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편지]브릭스 Vol.28 - 책과 책방 특집을 시작하며

Vol.28 - 책과 책방 특집

편집자의 편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책을 훨씬 많이 읽던 시절에도 가장 책이 팔리지 않았던 계절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아직 강렬하지만 손을 대면 어딘지 부드러운 부분이 새로 만져지는 이 햇살 아래 어떻게 가만히 앉아 책만 읽을 수 있을까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그러니까 출판업계가 비수기를 이겨내기 위해 일으킨 캠페인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늘이 깊고 이렇게 바람이 매혹적이니 얼마나 책 읽기 좋아요?" 하지만 우린 압니다. 가을엔 책 읽기보다 하기 좋은 일들이 수두룩하게 많다는 것을요.


그러나 이 낙엽처럼 닳아빠진 캠페인은 피할 수 없는 계시처럼 우리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브릭스 Vol.28 특집호를 기획할 때 ‘책과 책방’이 떠오른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지요. 여섯 곳의 책방지기들이 이 계절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합니다. 어떤 책이 왜 자신의 마음을 쳤는지, 그들의 속내를 조금 내비치면서요. 


언제나 만 원 남짓한 책으로 다른 이의 삶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 책방 페브레로 정유진의 글 중에서


브릭스에서도 기획 기사를 한 편 준비했습니다. 저희 웹진에도 에세이를 기고를 했던 최민석 소설가의 신작, 『피츠제럴드』를 소개하려 합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미국의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을 따라가는 이 여행 전기에 관해 궁금한 점을 직접 최민석 소설가에게 물었습니다. 브릭스에선 처음으로 싣는 인터뷰 기사입니다. 스콧 피츠제럴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최민석 소설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가을이라 말하지만, 가을은 왔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또 도망가 버릴 것입니다. 우리에겐 계절을 붙들 힘이 없습니다. 지나고 나면, 그저 영화나 책에서 가을을 묘사한 부분을 더듬는 수밖엔 없지요. 피츠제럴드 소설의 배경은, 그러니까 인상적인 장면의 배경은 대부분 여름입니다. 당장 『위대한 개츠비』만 해도 “그해 여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단편에서 가을에 자신의 미문을 헌시한 피츠제럴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문장으로 당신의 가을도 조금은 더 길어지기를 바랍니다.


(…) 어느 오후, 그녀는 포치에 앉아 있었다. (…) 늦가을인데도 화창한 봄날 같은 인디언서머였다. 그녀 주변 모든 것이 황금빛 갈색이었다. 고요함은 나뭇잎의 한숨으로 깨어졌고, 서쪽으로 4시의 태양이 불타는 하늘에 붉고 노란 햇살 줄기들을 떨구고 있었다. 새들은 대부분 떠났고, 참새 한 마리만이 기둥 위 처마 아래에 둥지를 짓고선 쉴 새 없이 지저귀다가 때때로 날개를 퍼덕이며 머리 위로 기운차게 날아오르곤 했다. 록센은 그 참새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의자를 옮겼고, 그녀의 마음은 한가로이 오후의 한가운데를 노닐었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행복이 남은 자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중





- 브릭스 편집자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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