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네 번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Feliz navidad!

크리스마스 특집 #3



또다시 도시 전체가 설렘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기분 탓일까?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발걸음에서도 설렘이 묻어난다. 밖을 나설 때마다 나도 덩달아 설렌다.


바르셀로나에 12월이 찾아왔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남부 유럽의 대표 도시답게 7, 8월 한여름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12월의 바르셀로나는 유독 사랑스럽다. 12월의 모든 날들을 마치 크리스마스처럼 보내는 이 도시 사람들 덕분이리라.


크리스마스를 2주 이상 앞두고 있지만 현재 바르셀로나는 모든 거리마다, 광장마다, 상점마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현지 사람들과 여행자들로 연일 북적인다. 골목마다 서로 다른 디자인의 전구를 달아 분위기를 한껏 내고, 벌써부터 집 베란다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커다란 양말을 걸어두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북적이는 거리 한편에서는 늘 즉석 공연이 펼쳐진다. 덕분에 정신이 없지만 절대 싫지 않은 소란스러움이다.



한겨울에도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바르셀로나지만, 올해 겨울은 유독 춥지 않아 밤 산책이 잦아졌다. 밤 8시 30분, 현재 기온은 영상 12도다. 가벼운 코트 하나만 걸치고서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acia로 향한다. 샤넬, 구찌, 마시모 두띠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브랜드숍들 사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화려함을 자랑하는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 까사 바뜨요Casa Batllo. 그라시아 거리의 밤이 낮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 작품 때문일 거다. 12월의 밤이면 오묘한 빛깔의 전등을 밝혀 두어 더욱 신비로워진다.


12월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 노바 광장Plaça Nova이다. 한 달 내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이라 자꾸만 불필요하게 지갑이 열리는 게 흠이긴 하지만. 오늘도 크리스마스트리와 집안을 꾸밀 소품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마켓 주변이 북적인다. 인파 속에 섞여 있을 그들(?)로부터 내 가방을 지키기 위해 가방을 꽉 움켜쥔 채 발걸음을 옮겨본다.



언제 봐도 재밌는 인형 앞에서 오늘도 걸음이 멈췄다. 이 인형의 이름은 까가네르Caganer. 이른바 ‘똥싸개 인형’인데, 바르셀로나가 속해 있는 까딸루냐 지방의 전통 인형이다. 마드리드나 스페인 북부, 혹은 남부 지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까딸루냐 지방만의 전통이 숨 쉬는 인형이다. 검은 바지에 붉은 허리띠를 맨 까딸루냐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도 있지만 더욱 인기 있는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프란시스코 교황님, 안토니 가우디, 파블로 피카소 등 유명인의 얼굴을 한 까가네르이다. 심지어 올해는 김정은 위원장의 까가네르까지 등장했다. 모습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한 해 동안 안 좋았던 일, 안 좋았던 기억을 다 잊고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는 의미까지 있어 소중한 사람에게 건넬 연말 선물로 제격이다.



또 하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벨렌Belen’이다. 벨렌은 예수 탄생 시기의 장면들을 묘사한 장식물을 말하는데, 스페인 현지 사람들은 이 벨렌을 꾸미는 데 아주 열심이다.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아기 예수 인형과 마구간을 꾸밀 동물들, 건초 더미 장식 등을 사고 이 장식들을 여기에 놓을까 저기에 놓을까 고민하며 정성 들여 한해를 마무리한다. 올해는 나도 한번 벨렌을 꾸며볼까 아주 잠시 고민해 보았지만, 사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닌지라 고개를 젓고 만다.


한참을 걸어서일까 출출함을 느끼던 차에 군고구마 냄새가 난다. 향수가 느껴지는 이 냄새. 착각이 아니라 군고구마와 군밤을 파는 곳이 보인다. 냉큼 하나를 사서 입에 넣어 본다. 한국의 밤고구마만큼 달콤하진 않았지만 그 향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고구마의 따뜻함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바르셀로나에서 맞는 네 번째 크리스마스다. 마음속으로 나 스스로에게 미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넨다. Feliz navidad, 메리 크리스마스! 올 한 해도 고생했어!






글/사진 이진희

2014년 강렬했던 스페인 여행의 마력에 빠져 무대뽀로 스페인에 터를 잡아버린 그녀. 현재는 스페인 현지 가이드로 활동중입니다.

7 2
글에서 사진에서 스페인의 매력에 푹 빠진 그 마음이 저에게도 전달되는 것같아요! 겨울의 스페인이, 바르셀로나가 너무 궁금해지고 저도 덩달아 설렜던것 같습니다 :-) 따뜻한 글이에요!
스페인 VIP 전문 가이드 이진희님 좀 늦었지만 설레는 크리스마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