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부르고뉴] 와인으로 기억하는 여행 #1
즐기기 위한 것들 by 이원식


단 한 번의 충격이면 족했다. 와인에 빠지는 데는 그랬다. 모든 것은 부르고뉴의 황금 언덕을 지나 도착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와이너리의 테이스팅 룸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고, 유리잔에서는 꽃 향기가 났다. 어떻게 술에서 이런 향기가 날까? 그렇게 와인이 취미가 되었다. 와인이 취미가 되자 향기가 나는 모든 것이 취미가 되었다. 이제 모든 여행은 향기를 찾는 여정으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 > 포틀랜드] 서점에서 들려주는 책 이야기 #1
이상한 나라 포틀랜드의 서점 by 이유리


Keep Portland Wired. 이보다 포틀랜드를 잘 설명하는 말이 또 있을까. 자연과 도시를 사랑하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사랑하며, 뭔가를 직접 만들고 고치고 꾸미는 걸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시. 그런데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포틀랜드를 찾은 이유는 단순했다. 서점 때문이었다. City of Books라는 별명이 붙은 파웰 북스는 보유 서적만 100만 권에 달하는 거대한 독립 서점이다. 이곳에서 책과 사람, 그리고 문화를 만났다.

[독일 > 베를린] 본, 내추럴하게 #13
베.를.린 #3 by 프리드리히 융


독일에서 해장 음식을 먹을 줄은 몰랐다. 달걀, 토마토, 채소. 우리의 해장 음식과는 전혀 다른 결이지만, 어쨌든 숙취에 좋은 건 분명하다. 해장국엔 소주를 마셔야 하듯, 여기서도 해장 맥주를 곁들여야 한다는 점도 그대로.

[스페인 > 마드리드] 여행에서 삶으로 #3
봄과 함께 시작한 마드리드 라이프! by 이진희


3년 동안 지내던 바르셀로나를 떠나 마드리드로 이사했다. 짐을 풀지도 않고 산책을 나서 솔 광장에서 곰 동상의 발꿈치를 만지고, 120년 넘은 추로스 가게에서 간식을 먹는다. 이곳도 온통 시간의 때 묻은 건물로 가득하다.

[캐나다 > 몬트리올] 몬트리올에서 보낸 가을 #9
내가 훔쳐야 했던 가을 by 신태진


몬트리올에서 6개월을 보낸 사람에게 그가 모르는 도시를 소개해 주겠다며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그리고 처음 보는 듯한 가을을 만났다. 이 짙은 계절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 > 서울] Pied Piper #1
모든 날이 Celebrate by 백지은


용산행 KTX에 올랐다. 여행도, 출장도 아니다. 오늘은 그의 생일이다. BTS의 SUGA, 그리하여 HAPPY SUGA DAY. 주인공이 없는 생일 파티에 모인 사람들은 나이도 성별도 출신 지역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모두의 얼굴에선 공통적인 표정이 읽힌다. 그것은 충만한 감정, 이를테면 행복. 덕질을 하는 것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한참 이야기하고, 그걸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떠랴, 세상에 이보다 순수한 관계는 또 없을진대.

[영국 > 런던] 런던을 걷는 건축가 #3
완벽할 수 없는 건축, 워키토키 by 현소영


어느 10월, 도로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의 표면이 녹아내렸다. 범인은 건물이었다. 전면 유리창에 반사된 빛이 한군데 모여 엄청난 열을 가했던 것이다. 안 그래도 그 특유의 외관 때문에 조롱거리가 되던 '워키토키' 빌딩은 언론의 가십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어떤 건축도 완벽할 수는 없다. 워키토키는 런던 시민들의 비난에 시달리던 시기를 지나 이제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곳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일본 > 교토] 혼자서, 교토 #1
자발적 고독의 시간 by 한수정


홀로 떠나야 할 순간이 있다.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반드시 가방을 싸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시기가 온다. 그렇게 찾은 교토는 복잡한 마음을 다독이려는 듯 차분하고, 조용했다. 여기서 만나는 타인은 일상의 타인들과는 달리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았다. 어떤 순례처럼 사찰과 정원을 돌았지만, 그건 그저 회복의 시간일 뿐이었다. 이곳이 샛길이 되는 순간 깨달았다. 자발적 고독의 시간에 그리운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다. 그리움의 대상은 감정이다.

[아프리카 > 모리셔스] 
마담 엘리의 모리셔스 #3
진정한 낙원 어디일까 by 정은숙


한국에 잠시 돌아왔더니 모든 게 편하고 매끄러웠다. 음식도, 교통도, 배달 음식과 인프라도. 하지만 매일 울리는 '미세먼지 경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
모리셔스로 돌아오니 건조한 피부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하늘은 너무나 맑고 가까웠다. 하지만 시스템은 느리고 저 멀리 사이클론이 지나간다고 정전이 됐다. 한국과 모리셔스, 진정한 낙원은 어디일까. 그 사이에 있는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유럽 > 스위스] 
공유되는 여행
 by 고민석


그렇게 오래 준비하고 기대하던 유럽 여행인데 시작부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덤덤하고 무언가 결핍됐다고 느껴질 뿐이었다. 그러다가 체르마트에서 마테호른을 마주하는 순간 문제의 원인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풍경 덕일까? 그때 함게 했던 동행과의 시간이 즐거워서였을까? 둘 다 맞다. 정확히는 그 순간 서로가 공유한 감상의 힘이었다. 불감증에 시달리던 여행의 해결책은 '공유되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