분의 늘어남 방지에 살짝 신경을 쓴 링거 티셔츠이기도 해서 믿음직스러운 내구성에, 무엇보다 비스트 보이즈 세 명의 멤버가 깻잎 통조림 프레임에 들어가 있는 커버 아트, 음악도 티셔츠도 참 느물느물  익살스럽다.




글/사진 백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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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팝과 록에 어지러이 매혹당하며, 장래 희망으로 FM 라디오 DJ를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어렸을 적 바람과는 달리 글로벌 IT기업에서 25년 이상 일을 해오고 있다. 전업의 시간 이편에서는 팝을 비롯한 대중문화 딜레탕트로서의 삶을 즐기며, 여전히 팝 키드로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음악을 입다』가 있다.
· 도서 정보 : 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3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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