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편지]브릭스 Vol.30을 시작하며

브릭스 Vol.30

편집자의 편지



당신이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당신은 그것과 맞서야만 해요

그럴 준비가 안 됐다고 해도


이제 어른이 되라고 말하는 듯한 이 문장.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의 〈Fight Test〉란 곡의 가사입니다. 갑자기 웬 노래냐구요? 최근 브릭스의 편집 모드가 음악에 맞춰져 있거든요. 아마도 상반기에 출간될 것 같은 원고를 읽으며 그 원고에 언급된 뮤지션과 앨범, 음악 등을 줄기차게 찾아 듣고 있습니다. 때로는 책을 편집하는 게 아니라 컴필레이션 앨범을 준비하는 느낌도 듭니다.


『음악을 입다』라는 가제를 단 이 원고를 통해 이제껏 모르고 살았던 뮤지션의 작품을 숱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해 드린 플레이밍 립스도 그런 밴드 중 하나지요. 아직 책으로 완성된 상태는 아니지만, 텍스트의 존재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해 준다는 것. 혹은 알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쓰는 사람도, 그것을 편집하는 사람도 그 가치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매거진 브릭스 Vol.30도 그런 목표에 도전합니다. 이번 호에 새로 연재되는 두 시리즈는 각각 우리를 로마와 시詩의 세계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건축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세상엔 갈 곳이 수도 없이 많고 그에 관한 이야기도 수도 없이 많을 테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걸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각, 그 시각의 스펙트럼과 깊이에 있습니다. 로마와 시의 결합이라니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던가요. 태국과 미얀마에서 너무 유유자적하게 보냈으니까 이베리아 반도에선 88일 동안 가열 차게 건축만 보고 공부하겠다는 결심을 또 누가 쉽게 내릴 수 있었을까요. 그 다양한 텍스트를 편집자로서 먼저 접할 수 있어 행운이었습니다.


이제 사무실에 흐르는 음악이 또 바뀌었네요. 맥 드마르코Mac DeMarco라는 백수 청년처럼 편안한 뮤지션의 〈This Old Dog〉란 곡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말이죠

이 늙다리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것들을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모든 것들을

내 심장이 가슴 속에서 두근거리는 한

이 늙다리는 잊지 않습니다





- 브릭스 편집자 신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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