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 캄보디아] 나의 캄보디아 #3
게으름에 대한 성찰 by Chantrea


캄보디아 사람들이 삶에 치열하지 않고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태어난 이후로 줄곧 그렇게 살아가길 강요하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들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비교와 경쟁이 몸에 밴 삶. 조금은 그 삶을 끊어내고 나로 살 수 있을까?

[미국 > 휴스턴] the Stranger : 나는 다른 곳에서 눈을 떴다 #6
한낮의 농담 by 별나


이곳은 가을이 계속되거나 뜨거운 여름만 계속되는 땅이다. 계절의 변화가 적다 보니 사람도 그에 따라 따뜻하고 차분한,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수렴하는 듯하다. 이렇게 조용하고 완벽한 날들이 또 있을까? 이렇게 간결한 삶이 또 있을까? 어쩌면 현실 같지 않은, 그러나 산책을 나서면 즉각 현실이 되는 시간에 관하여.

[아프리카 > 탄자니아] 탄자니아에서 청춘을 #5
깨끗한 손 함께해요! by 김정화


탄자니아의 한 지역에서 위생 인식을 개선하고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여기에 참여한 김정화 필자는 말한다. "이곳 사람들과 일을 할 때 과정과 시간 약속 등이 내 성에 차지 않았을 뿐, 결국엔 이들 스스로 이뤄낸다." 그것이 무슨 일이든, 더 안전하고 덜 아픈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유럽 > 스페인] 여행에서 삶으로 #7
서툴러도 괜찮아 by 현소영


풍운의 꿈을 안고 바르셀로나에 입성한 4년 전. 첫날 호스텔 샤워기에선 12월의 찬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로부터도 1년간 몇 번씩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좌충우돌하는 나 자신이 싫지 않았다. 서른이 넘어 시작한 두 번째 인생은 녹록지 않았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았다.

[서울 > 서촌] Vol.29 편집자의 편지
12월과 부동액


한 해가 벌써 끝나가고 있고, 그 무자비할 정도로 빠른 속도에 놀라울 뿐이다. 한 해 동안 브릭스에서 낸 웹진과 단행본을 들춰본다. 모든 작품이 기획 단계와는 달라진,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결과물이었다. 편집은 사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 같다는 생각을 한다. 

[홍콩] 홍콩, 생활의 유혹 #3
멸치와 응급실의 상관관계 by 최경숙


잇몸에 멸치 조각이 박히고 고가도로를 따라 병원으로 가는 길에 폭우가 쏟아진다.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일까?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으면 왕진료만 20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도 현실일까? 당직의는 사람 입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해서라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꿈인 것만 같은 일들이 하룻저녁에 벌어진 어느 날에 관한 이야기. 홍콩의 오래된 아파트를 상상하며 읽어내려가면 어쩐지 으스스해 진다. 

[한국 > 광주] 굿바이 플루토 #6
나를 오라 손짓하네 by 이주호


광주에 입성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번은 속절없이 터진 보일러 때문에, 한 번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진드기 한 마리 때문에. 출장이라는 딱지가 붙자 그렇게 나를 오라 손짓하던 곳을 마침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푸른 외벽의 광주MBC, 두 번의 전시회, 코발트라는 이름의 기개 있는 카페.

광주에 대한 기억이 여기까지인가 싶어, 결국 광주에 얽힌 특수한 기억을 떠올린다. "평범한 선은 사람을 살릴 수 없지만, 하찮은 악은 사람을 죽이지." 아주머니가 리필해 준 머릿고기는 처음보다 양이 많이 보인다. 이걸 다 어떻게 먹는담? "싸 가면 되지 뭐시 걱정이여." 광주를 떠나는 버스에 앉아 그게 무엇이든 짊어질 것이 생기면 기꺼이 짊어지는 인간의 삶을 생각한다. 아주머니 말씀처럼 가방에 든 머릿고기는 쉬 상하지 않는다.