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는 것 #10

영화 <담뽀뽀>는 완벽한 라멘 한 그릇을 완성하기 위한 주인공 ‘담뽀뽀’와 그녀를 돕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성장기이자 음식을 주제로 인간의 욕망과 사랑, 그리고 일본 사회의 모순적 가치관을 위트 있게 풀어낸 이타미 주조(伊丹十三) 감독의 1985년 작품이다. 무려 40년 전 영화로 한국 개봉은 처음이지만 워낙 ‘라멘 웨스턴’ 장르의 원조로 잘 알려진 영화다. 라멘 웨스턴은 황야 대신 주방, 총 대신 젓가락을 들고 인생의 ‘한 그릇’을 완성하기 위한 여정을 담은, 할리우드 서부극을 패러디한 영화라 생각하면 되겠다.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일본 음식 영화 <남극의 셰프>,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등이 비슷한 결이라 할 수 있다.

이타미 주조는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흥행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 또한 잃지 않는 작품성으로도 인정받는 감독이다. 그는 당대 일본 사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블랙코미디로 풍자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런 풍자는 <담뽀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주인공 담뽀뽀의 라멘 여정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에피소드들은 메인 줄거리와는 또 다른 시퀀스와 클리셰로 음식이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맛이 주는 다양한 오감뿐 아니라 음식을 매개로 한 문화적 충돌, 성(性), 계급, 사회문제 등을 표현한다.
인간에게 먹는다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욕구이자 생존을 위한 욕망이다. 인간의 3대 욕구가 식욕, 수면욕 그리고 성욕이라 하는데 영화는 오프닝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일관적으로 ‘먹는 것’ 식욕과 성욕을 이끌며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대해 말한다. 물론 그 연출이 상당히 노골적이라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직관적인 방식이 ‘먹는 것’이 주는 희·노·애·락에 대해 더 강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사실 인간의 생명, 산다는 것은 먹는 것의 연속적 행위이기도 하다.

살아 있다는 기본 전제는 끊임없이 먹이를 섭취해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번식, 성(性)’ 또한 먹는 행위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완벽한 라멘 ‘한 그릇’을 완성하고자 하는 그들의 여정은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엉뚱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유쾌한 소동극을 보는 듯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 중간 중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 또한 이 여정에 새로운 감칠맛을 더한다. 게다가 야마자키 츠토무, 야쿠쇼 코지, 와타나베 켄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맛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즐거움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라멘 한 그릇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엔 라멘 달인이 알려주는 라멘 맛있게 먹는 방법을 잊지 않기 위해 영화 속 장면을 되뇌며 어느새 라멘 식당으로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광화문에 위치한 ‘라멘 시미즈’, 이 집 국물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어느새 담뽀뽀가 된 기분이다.
* 담뽀뽀(タンポポ)는 일본어로 민들레라는 뜻.
글·사진 | 한수정

우아한 삶을 지향합니다. 그러나 관념과 현실을 분리시킨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혼자 떠나는 여행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규슈단편>을 함께 썼습니다.
www.instagram.com/vov_sj
본다는 것 #10
영화 <담뽀뽀>는 완벽한 라멘 한 그릇을 완성하기 위한 주인공 ‘담뽀뽀’와 그녀를 돕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성장기이자 음식을 주제로 인간의 욕망과 사랑, 그리고 일본 사회의 모순적 가치관을 위트 있게 풀어낸 이타미 주조(伊丹十三) 감독의 1985년 작품이다. 무려 40년 전 영화로 한국 개봉은 처음이지만 워낙 ‘라멘 웨스턴’ 장르의 원조로 잘 알려진 영화다. 라멘 웨스턴은 황야 대신 주방, 총 대신 젓가락을 들고 인생의 ‘한 그릇’을 완성하기 위한 여정을 담은, 할리우드 서부극을 패러디한 영화라 생각하면 되겠다.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일본 음식 영화 <남극의 셰프>,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등이 비슷한 결이라 할 수 있다.
이타미 주조는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흥행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 또한 잃지 않는 작품성으로도 인정받는 감독이다. 그는 당대 일본 사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블랙코미디로 풍자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런 풍자는 <담뽀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주인공 담뽀뽀의 라멘 여정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에피소드들은 메인 줄거리와는 또 다른 시퀀스와 클리셰로 음식이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맛이 주는 다양한 오감뿐 아니라 음식을 매개로 한 문화적 충돌, 성(性), 계급, 사회문제 등을 표현한다.
인간에게 먹는다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욕구이자 생존을 위한 욕망이다. 인간의 3대 욕구가 식욕, 수면욕 그리고 성욕이라 하는데 영화는 오프닝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일관적으로 ‘먹는 것’ 식욕과 성욕을 이끌며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대해 말한다. 물론 그 연출이 상당히 노골적이라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직관적인 방식이 ‘먹는 것’이 주는 희·노·애·락에 대해 더 강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사실 인간의 생명, 산다는 것은 먹는 것의 연속적 행위이기도 하다.
살아 있다는 기본 전제는 끊임없이 먹이를 섭취해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번식, 성(性)’ 또한 먹는 행위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완벽한 라멘 ‘한 그릇’을 완성하고자 하는 그들의 여정은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엉뚱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유쾌한 소동극을 보는 듯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 중간 중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 또한 이 여정에 새로운 감칠맛을 더한다. 게다가 야마자키 츠토무, 야쿠쇼 코지, 와타나베 켄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맛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즐거움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라멘 한 그릇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엔 라멘 달인이 알려주는 라멘 맛있게 먹는 방법을 잊지 않기 위해 영화 속 장면을 되뇌며 어느새 라멘 식당으로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광화문에 위치한 ‘라멘 시미즈’, 이 집 국물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어느새 담뽀뽀가 된 기분이다.
* 담뽀뽀(タンポポ)는 일본어로 민들레라는 뜻.
글·사진 | 한수정
우아한 삶을 지향합니다. 그러나 관념과 현실을 분리시킨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혼자 떠나는 여행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규슈단편>을 함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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